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변동성 커버할게”…‘커버드콜’ ETF에 뜨거운 관심

한겨레 2024. 6. 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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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드콜 ETF의 유형과 성격이 다양해진 만큼 투자에 앞서 손익구조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전자 주식을 사려는 소심해씨는 주가가 많이 못 오를 것 같아 망설인다. 반면 대담해씨는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보지만 당장은 살 돈이 없어 초조하다. 그래서 소심해씨는 삼성전자 주식을 8만원에 사면서 동시에 한 달 뒤 이 주식을 8만4천원(행사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대담해씨에게 팔고 그 대가(프리미엄)로 2천원을 받았다. 한 달 뒤에도 주가가 8만원 선에 머무르자 대담해씨는 실익이 없어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소심해씨는 삼성전자 주식을 그대로 보유한 채 2천원의 수익을 챙겼다.

만약 주가가 한 달 뒤 7만원으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대담해씨는 약속한 8만원에 사면 되레 손해이므로 권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소심해씨는 2천원의 프리미엄을 챙기지만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1만원)을 메우기엔 부족하다.

반대로 주가가 9만원으로 오르면? 대담해씨는 기다렸다는 듯 시세보다 싼 8만4천원에 살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 그러면 소심해씨는 삼성전자 주식을 9만원이 아닌 8만4천원에 넘겨야 한다. 주가는 1만원 올랐지만 실제 수익은 6천원(주가차익 4천원+프리미엄 2천원)으로 쪼그라드는 것이다(이 가상의 사례는 ‘커버드콜’ 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변수를 제외해 손익구조를 단순화함-편집자).

‘중위험-중수익’ 구조

요즘 ‘커버드콜’(Covered Call)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커버드콜은 소심해씨의 사례처럼 주식 등 자산을 매수하는 동시에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름과 연관시켜 ‘커버할게, 뭘? 주식의 변동성을, 어떻게? 콜옵션을 팔아서’ 정도로 기억하면 좋을 듯하다. 이 상품은 콜옵션 매도금과 주식 배당금을 더한 금액을 달마다(혹은 분기별로) 지급해 정기적으로 현금이 필요한 투자자에 적합하다.

하지만 눈앞의 배당 수익이 많다고 이를 고수익 상품으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이 상품은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으면서 크게 빠지지도 않는 게걸음 장세에 유리하다. 사례에서 보듯 만약 주가가 ‘육만전자’로 주저앉으면 콜옵션 매도금액으로 손실을 조금 줄일 수 있을 뿐이다. 반대로 ‘구만전자’로 치솟으면 그냥 삼성전자만 사는 게 수익이 훨씬 크다. 하락장에서는 덜 빠지지만 상승장에서는 위가 막혀 있는 ‘중위험-중수익’ 구조인 셈이다.

국내 증시에는 커버드콜 ETF가 19개 상장돼 있다. 실제 운용성과는 어땠을까? 먼저 국내 커버드콜의 대명사로 불리는 ‘TIGER 미국나스닥100커버드콜(합성)’을 살펴보자. 이 펀드는 나스닥100을 매수함과 동시에 나스닥100 콜옵션을 매도하는 구조로 돼 있다. 2022년 9월 상장해 지금까지 매달 100원 정도를 꾸준히 배당했다. 이 기간에 순자산가치(NAV)를 반영하는 주가도 4.1%(5월10일 기준) 올랐다. 배당과 시세 차익을 합친 수익률은 25.5%(연평균 15.6%)에 이른다. 같은 기간 나스닥100지수는 57.9% 올랐다. 상승장에서 콜옵션 매도는 펀드 수익률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같은 시기에 상장한 ‘KODEX 미국배당프리미엄액티브’는 연 13.8%의 수익을 냈다. 이 펀드는 S&P500 종목 중 배당 성장주를 사고 해당 콜옵션을 매도한다.

그런데 이 펀드들은 운용기간이 현재 1년 7개월에 그쳐 장기로 투자해도 이러한 성과가 유지될 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래서 이보다 5년 정도 이른 2017년 8월에 설정된 ‘KODEX 미국S&P500배당귀족커버드콜(합성 H)’의 성과를 들여다봤다. 운용기간이 6년 9개월로 증시의 급등락기를 두루 겪은 터라 중장기 수익률을 가늠하는 데 상대적으로 적합할 것으로 봤다. 이 펀드는 S&P500 배당주 지수 매수와 콜옵션 매도를 결합한다. 배당수익률은 연 6% 안팎인데 실제 수익률은 연 4.3%(누적 28.8%)로 계산된다. 주가가 상장 당시 1만55원에서 8635원(5월10일 기준)으로 14.1% 떨어진 탓이다.

금리 플러스 알파 노려

앞의 펀드들과는 기초지수나 콜옵션의 종류 등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커버드콜 상품은 시세 차익보다는 금리 플러스 알파를 노리는 투자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시장이 아닌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커버드콜의 성적표는 어땠을까? ‘TIGER 200커버드콜ATM’은 코스피200을 사고 콜옵션을 판다. 펀드명 뒤에 붙은 ATM(등가격)이란 옵션의 행사가격이 기초자산의 현재가와 같다는 걸 말한다. 즉 삼성전자 주가가 현재 8만원이라면 한 달 뒤 동일한 8만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매도하는 것이다.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권리 행사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그 대가(프리미엄)도 높다. 배당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펀드는 2018년 2월 출시됐는데 수익률은 연 2.1%에 그쳤다.

행사가가 현재가보다 높은 옵션은 OTM(외가격)이라고 한다. ‘TIGER 200커버드콜5%OTM’에서 ‘5%OTM’이란 행사가가 현재가보다 5% 높다는 뜻이다. 현재 코스피200 지수가 370이라고 가정하면 이보다 5% 높은 388.5에 콜옵션을 매도하는 상품이란 얘기다. 국내 커버드콜 ETF 중 가장 이른 2012년 10월 상장한 이 펀드의 수익률은 연 3.9% 수준이다.

월간이 아닌 주간 단위로 콜옵션을 팔아 배당 수익을 높이겠다는 커버드콜도 나왔다. 주가지수 외에 테슬라와 같은 개별종목,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도 거래된다. 모두 2023년 말 이후 출시돼 성과를 판단하기엔 이르다. 커버드콜 ETF의 유형과 성격이 다양해진 만큼 투자에 앞서 손익구조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한광덕 편집위원 kdhan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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