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죽음으로 본 여성… 세 작가의 애도방식 탐구[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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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잠재의식 연구에 매달렸고, 그 결과 '꿈의 해석'을 썼다.
'아버지'의 죽음이 '남성'에게 고통스러운 상실이듯 '어머니'의 죽음은 '여성'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이자 고통스러운 상실이라고, 따라서 여성으로서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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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루이 포르 지음│유치정 옮김│문학과지성사
정신분석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잠재의식 연구에 매달렸고, 그 결과 ‘꿈의 해석’을 썼다. 그는 남성의 영역에서 아버지의 상실보다 고통스러운 상실은 없다고 단언했다.
저자는 문제를 제기한다. ‘아버지’의 죽음이 ‘남성’에게 고통스러운 상실이듯 ‘어머니’의 죽음은 ‘여성’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이자 고통스러운 상실이라고, 따라서 여성으로서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다행히 적절한 사례가 있다. 프랑스어로 글을 쓴 대표 여성 작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시몬 드 보부아르, 아니 에르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인 글쓰기로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자기만의 방’을 인용하자면, 자기만의 방에 어머니를 위한 ‘장례의 방’을 내준 여성들이다.
책은 여성에게 어머니는 ‘원형’이자 ‘예고된 형상’으로서 일종의 ‘자아’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여성으로서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단순히 슬픔을 마무리하는 문제가 아니다. 애도란 어머니가 없는 세상에서 존재의 방식을 재구성하는 것이고, 자아를 복원하는 작업이며, 궁극적으로는 자기 구원의 문제라고 역설한다.
다만 애도의 양태는 세 작가 모두 달랐다. 태어난 지 열흘 만에 어머니를 여읜 유르스나르는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결여의 감정을 부인하지만, 오히려 모성에 대한 갈망을 부인하는 힘이 그녀가 글을 쓰는 데 ‘은밀’한 동력이 됐다. 보부아르의 경우엔 관계 복원 및 ‘회복’으로 작용했다. 이는 사르트르의 죽음과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태도 차이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소울메이트였던 사르트르의 죽음엔 커플의 해체를 말했던 보부아르가 냉담한 관계였던 어머니의 죽음엔 친밀함의 복원과 관계의 생성을 말한다. 에르노의 경우엔 텍스트 속에서 죽은 어머니를 되살려 ‘육체를 부활’시킨다.
책은 문학 평론이란 형식을 통해 ‘남성-아버지’에 가려져 있던 ‘여성-어머니’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여성 작가들의 어머니에 대한 글쓰기의 의미를 복권한다. 남성과 여성을 대립적인 시각으로 그려낸 측면이 있지만, 남성 중심적 사고 체계가 여전히 강력한 현재에 위협을 가하는 유효한 책이다. 259쪽, 1만8000원.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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