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한포기 없는 사막에 소금 웅덩이라고?"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사막 한가운데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풀 한포기 없는 허허벌판에 까브리만 오롯이 서있다.
옆에 넓은 구덩이가 파여있는데 그 안에 뭔가 하얀 것이 눈에 띄었다.
이 햇살 따가운 늦여름에 눈일리는 없고 흙이 하얀색인가 갸우뚱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소금이었다. 사막에 소금이라니
참 신기한 일이다. 그러고보니 발하슈호수도 짠물이었는데 아마도 옛날엔 이 주변이 바다였을까.
다시 메인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한다. 길가에 가끔 양떼와 말들이 보이는데 이 끝도 안보이는 바싹 마른 황량한 땅에 뭐 먹을게 있을까 싶어 안타깝다. 야생동물인가 궁금했는데 나중에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분명 주인이 근처 어딘가에서 보고 있을 거라고 한다.
허허벌판 달린다 만난 낙타떼.. "이 곳에서 너를 보다니, 반갑다"
아침에 본 것과 같은 하얀 소금이 쫘악 깔린 웅덩이같은 곳이 자주 눈에 띈다. 꽤 넓은 저수지나 호수같은 곳이 바싹 말라버려서인지 눈이 소복이 내린 것처럼 보인다. 카스피해를 제외하면 내륙국가인 카자흐스탄에서 귀한 소금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장소일 것 같다. 다 사람이 살게 해두신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가도가도 끝없는 메마른 누런 땅만 나오고 그늘 찾아보기가 힘들다. 두세시간 운전 후 쉴 때도 그냥 길가에 차를 세우고 땡볕에 나와 허리 한번 펴고 차상태나 잠깐 들여다보고 그렇게 쉬는게 쉬는게 아닌 휴식시간을 잠깐 갖고 또 남쪽을 향해서 계속 달려간다.
한참을 달리다 길을 건너고 있는 낙타떼를 만났다. 낙타들이 놀라지 않게 차를 살살 세우고 기다린다. 차 없던 옛날엔 저 녀석들이 훌륭한 이동수단이었겠지. 동물원이 아닌 곳에서 낙타를 만나니 신기한 마음에 구경하느라 기다림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도로상태가 꽤 좋은 편이다. 가끔 공사중인 비포장 구간이 나오기도 하지만 포트홀이나 갈라진 곳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러시아보다 도로 관리가 썩 잘 돼있는 듯 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주행할 때 힘들던 것 중 하나가 볼일 보는 일이었다. 러시아에서도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무 뒤에서 해결하거나 쉼터에 재래식 화장실이라도 종종 보였었는데 이곳에는 쉼터 찾아보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우리가 사람들이 잘 안다니는 루트로 다녀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차 세우고 쉴만한 공터나 변소가 거의 없었다. 가려줄 나무도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언제 다른 차가 지나갈지도 모르는데 밖에서 소변을 보기가 불가능해서 주로 차안의 휴대용변기를 이용했다.
휴대용 변기는 용변을 본 후 청수를 조금 부어 헹구어 아래통으로 내려보내는데 둘이 약 2~3일 정도 사용할 수 있었다. 한봉지에 1000원이 넘는 용변분해제를 넣으면 냄새를 어느정도 막아주고 대변도 분해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대변은 웬만하면 밖에서 해결했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버릴때 보게되서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변을 볼때는 모종삽으로 땅을 판 후에 일을 보고 흙으로 덮었다.
딱 한번 길가의 카페 옆에 화장실을 발견했는데 구세주를 만난듯 반가웠다.
건조해서 그런지 냄새도 많이 안나고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키르기스스탄에 가까이 갈수록 풍경이 푸르러진다
키작은 나무가 한두그루 보이다가 키큰 나무들도 점점 많이 보이게 되니 웬지 살것같다는 느낌이 들고 공기도 달라진 것 같아 숨쉬기 편하다. 몰랐는데 내가 나무를 좋아했었구나 싶다.
국경이 가까워오자 꽤 큰 아름드리 나무들이 길가에 줄지어 있어 드디어 그늘 아래에서 쉴 수가 있었다. 카자흐스탄을 쭉 지나며 해를 피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간만에 그늘에 들어오니 살랑살랑 시원한 바람도 불고 너무 좋았다. 햇빛아래는 사람이 익어버릴듯 뜨거운데 그늘이 이리 시원하고 좋다니 해의 에너지가 정말 대단하다 싶다.
이제 곧 국경이 나오겠구나 하며 가고있는데 네비가 갑자기 유턴을 하라고 하더니 좁은 샛길로 인도를 한다. 샛길에 들어서자마자 비포장도로가 나오고 길이 점점 좁아진다. 우리 외에는 사방에 차가 한대도 안보인다. "이거 뭔가 좀 이상한데?"
지도를 보니 우리차가 향하는 방향이 국경쪽이 맞고 그 너머가 키르기스스탄이기는 했다. 하지만 길은 흙바닥에 차가 다닐 수는 있지만 찻길이라고 하기 힘든 상태고 더군다나 국경사무소같은 건물따위는 눈씻고 찾아볼래야 볼 수가 없었다.
"이렇게 국경을 넘어서는 안될것 같아." 여권에 입국 도장도 없이 엉겁결에 국경을 넘게되면 잘못하다가 밀입국이라고 큰 문제가 생기는게 아닌가 더럭 겁이 나서 차를 돌려 다시 큰길로 돌아가기로 했다.
큰길에 들어서자 KORDAI라는 우리가 가려는 국경이 도로표지판에 보인다. 다행이다.
바보같은 네비가 우리를 또 한번 엉뚱한데로 안내해서 계속 따라갔으면 큰일날 뻔 했다.
한참을 더 달려 오후 12시쯤 드디어 국경에 도착했다. 큰 트럭들은 안보이고 승용차 여러대가 두줄을 만들어 줄지어 있었다.
우리는 어디 설까 눈치보다 그냥 짧은 오른쪽으로 차를 세웠다가 왼쪽에 차들이 쭉쭉 들어가길래 우리도 얼른 그쪽으로 옮겨 따라들어가려했다. 그러나 들어가기 직전 입구에서 제지당하고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자국차와 외국차로 나눈걸까 왜 줄이 다른지 몰랐지만 뭐 하라는 대로 그냥 기다릴 수밖에.
그리고 전혀 예상을 못했던 것 중 하나는 운전자를 제외한 동승자들은 차에서 내려서 다른 문으로 따로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철문 앞에서 갑자기 내리라는 손짓을 보고는 엉겁결에 여권과 스마트폰만 겨우 가지고 내린 나는 당황해서 두리번거리다가 다른 사람들을 따라서 구석의 작은 문을 지나 국경사무소로 걸어들어갔다.
짧은 줄을 기다려 여권에 시원하게 출국도장을 받고 다시 유리창이 양옆으로 이어진 긴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흰색 아치구조물 아래 검문소에 까브리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혼자 키르기스스탄 입국장으로 가기도 좀 두렵고 탄이 혼자 짐을 내리고 검문을 받으며 고생하면 어쩌나 발걸음이 떨어지질않아 한동안 통로 유리벽에 붙어서 지켜보았는데 군인 여러명이 까브리에 들락날락 올라갔다 나왔다 한다. 깐깐하게 보며 힘들게하나 걱정되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군인들이 신기하고 궁금해서 구경들 한거라고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
한참이 지나고나서 드디어 까브리가 카자흐스탄 국경을 빠져나온다. 탄이 통로에 서있던 나를 발견하고 가까이 왔다. 잠시 차를 세우고 서로 손짓발짓으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탄아 잘 통과해야해~', '시로야 잘 들어가서 기다려~' 뭐 그리 애틋하게 신파를 찍을 일인가 싶기도 했지만 짧게라도 다시 봐서 좋았다.
통로를 지나 국경을 넘는 지점 오른편에는 작은 강이 보인다. 이 강이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국경을 나누는 기준이 되나보다.
나는 짐도 없고 해서 키르기스스탄 입국수속도 금방 끝났다. 여권에 입국도장을 받고 건물을 나오니 나같은 동승자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 무리에 섞여 까브리를 목빼고 기다렸다.
긴장하고 국경을 넘고 뙤약볕에 기다리고 있자니 목이 매우 탔는데 있는거라곤 여권과 스마트폰이 다였다. 옆에 콜라 파는 곳이 있었는데 사마시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한시간이 걸릴지 두시간이 걸릴지 전혀 알 수가 없어 마음을 내려놓고 그저 기다리고 있던 중 한 30여분이 지나서 저 멀리 반가운 까브리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와! 생각보다 빨리 나왔네?"
긴시간은 아니었지만 나 혼자 이렇게 뚝 떨어져있은 적이 없었어서 다시 만난 탄과 까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탄이 국경넘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군인들이 우호적이고 인상도 좋고 웃으며 대해주어서 여기는 험한 국경은 아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두번째 국경 통과의 기쁨을 탄과 나누며 서로 축하를 했다. 키르기스스탄에는 만나기로 한 분들이 많았다. 한국에서 알게된 선교단체의 대표님을 통해 여러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어떤 분들을 뵙게될까 설레고 기대가 많이 되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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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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