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수지, 또 새로운 얼굴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전작 '이두나!'에선 화려했지만, '원더랜드'는 청초하다. 매 작품마다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찾아내는 배우 수지다.
영화 '원더랜드'(감독 김태용·제작 영화사 봄)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수지는 극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남자친구 태주(박보검)를 AI로 복원한 정인 역을 맡았다.
먼저 수지는 출연 이유에 대해 "이야기 자체가 신선하다고 느꼈다. 원더랜드 서비스가 그 당시엔 막연한 기술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고,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데이터를 기억에 의존해 만들어진다는 게 흥미로웠다. 정인과 태주의 관계는 죽지 않았기 때문에 의문스럽긴 했지만 그런 부분들도 흥미롭더라"고 말했다.
영화는 코로나 이슈로 인해 4년 만에 개봉됐다. 다시 보니 어떻냐는 질문을 받자 "참 어렸구나, 풋풋한 감정을 느꼈다. 또 이번에 영화를 보니까 전에 봤을 때보다 영화 자체에 몰입할 수 있어서 더 내용이 와닿더라. 다른 에피소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더 눈에 들어온다. 예전엔 저의 연기에 집중했다면 지금 보니까 다른 분들이 나올 때 더 울컥하고 영화 자체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얘기했다.
수지는 오래된 연인 태주(박보검)이 의식불명에 빠진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AI태주와 일상을 보내는 연기를 했다. 하지만 태주가 깨어난 뒤부터 혼란스러움을 겪고 스스로도 딜레마에 빠지는 모습을 열연했다.
수지는 "감독님이 현장에서 '인간이랑 소통이 더 어렵다'는 말을 하셨다. 연기하면서 실제로 그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다. AI는 내가 듣고 싶은 말, 딱 맞는 위로와 상황을 제공하니 그로인해 채워지는 것 같고, 공허함이나 외로움이나 감정을 느낄 틈이 없다. 하지지만 똑같은 인물인데 대화도 안 통하고 날 힘들게 하는 것이 내가 사는 인생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정인의 내면을 연기하면서 "아무래도 AI 태주와 현실 태주에서 오는 혼란스러움을 표현하는 게 저한테는 좀 숙제 같았고, 가장 잘 표현하고 싶은 부분이었다"고. 수지는 "어려웠던 건 조금 태주와 정인의 이야기를 다 보여줄 수가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부족하진 않을까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 채워가려고 했던 작업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수지는 영화 속에 잘 드러나지 않는 태주와의 오래된 연인 서사를 배우 박보검과 함께 쌓아갔다고 한다. 그는 "저희도 많이 얘기를 나눴다. 오래된 연인, 태주 정인은 둘 말고는 없다. 사실 영화에 우리만의 이야기가 나올 순 없어 서로 대화하며 상황을 인지하며 연기해 나갔다"고 말했다.
틈틈이 박보검과 커플 사진을 찍으며 서사를 만들어나간 수지는 "감독님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것이라고 생각은 못하셨을 거다. 예상했던 것보다 저희가 더 진심이었던 거다. 그만큼 작품에 진심이었고 이 둘의 행복한 시절이 많이 나오지 않으니까 둘이 함께 했던 시간을 사진으로 메꿔보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촬영장에 여러 벌 옷을 가져와 나름 커플사진을 찍고 서로 콘셉트 아이디어도 냈다. 밥 먹을 때도 일단 남겨놓자 해서 찍고, 쉴 때도 쉬는 것 같지도 않고, 촬영장에 늘 생얼에 운동복으로 가야 하는데 늘 챙겨 입고 가야 하는 것이 있었다. 당시엔 피곤할 때도 있었지만, 같이 마음이 잘 맞아서 만들어냈던 걸 보면 굉장히 좋고 뿌듯하고 아주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미소 지었다.
박보검과 호흡이 잘 맞았다는 수지는 "서로 작품에 임하는 마음이 비슷했던 것 같다. 현장에서 정인으로 있었던 것 같고 태주로 있었던 것 같다. 현장에서 춤추고 텐션이 잘 맞았다 싶었다. 평소 텐션이 그렇지가 않은데 현장 마음가짐이 똑같아 그 인물로서 만났던 느낌이다. 진짜 장난을 많이 치고 재밌게 놀았던 부분들이 많았다. 서로를 배려하니 호흡도 맞춰지고 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 '드림하이' 이후 13년 동안 연기 생활을 이어가는 수지다. 이번 '원더랜드' 뿐만 아니라 연기를 하면서 점점 자신을 알아가는 중이라고 한다.
수지는 "어렸을 때부터도 그렇고 전 감정에 무딘 사람 같다. 느끼는 것도 오래 걸리고 표현하는 것도 시간이 걸렸던 사람이라고 생각이 든다. 진짜 못 느껴서가 아니라 워낙 표현하는 게 습관이 안 된 사람이라 감정을 내비치는 사람이 어색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연기를 하다 보니까 감정을 표현하는데서 짜릿함이 올 때가 있다"며 "감정을 느끼고 표현해야 하다 보니까 성격이 바뀐다. 나한테 이런 다양한 감정이 있었구나 다양한 것들을 느끼고 있을 때 이런 재미가 있구나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배우 수지의 얼굴도 찾아가고 있단다. 그는 "제 얼굴이 강점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저는 그런 것 보다 생각보다 나한테 다양한 얼굴이 있구나를 좋아한다. 각각 다른 캐릭터를 맡을 때 다른 캐릭터로 보였으면 좋겠다. 작품을 만날 때 새로운 얼굴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배우로서 나이를 먹어간다는 기대감도 있다. 4년이 지난 얼굴을 보면 다르게 느껴지고, 눈빛이나 표정 쓰는 것도 달라지고 조금씩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막연하게 나이가 들었을 때 얼굴이 어떤 인상으로 변해있을까 궁금하다. 변한 얼굴이 어떤 작품, 캐릭터를 만났을 때 어떻게 보일까란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끝으로 수지는 "오랜만에 영화로 관객들 만나는 것도 설레고 저 또한 오랫동안 기다려온 작품이기도 하고 애정인 큰 작품이기도 해서 개봉한다는 사실이 매우 좋고 뭉클하다"며 "각자가 어떤 슬픔을 감당하는 방식도 다르고, 기간도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결국은 다 이겨내게 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다"고 희망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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