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복귀할게요" 약속 지킨 155km 특급유망주…선발진 연쇄 이탈 속 등장한 롯데의 희망은 야구가 즐겁다

박승환 기자 2024. 6. 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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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이민석./롯데 자이언츠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재밌게 던지고 있어요"

이민석은 지난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고교시절부터 투수로 전향한 케이스로 투수로서 경험이 많은 편은 아니었으나, 150km 중반의 빠른 볼을 던지는 재능은 스카우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민석은 데뷔 첫 시즌 한 차례 선발 기회를 포함해 27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5.88로 값진 경험치를 쌓았다. 당시 최고 구속은 155km.

마운드에서 타자들을 윽박지르는 투구를 바탕으로 가능성을 보인 이민석은 지난해에도 불펜 투수로 시즌을 준비, 시작했다. 그런데 두산 베어스와 개막전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던 중 몸에 문제가 생긴 듯 갑작스럽게 팔꿈치를 부여잡더니, 자진해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크로스 체크를 진행한 결과 우측 팔꿈치 측부 인대 재건술(MCL)과 함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게 됐다.

롯데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부상이었다. 데뷔 첫 시즌을 소화한 뒤 팔꿈치 문제로 재활군에 머물렀던 이민석의 몸 상태를 체크해보기 위해 1차 스프링캠프가 끝난 뒤 한차례 검진을 진행했었던 까닭. 당시 MRI를 비롯한 정밀 검진을 받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민석의 팔꿈치에서 특별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었다. 이후 일본 오키나와 스프리캠프에서의 연습경기, 시범경기 일정을 이상 없이 소화했는데, 시즌 첫 등판에서 탈이 났던 것이다.

MCL의 경우에도 토미존에 해당되는 수술이었던 만큼 통째로 시즌을 날리게 된 이민석은 2024년 5월 1군 복귀를 목표로 재활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지루하고 힘겨운 시간을 잘 견뎌낸 이민석은 올해 미국 괌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1군 선수단과 함께 시즌을 준비했다. 그리고 빌드업을 위해 2군에서 시즌을 맞은 이민석은 계투로 마운드에 올라 점진적으로 투구수와 이닝을 늘려나갔고, 4월 12일부터 본격 선발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4월 26일 삼성 라이온즈 2군과 맞대결을 시작으로 세 경기 연속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결과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롯데 자이언츠 이민석./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이민석./롯데 자이언츠

5선발 자리에 공백이 생겼던 김태형 감독이 2군에서 눈부신 퍼포먼스를 뽐내고 있는 이민석에게 선발 기회를 줄 뜻을 밝힌 것. 이민석은 2023년 부상을 당했던 잠실구장에서의 두산을 상대로 다시 1군 마운드로 돌아왔고, 3⅓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역투했다. 당시 손가락 멍으로 긴 이닝을 소화하진 못했으나, 최고 154km의 강속구를 뿌리는 등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찰리 반즈를 비롯해 롯데 주축 선발진들이 연쇄적으로 이탈하게 되자, 지난 1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다시 한번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했다.

MCL 수술을 받았을 때 2024년 5월에는 1군 마운드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던 이민석. 그는 '약속을 지켰다'는 말에 "제가 뱉은 말은 지켜야 되니, 최대한 5월에 맞춰 돌아오려고 했다"며 '야구가 재밌는 시기가 되고 있을 것 같다'고 하자 "2군에서 시즌 초반에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 기분도 좋지 않고 그랬다. 그래도 선배, 코치님들께서 '어차피 컨디션만 회복되면 기록은 좋아질 거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래서 조급하게 돌아오지 않으려 했고, 지금은 굉장히 재밌게 던지고 있다"고 싱긋 웃었다.

1년 가까이 실전 경기를 치르지 못했던 만큼 시즌 초반 2군에서 성적은 썩 좋지 않았던 이민석. 하지만 이 과정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 그는 "우선 감각적인 부분이 가장 컸다. 그리고 투구를 한 이후에는 이틀 또는 3일씩을 쉬어야 될 정도로 팔이 무겁기도 했다. 하지만 핑계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초반에 못 던졌던 과정을 겪지 않았다면 지금 1군에 있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성적은 아쉬웠지만, 오랜 공백과 큰 수술에도 불구하고 구속에는 전혀 영향이 없었다. 이민석도 구속 걱정은 없었다고.

이민석은 "경기를 치르기 전 라이브피칭과 불펜 피칭에서도 140km 후반이 나왔었다. 그래서 스피드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다. 올해는 구속에 대한 욕심을 가지지 않으려 한다. 정말 완벽한 팔 상태는 내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날씨가 따뜻해지면 구속이 더 올라올 수 있겠지만, 올해는 경기 감각과 1군에서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아프지 않게 1년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는 분명 내년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이민석./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이민석./롯데 자이언츠

표본이 많지 않고, 1군에서 선발로 등판한 횟수도 두 차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짧은 기간 동안 이민석은 많은 것을 배워나가고 있다. 이민석은 "NC전이 끝난 뒤 정상호 코치님께서 '어제 잘 던질 수 있었던 이유가 뭐냐'고 여쭤보셨는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코치님께서 '직구가 우타자 인코스로 날리는 편이었는데, 반대로 슬라이더의 제구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해주셨다. 그리고 4회부터는 체인지업을 쓰기 시작했는데, 타자들이 생각지 못한 공이 생겨서 힘이 살짝 떨어졌을 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고 (유)강남 선배님도 말씀을 해주셨다. 이런 경험과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태형 감독은 이민석이 시즌 첫 선발 등판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빠른 투구 템포에 대한 칭찬을 한 바 있다. 이 부분에서도 발전을 거듭하는 중. 이민석은 "빠른 템포로 던지는 것이 나도, 보는 사람도 편하지만, 이 부분은 상대 타자들에게는 불편함을 주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다만 항상 똑같은 템포로 가다 보면 집중타를 맞을 때가 있더라. 그래서 이제는 마운드에서 한 번 내려와서 타이밍도 끊고, 1군에서는 (유)강남 선배님이 한 번씩 올라와 주시는 등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복귀전을 치른 이후 주위로부터 수많은 연락과 축하를 받았던 이민석은 "올 시즌에는 아프지 않는 것이 1차 목표다. 아무래도 부상에서 돌아온 첫 시즌이다 보니 제한이 걸릴 수 있지만, 2군으로 내려가지 않고 선발로 15경기 이상 등판하고 싶다"며 "지금 팀 분위기는 너무 좋다. 내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팀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민석은 7일 '안방'에서 SSG 랜더스를 상대로 시즌 세 번째 선발 등판을 갖는다. 이민석이 씩씩한 투구를 바탕으로 데뷔 첫 선발 승리와 연이 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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