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영혼’ 재창작해 브로드웨이 제패… “곧 韓원작으로 현지 도전”
5주째 주100만달러 매출 경신
재즈 베이스 음악 등 현지 호평
내년 하반기 韓관객 만날 예정
연이은 도전 실패에 좌절하기도
작품 완성도 키우는것 가장 중요
차기작 韓원작 ‘일 테노레’ 염두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7일 제작사 잠정치 기준 5주 연속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밀리언 달러 클럽’(주당 매출 100만 달러 이상)에 이름을 올리며 순항 중이다. 5월 첫째 주 105만 달러를 찍으며 한국 제작사의 소위 ‘K-뮤지컬’로는 처음 이 명단에 든 이래 매주 기록을 경신 중이다.
‘미국의 영혼’이라는 별칭이 붙은 F 스콧 피츠제럴드 원작의 소설이, 한국인 주도의 뮤지컬로 다시 창작됐고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다는 점에서 제작 단계부터 주목받아 왔다. 한국 관객을 위한 이들의 ‘위대한 개츠비’는 언제 볼 수 있을까.
“2025년, 그러니까 내년 하반기 예정이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무실에서 만난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위대한 개츠비’의 한국 제작 구상을 밝혔다. 이 작품이 전 세계 어디에서 언제 공연을 하는지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리드 프로듀서’를 단독으로 맡고 있는 인물이다. ‘제이 개츠비’와 ‘데이지 뷰캐넌’의 사랑, 그 이야기를 전하는 ‘닉 캐러웨이’ 등 각 인물의 배역은 누가 맡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신 대표는 “그 이름은 마음에만 품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개츠비뿐 아니라 데이지 등도 그 내면이 아주 섬세하면서 복잡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깊이와 흡입력을 갖춘 배우에게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출장을 마치고 다음 달 귀국하는 대로 대본 수정 및 오디션 준비 등 과정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신 대표는 브로드웨이 진출작으로 미국의 ‘국민 소설’을 택한 것에 대해 “공격적 선택이었다”고 했다. 다만 “음악이라는 뮤지컬 장르의 특성으로 미국인 마음속을 건드리자는 생각이었다”며 “원작의 무게를 떨치고 더 자유롭게 표현해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 등과 협업으로 나온 재즈 베이스의 무대 음악이 현지 호평을 끌어냈고, 의상디자이너 린다 조는 오는 16일 방송 예정인 미국 공연계 최고 권위의 토니상 올해 의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의 사무실 선반 위는 2015년 ‘닥터 지바고’·2014년 ‘홀러 이프 야 히어 미’ 등 앞서 브로드웨이 흥행에 실패했던 작품의 포스터가 ‘위대한 개츠비’ 양옆으로 걸려 있었다. 그는 “당시 미국에서 길을 걷다가 비를 피하려 잠깐 들렀던 호텔 로비에서 도어맨으로부터 제지를 당한 적이 있다”며 “슬플 때는 작은 일까지도 다 슬펐고 화가 난 때도 많았다”고 했다.
신 대표는 브로드웨이 꿈을 품고 있는 후배 창작자를 향해 “작품 완성도를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너무 원론적인 얘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정말 이 이상의 답은 없다”고 했다. 공연 전 평단과 업계 관계자에게 먼저 선보이는 ‘트라이 아웃’ 공연을 언급한 신 대표는 “그 문턱을 넘지 못하면 브로드웨이로 갈 수가 없는 제도”라며 “한국에서도 자리를 잡아 완성도 면에서 창작자와 시장이 선순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콘텐츠 산업의 핵심으로 뮤지컬을 파악하고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신 대표는 차기 브로드웨이 작품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일 테노레’를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한국 오페라의 선구자 이인선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조선인 최초의 테너를 꿈꾸는 윤이선, 그와 함께 오페라 공연을 준비하는 독립운동가 서진연, 이수한 등 세 청년을 그렸다. ‘위대한 개츠비’가 미국인에게 친숙한 원작의 재창작으로 현지 도전한 것이었다면, ‘일 테노레’는 원작부터 한국 콘텐츠의 뮤지컬로 그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신 대표는 “전 세계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이 이야기가 보편성을 얻는 길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신 대표는 ‘위대한 개츠비’의 한국 공연 준비와 맞물린 시점에 아동 복지에 방점을 두고 사회 활동을 시작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사회참여 활동’을 하겠다는 질문에 그는 “맞는다. 딸을 키우다 보니까 아픈데 치료를 못 받거나 하는 다른 아이들에게 시선이 간다”며 “내가 받는 로열티의 일정 부분을 계속 기부하는 것으로 시작하려 한다”고 했다. 이어 “기자에게 말을 하고 기사로 나면, 기록으로 남아서 그 말대로 실행해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 아니냐. 그래서 얘기한다”고 웃으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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