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 스타십, 궤도 왕복비행 첫 성공
스페이스엑스, 4차 시험발사
회수·재사용 핵심 기술 시연
일론 머스크의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가 개발 중인 역대 최강 우주로켓 스타십이 네번째 시험발사에서 목표로 했던 궤도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비행 과정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스타십 전체를 회수 및 재사용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시연했다.
스페이스엑스는 6일 오전 7시50분(한국시각 오후 9시50분) 미국 텍사스 남부 보카치카해변에 있는 스타베이스 발사장에서 스타십을 발사했다.
이륙시 추진체인 1단 슈퍼헤비 33개 엔진 중 1개가 점화되지 않았으나 비행은 정상적으로 이뤄져, 발사 2분50초 후 고도 75km 상공에서 1단과 2단을 성공적으로 분리했다. 이후 1단 슈퍼헤비는 지상으로 방향을 돌려 이륙 7분 후 멕시코만 해상에 떨어졌다.
우주선 역할을 겸하는 2단 스타십은 고도 220km까지 올라가 최고 시속 2만7천km의 궤도비행을 하며 지구를 거의 한 바퀴 돌았다. 이후 다시 대기권에 진입한 스타십은 1400도 이상의 마찰열을 견뎌내면서 이륙 1시간 6분 후 인도양 바다에 착수했다. 고도 50km 근처 상공에서 자세를 조정하는 플랩(작은 날개) 중 하나가 손상을 입었으나 큰 지장은 없었다. 스페이스엑스는 이로써 대기권 재진입 단계를 무사히 마치고 바다에 착수한다는 이번 발사의 목표를 달성했다.
발사 거듭할수록 향상된 기술력 과시
머스크는 시험비행이 끝난 직후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많은 타일을 잃고 플랩이 고장나기는 했지만 스타십이 무사히 바다에 부드럽게 착수했다”며 “대단한 성과를 거둔 스페이스엑스팀에 축하를 보낸다”고 말했다.
스페이스엑스는 발사를 거듭할수록 향상된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2023년 4월 1차 발사에선 2단 로켓이 분리되지 않은 채 발사 몇분만에 공중 폭발했으나 11월 2차 발사에선 2단 로켓 분리와 33개 엔진을 전부 점화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이어 지난 3월 3차 발사에서는 처음으로 대기권 재진입 단계까지 이뤄내면서, 화물 운송에 필요한 화물칸 문(페어링) 여닫기, 추진제(액체 메탄과 액체 산소)의 우주선 내 이송 등 새로운 기술 시연에 성공했다. 그러나 슈퍼헤비는 2단 스타십 분리 후 하강하는 과정에서 엔진이 정상 작동하지 않아 해상 착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스타십은 대기권에 재진입 과정에서 자세 제어에 실패하면서 마찰열을 이겨내지 못하고 화염에 휩싸였다. 3차 비행에서의 최고 고도는 234km, 최고 시속은 2만6천km였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발사 간격도 짧아지고 있다. 1차 발사 후 2차 발사까지는 7개월, 이어 3차 발사까지는 4개월, 4차 발사까지는 3개월이 각각 걸렸다.
2026년 유인 달 착륙 기대감 높여
이날 궤도 비행 성공으로 2026년 9월로 예정된 미 항공우주국(나사) 아르테미스 3호의 유인 달 착륙 비행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나사는 스타십을 달 착륙선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우리는 아르테미스를 통해 다시 달로 가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며 “그 다음엔 화성을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엑스는 스타십이 달까지 가려면 약 10번의 우주 급유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이스엑스는 올해 안에 몇차례 더 시험발사를 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이르면 올해 안에 궤도에서의 우주 급유 시험을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40층 건물 높이에 엔진이 39개
화성 여행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스타십은 ‘슈퍼헤비’로 불리는 로켓(1단)과 우주선을 겸하는 ‘스타십’(2단)으로 이뤄져 있다. 로켓(70m)과 우주선(50m)을 합친 높이가 120m로 40층 건물 높이에 해당한다. 1960년대에 아폴로 우주선을 달에 보냈던 새턴5 로켓보다 9m가 더 높다.
1단과 2단을 모두 회수해 재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했으나 시험비행에서는 재사용을 위한 해상 바지선 회수 프로그램을 가동하지는 않는다.
엔진 수는 1단 슈퍼헤비에 33개, 2단 스타십에 6개를 합쳐 모두 39개다. 이는 현재 이 회사의 주력 로켓인 팰컨9의 4배에 이른다. 연료를 모두 주입한 스타십의 총 중량은 4900톤(건조중량 300톤)이다.
추력은 7500톤으로 최대 150톤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나사가 달 유인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를 위해 개발한 에스엘에스(SLS)의 거의 두배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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