50년차 동시 시인과 그림책 작가의 ‘알록달록 상상력’[어린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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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와 그림책에서 종종 만나는 상상력이 있다.
소재 하나를 두고 짧게 말하는 장르인 동시나 그림책에서 공통적으로 보인다.
할머니와 어린이의 즐거운 만남에 이 그림책을 함께 만든 이상교 시인과 밤코 작가의 만남이 자연스레 겹친다.
무려 50년간 동시를 써 온 시인과 2021년 볼로냐 라가치 우수상을 수상한 신진 그림책 작가의 알록달록 협업이 놀랍게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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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교 글·밤코 그림│사계절
동시와 그림책에서 종종 만나는 상상력이 있다. 사물의 형태나 쓰임새가 자유자재로 변하는 상상력이다. 소재 하나를 두고 짧게 말하는 장르인 동시나 그림책에서 공통적으로 보인다. 이 그림책에서도 모자의 여러 가지 쓰임새가 이어진다. 모자는 햇볕과 비를 막아줄 뿐 아니라 깔고 앉을 수도 있고 송사리를 잡고 토끼풀을 수북이 담을 수도 있다. 사물을 고정해 바라보지 않는 유아의 상상과 가깝다.
모자의 주인은 어린이와 할머니다. 모자를 좋아하는 할머니는 빨강 모자를 사며 어린이에게도 초록 모자를 사 준다. 펼친 책의 왼쪽 페이지에는 할머니의 빨강 모자가, 오른쪽 페이지에는 어린이의 초록 모자가 나란히 반복해 등장한다. 둘은 함께 모자를 쓰고, 또 모자를 가지고 놀다가 매번 “아주 좋은 모자야!”라고 감탄한다. 삼각김밥 모양 헤어스타일의 할머니와 밤톨 얼굴 어린이의 표정이 너무나 신나 보여 “사실은 저도 모자를 좋아해요!”라고 외치며 모자 놀이에 끼워 달라 조르고 싶어진다.
할머니와 어린이의 즐거운 만남에 이 그림책을 함께 만든 이상교 시인과 밤코 작가의 만남이 자연스레 겹친다. 무려 50년간 동시를 써 온 시인과 2021년 볼로냐 라가치 우수상을 수상한 신진 그림책 작가의 알록달록 협업이 놀랍게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비를 맞아 잔뜩 긴장하는 모자의 표정이 책의 아래위를 뒤집어 보면 묵묵히 견디는 표정으로 바뀌듯 글과 그림 사이에도 여유와 재미가 숨어있다.
빨강 모자와 초록 모자가 양쪽 페이지에 나란히 등장하던 구성은 공원에 이르러 변화한다. 공원에서 마주친 강아지와 놀며 이야기가 전환된다. 여기서 잠시 스쳐 지나간 강아지는 책의 앞면지와 뒷면지의 세 컷짜리 이미지에서 파랑 모자를 쓴 할아버지와 다시 등장하며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볼이 빨개진 빨강 모자 할머니와 파랑 모자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독자들이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계절. 40쪽, 1만5000원.
김유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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