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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사 2024. 6. 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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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의 브랜드는 일시적인 관심이나 트렌드가 아닌, 글로벌 패션 신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뚜렷한 존재감을 새기고 있다. 해외 매거진 커버를 장식하고, 셀러브리티와 협업하는 일이 익숙한 요즘. 변화와 성장의 중심에서 흐름을 이끌며, 놀라운 현재를 체감하고 있는 젊고 파워풀한 디자이너들에게 온라인 콘택트를 요청했다.
KIMHĒKIM

KIMHĒKIM

@maison_kimhekim

김해김은 디자이너 김인태가 2016년 론칭한 브랜드다. 디자이너의 본관인 ‘김해’와 성인 ‘김’을 합쳐 만든 독특한 브랜드 이름은 2000년 전 장식예술로 유명했던 금빛 가야왕국의 장인정신을 상징한다. 파리의상조합에 국내 디자이너 최연소 정회원으로 등록된 것은 물론, 프랑스패션연합회(FHCM)를 통해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와 나란히 파리 패션위크에 데뷔하기도 했다. 그는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파리에서 매년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어느 도시, 어느 곳에 있나?

경복궁 돌담길 옆에 위치한 김해김 아틀리에에 있다. 오전부터 디자인팀, 생산팀 미팅 등 새로운 컬렉션을 디벨롭하고 생산하는 업무를 했다. 이 인터뷰를 마치면 다시 세일즈팀과 미팅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김해김의 메인 오피스, 주 활동 무대는 어디인가?

2017년부터 우리는 서울에 기반을 두고, 파리의상조합 회원으로서 한국을 대표해 매년 파리에서 컬렉션을 선보이는 시스템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24 F/W 컬렉션에선 유니섹스 라인을 처음 선보였다. 이렇게 카테고리를 확장한 이유가 있나?

SNS에서 매번 남성 사이즈를 외치던 우리의 팔로워를 위해 특별히 선보이게 됐다. 앞으로도 계속 유니섹스 라인을 좀 더 다채롭게 작업할 예정이다.

리본, 진주, 헤어 등 여성스러운 느낌을 지닌 요소를 과감하게 부풀리고 강조하면서 강렬하고 강한 이미지를 완성하는 것이 인상 깊다. 이런 모티브를 꾸준하게 사용하는 이유가 있나?

매 시즌 새로운 요소를 선택해 깊게 연구하고 새로운 실루엣과 디테일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 디자인팀의 미션이다. 리본이나 진주 같은 여성스러운 요소도 간결하게 사용함으로써 강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해외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김해김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한국의 미 사상과 일맥상통하게 김해김은 간결하지만 시적이고, 강하지만 과하지 않은 매력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2021년도부터 미에 대한 집착 시리즈를 진행하며 실험적인 ‘Buy it if you can’, 일상적인 ‘my uniform’, 특별한 날의 ‘Tonight’, 전통문화를 연구하는 ‘KIMINTE KIMHĒKIM’으로 전체적인 컬렉션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해외에서 직접 체감하는 한국 패션 신의 존재감은 어떤가? 이전과 확실히 달라진 것을 느끼나?

파리, 런던, 뉴욕, 밀라노, 도쿄 등 세계의 모든 패션 도시를 다녀봤지만 서울만큼 하이패션 신에 관심이 많은 도시는 없다고 느꼈다. 따라서 하이패션에 대한 소비도 세계 어느 곳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져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많은 한국 디자이너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음을 몸소 느끼고 있으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미래가 매우 기대된다.

K-POP을 시작으로 다양한 한국 문화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런 부분이 브랜드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한국 디자이너로서 한국 문화의 일부분인 K-POP에 영감을 받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도 K-POP에 대한 어린 시절 추억이 영감이 돼, 자연스레 컬렉션에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는 블랙핑크의 코첼라 공연을 무한 반복해 보기도 한다.

오간자 소재를 사용하거나 한국의 전통 매듭 방식을 활용하는 등 우리 문화를 컬렉션에 녹이는 방식이 흥미롭다. 꾸준하게 한국의 정체성을 컬렉션에 담는 이유가 있나?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께서 알려주신 한복 바느질이 영감의 원천이다. 한국문화센터에서 매듭, 조각보, 서예 등을 배우며 할머니와 함께했던 시간을 회상하고, 그 시간을 컬렉션에 반영하는 것이 작업 방식의 일부가 됐다.

김해김 하면 ‘아름다움과 ‘집착’이라는 키워드가 연관돼서 떠오른다. 두 키워드에 대한 디자이너의 견해가 궁금하다.

아름다움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나의 집착이다.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있나?

어떤 디자인을 하든지 재미가 있거나 스토리가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이 상품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더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컬렉션의 주제나 디자인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

주변에서 열리는 모든 전시는 다 찾아보는 편이며, 매주 일요일은 혼자만의 서점데이도 즐긴다. 하지만 일상에서 우연히 얻는 영감만큼 재밌는 것도 없다. 왜냐하면 친구들과 장난스러운 대화, SNS상의 떠도는 이미지 또는 충동적인 기차 여행도 큰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이끌어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Love yourself, first’, 김해김은 자기애를 바탕으로 한 내면과 외면의 균형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데 가치를 두고 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하다.

2023년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많은 분들이 김해김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된 것에 굉장한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파리, 뉴욕, 런던, 도쿄, 상하이 등 멋진 도시에 김해김을 직접 만나는 스토어를 오픈할 계획이다. 나아가서 패션뿐만 아니라 코즈메틱, 인테리어, 음악, 연극, 예술 등을 아우르는 문화의 장을 여는 것이 우리의 장기적인 목표다.

GOOMHEO

GOOMHEO

@goomheo

남성복 브랜드 굼허(Goomheo)를 이끌고 있는 허금연은 2011년부터 런던에서 생활하며,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학부, 석사 졸업 쇼에서 모두 우승했고, 조나단 앤더슨, 킴 존스 등의 디자이너가 거쳐간 런던 패션 이스트 지원을 받은 최초의 한국인. 2022 LVMH 프라이즈 세미 파이널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남성 컬렉션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지만 남자만을 위한 스타일을 추구하지는 않으며, 편견을 허무는 콘셉트와 독창적인 절개, 실루엣을 바탕으로 굼허만의 창의적인 세계관을 펼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어디에 있나?

서울에서 2025 S/S 컬렉션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이후 파리와 런던에서 촬영 및 쇼룸을 해야 해서 컬렉션이 마무리되면 파리와 런던에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서울, 런던, 파리를 자주 오가던데.

1년에 2~3회 시즌마다 세 도시를 다닌다. 주로 서울에서는 컬렉션 디벨롭과 제작을 하고, 파리에서는 세일즈 쇼룸, 런던에서는 비주얼 팀들과 매 시즌 컬렉션 촬영을 한다.

그럼 굼허의 메인 오피스는 어디인가?

서울.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작업은 무엇인가?

2025 S/S 컬렉션과 웹사이트 온라인 숍 론칭 준비.

굼허에 대한 반응이 가장 좋은 도시는 어디인가?

아무래도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고 브랜드를 시작한 런던, 유럽 쪽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매거진이나 판매, 셀러브리티의 반응를 통해 예측이 가능한데, 최근 한국에서 두 번의 시즌 론칭 이벤트 이후 유럽 못지않은 호응을 받고 있어 뿌듯하다.

최근 한국 브랜드들이 유럽에서 입지를 견고히 하며 분명 하나의 패션 신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 같다. 굼허 역시 그 이슈의 중심에서 주목받는 브랜드로 손꼽히고 있다. 당사자로서 체감하기엔 어떠한가?

도시를 오가며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을 감사히 생각한다. 한국 패션, 한국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는 확실히 달라졌다. 코로나19 이후로 컬렉션을 발표하는 방식이 다양해지다 보니, 어디에 기반을 두든 상관없기도 한 상황이라, 메인 도시를 벗어나 한국에서 활동하는 브랜드들도 해외에서 더 주목받을 수 있게 됐다. 온라인, 소셜미디어 등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누구나 해외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굼허가 해외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아무래도 해외에서 브랜드를 시작한 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대학교와 대학원을 런던에서 다니고 좋은 기회에 런던 패션위크에서 패션 이스트와 컬렉션을 몇 시즌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이 굼허라는 브랜드가 자리 잡고 인지도를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첫 컬렉션을 선보였던 시기부터 다수의 매체에서 ‘지금 가장 한국을 대표하는’ ‘주목해야 할’ 브랜드로 지목되었다. 이들을 끌어당기는 굼허의 힘은 무엇일까?

굼허가 보유한 컬렉션의 무드와 남성성(masculinity)을 나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해서 보여주려고 매 시즌 노력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단 나 스스로에게도 새로워야 하고, 매번 기존에 보지 못했던 비주얼을 시도하려고 한다.

스스로도 성공했다, 혹은 인정할 만한 순간을 떠올린다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고 이루고 싶은 일이 많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느낀 적은 없다. 다만 내 작업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던 순간은 LVMH 프라이즈 세미 파이널에 올랐을 때다.

서울과 런던 패션 시장에 차이가 있나?

개인적으로 제작은 확실히 런던이 편하다. 복잡한 디자인일수록 그 차이를 더 느낀다. 디자인을 하고 제작하며 소통하는 과정은 런던이 더 쉬운 것 같은데, 결정적으로 퀄리티나 소재를 발전시키고 자재를 소싱하는 면에선 한국이 월등히 우월하다.

새로운 컬렉션을 구성할 때,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무드, 캐릭터, 신선함.

개인적으로 지금 가장 꽂혀 있는 관심사는?

솔직히 말하자면 현재 작업하고 있는 2025 S/S 컬렉션이 나의 가장 큰 관심사다.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 컬렉션의 깊이와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이자 고민이다.

지금까지 컬렉션 중 만족도가 높았던 컬렉션을 꼽자면?

가장 만족도가 높은 컬렉션은 없다. 매번 아쉬움이 있기 때문에. 다만 가장 기억에 남고 애정하는 컬렉션은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학사 시절 졸업 컬렉션이다. 내가 굼허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첫 컬렉션이고, 백지장에 여러 색의 물감을 마구 흩날려 만든 듯한 컬렉션이지만 개인적으로 그 에너지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런가 하면 2024 F/W 컬렉션을 보고, 짧은 시간 내 굉장히 많이 성숙했다고 느꼈다.

이번 컬렉션에 대해 그런 피드백을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고 컬렉션을 만들 당시의 업무와 스트레스로부터 회피하고 싶었던 내 심정을 담았기에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비쳤던 거 같다. 어떤 이들은 그런 무드를 성숙하고 차분하게 느낀 거라 생각한다. 거의 모든 룩에 회피하고 싶을 때 둘러쓰기 좋은 후드를 달았고 아우터나 상의 자체도 무거운 분위기로 연출하며 컬렉션 전반의 흐름과 디자인을 연결지으려 노력했다. 컬렉션, 룩북의 무드 모두 해보지 않은 느낌이라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던 것도 있다.

어느새 첫 컬렉션을 선보인 지 5년여가 지났다. 그리고 다시 5년 뒤, 굼허는 어떤 브랜드가 되어 있을까?

굼허의 지난 컬렉션들을 봤을 때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한다. 내가 학교 도서관에서 어느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보고 영감을 받았던 것처럼.

JiyongKim

JiyongKim

@jiyongkim_official

남성복 브랜드 지용킴을 전개하는 김지용은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학부 및 석사 과정을 수료한 후, 메종 미하라 야스히로, 르메르, 루이 비통에서 디자인 어시스턴트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지난 2023년 제19회 SFDF를 수상했으며, 올해는 LVMH 프라이즈의 세미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됐다. 옷을 야외의 햇빛과 자연에 노출해 바래게 하는 선-블리칭(Sun-Bleaching) 기법을 통해 자연과 시간의 흔적이 담긴 옷을 만든다.

이는 자연스럽게 빛의 그러데이션이 나타나는 유일무이한 작업이자, 인간의 의도 위에 자연의 우연이 겹치는 결과다.

지금 이 순간 어느 도시, 어느 곳에 있나?

지금은 런던이다. 다른 일로 초대를 받아서 왔다가 오늘은 내가 졸업한 학교 도서관에서 리서치를 하고 있었다.

현재 지용킴의 메인 오피스, 그리고 주 활동 무대는 어디인가?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우리 브랜드의 옷은 파리, 런던, LA, 뉴욕, 도쿄, 오사카 그리고 서울 등 많은 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선-블리칭이라는 자연적인 염색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지용킴의 특별한 점 중 하나다. 지금까지 이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나?

선-블리칭은 시간과 자연의 흔적이 만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옷으로 탄생한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단순히 그 과정을 넘어 누군가의 옷장에서 쉽게 잊히지 않고 오래 기억됐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뿐인 고유한 옷이 만들어지는 이 방식을 통해 시간이 지나도 가치를 잃지 않는 지속가능성을 간직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브랜드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인기가 많아지면서 선-블리칭 방식의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선-블리칭 제품 이외의 것도 인기가 많아서 아직까지는 우리가 수량이나 스타일 수를 조절하며 제작할 수 있다. 그래서 큰 어려움은 없는 편이다.

컬렉션을 전시 형태로 선보이는 것이 독특하다.

패턴, 드레이핑 같은 세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직접 입어보는 것이 우리 브랜드의 방향성과 맞다고 생각해 전시 형태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선- 블리칭은 오랜 시간 자연에서 바랜 무수히 다양한 톤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그리고 천천히 봐야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있나?

오리지널리티.

컬렉션의 주제나 디자인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

정말 다양한 곳에서 얻는다. 길거리에서, 그리고 도서관에서 읽은 책들, 사진가의 사진집 등.

패션뿐아니라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도 인상적이다. 준비하고 있는 협업이나 프로젝트에 대해 미리 귀띔해줄 수 있나?

다른 산업과 함께한 프로젝트를 6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작년에 SFDF 수상자로 선정됐고 올해는 LVMH 세미 파이널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소감이 궁금하다.

사실 SFDF는 연말, 그리고 LVMH는 연초에 결과를 알게 돼 실감이 안 났다. 학생 때부터 지원해보고 싶었던 어워즈라 더 감격스러웠다. 너무 기뻤고, 많은 업계 종사자 분들에게 우리 작업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브랜드 론칭 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이뤘다. 그 과정은 어땠나?

정말 험난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해서 오히려 헤쳐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직도 자주 열악한 환경이었던 첫 작업실이 생각난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고 한국에 역수입됐다. 부담감을 느끼진 않았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학사를 졸업한 후,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브랜드를 처음 시작했다. 그래서 런던에 주로 있었고, 성인이 되고는 한국에서 오래 지낸 적이 없어서 부담스러운 마음은 없었다. 오히려 한국에 얼른 우리 브랜드를 보여주고 싶었고, 좋은 편집숍과 인연을 맺길 바란 기억이 난다.

해외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지용킴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독창성. 이때까지 패션 산업 자체에 존재하지 않았던 방식을 새로이 선보인 브랜드고, 이를 감도 높은 이미지로 잘 풀어낸 것이 강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

해외에서 직접 체감하는 한국 패션 신의 존재감은 어떤가? 이전과 확실히 달라진 것을 느끼나?

글로벌 쇼룸에서 세일즈를 진행하는데, 바이어 외에도 많은 분들이 구경하러 온다. 파리 패션위크는 사실 여전히 보수적이다. 그렇지만 그건 우리가 잘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루아침에 바뀌는 건 없으니까.

K-POP을 시작으로 다양한 한국 문화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런 부분이 브랜드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이전엔 한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유럽 친구도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K-Pop뿐 아니라 한국의 문화사업 덕분에 인지도 자체가 많이 올라간 것 같다. 브랜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문화적인 것보단 한국 패션 자체의 파급력이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하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오랫동안 지용킴을 잘 키워가고 싶다.

JIWINAIA

JIWINAIA

@Jiwinaia

지위나야의 디렉터 마리사 지위 석(Marisa Jiwi Seok)은 서울에서 태어나 밀라노에서 자랐고, 런던 유학 생활을 거쳤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졸업 후 본격적으로 시작한 주얼리 브랜드 지위나야는 진주와 유색 크리스털에 핸드 페인팅을 더해 저마다 재기 발랄한 캐릭터를 불어넣었다. 위트와 철학이 담긴 주얼리 디자인은 물론 사진가 페트라 콜린스와 작업한 캠페인 비주얼, 이스트팩부터 빅터앤롤프 쿠튀르, 최근의 헬로키티&프렌즈 컬래버레이션까지 다방면의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오며 귀엽고 유머러스하지만,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보여주는 중.

우리가 서로 어떤 환경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이 순간 어느 도시, 어느 곳에 있나?

현재 밀라노의 작업실에 있다.

브랜드 이름 지위나야는 어떤 의미인가?

JIWINAIA는 단순히 두 이름을 합성한 단어다. JIWI는 내 한국 이름 ‘지원이’를 줄인 애칭이고, NAIA는 단순히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름이다. NAIA의 한국어 발음 그대로 ‘나야’라는 의미를 갖는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

2015년에 브랜드를 론칭했으니 햇수로 10년 됐다. 한국에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초반과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과 지금도 여전한 것은 무엇인가?

맞다. 곧 10주년을 맞는다. 도무지 실감 나지 않는다. 피부에 와닿게 달라진 점은 글쎄 없는 것 같다. 새 프로젝트에 동하는 아이 같은 호기심과 흥분을 계속 유지하고 싶을 뿐이다. 지위나야의 10주년은 주얼리를 벗어난 분야까지 소개할 수 있는 완벽한 시간으로 삼으려고 한다.

오늘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정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요즘은 협업 캡슐 컬렉션과 지위나야 다음 컬렉션을 위한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작은 점토 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해 디자인에 착수 중이다.

젊은 주얼러는 요즘 귀하다. 시행착오나 나름의 부침도 있었을 텐데?

주얼리 브랜드를 안 했더라도 겪었을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진다. 지위나야가 모든 사람을 위한 주얼리는 아니라는 점이 꽤 어렵다. 나는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소개하는 것보다 독창적인 나만의 디자인을 유지하고 시그너처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에게 솔직하려고 한다.

가장 좋아하는 재료를 예상해본다면 역시 진주가 아닐까?

아무래도 지위나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들은 바로크 양식의 담수 진주일 거다. 독특한 모양을 찾아 하나하나 손으로 새기고 정성스럽게 그린 것들이다. 고전적인 소재의 최종 결과물은 보다시피 이렇게나 반항적이지만 말이다. 약간의 유머를 포함한 이런 충돌은 아직까지 질리지 않는다. 진주를 안 쓰는 건 앞으로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2024 S/S 컬렉션 ‘Best Wishes’ 얘기를 해보자. 긍정을 기원하는 비정형의 진주 레터링과 깜찍한 모티브의 언밸런스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지위나야의 모든 컬렉션이 내포한 유머러스함을 좋아한다. 물론 그 귀여움 뒤에는 더 많은 것이 있다. 이번 컬렉션은 처음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았다. 환상적인 가상 세계에 갇힌, 이 세계의 진짜 나 자신과 다른 세계의 나 사이에 있는 소녀. 두 개의 차원에 있는 소녀가 이 컬렉션을 입고 있는 모습과 상황을 그리려고 노력했다.

당신의 컬렉션에 키치, 밈(Meme), Y2K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디자이너인 당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인가?

지위나야를 생각할 때 쉽게 연상되는 단어들이다. 아마도 진주에 그려진 단어의 아이러니한 사용 때문일 테다. 그중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가까운 건 아마 키치 아닐까? 늘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도 하지만, 분명 난 키치함 없인 살 수 없다.

K-pop 아티스트들도 지위나야를 즐겨 착용해 주목받았다.

한국 아티스트가 지위나야를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래서 나의 절대적 넘버원 아티스트인 씨엘이 지위나야를 착용한 걸 보고 기분 좋게 놀랐다. 모든 피스가 처음부터 그녀를 위한 것인 듯 완벽했다. 그리고 최근 뉴진스가 입은 것도!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지위나야를 활용하는 방식은 나에게도 매우 신나고 신선한 자극이 된다.

해외에서 직접 체감하는 한국 패션 신의 존재감은 어떤가? 이전과 확실히 달라진 것을 느끼나?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 문화와 콘텐츠의 거대한 영향력을 느낀다. 한국 패션 신도 이번 변화와 함께 최근 몇 년 동안 극적으로 바뀌었다. 어릴 때부터 이탈리아에서 살아왔지만, 요즘 이곳의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인보다 K-컬처에 대해 더 빠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지위나야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의한다면?

직감이 이끄는 대로(Follow My Intuition).

Editor : 최태경, 이상, 이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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