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황동규 18번째 시집 '봄비를 맞다'

김용래 2024. 6. 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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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詩歷) 66년의 시인 황동규(86)의 열여덟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녹록지 않은 노년의 삶을 이어가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시적 자아와 현실 속 자아가 주고받는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생의 의미와 시의 운명을 묻고 답하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시인은 시집 뒤표지 글에서 "마지막으로 정리할 게 무엇인가 생각할 때가 되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도 아침에 해가 뜨고 아파트 발코니에선 꽃들이 피고 지고 있다. 보고싶은 사람들이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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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장편소설 '호모 콰트로스'
책 표지 이미지 [문학과지성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 봄비를 맞다 = 황동규 지음.

시력(詩歷) 66년의 시인 황동규(86)의 열여덟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녹록지 않은 노년의 삶을 이어가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시적 자아와 현실 속 자아가 주고받는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생의 의미와 시의 운명을 묻고 답하는 데 온 힘을 쏟는다.

늙음은 어느덧 아흔을 바라보고 있는 노시인이 주로 쓰는 소재다.

어느 날엔 새 여권을 신청하는데 지문이 오랜 시간 닳고 닳아 없어진 것 아닌가. 찜찜함 속에 겨우 수속을 마친 시인은 돌연 모종의 깨달음에 다다르고는 이렇게 읊는다.

"가만, 나도 모르게 세상 여기저기 찍어놓고 갈 물증을 지워버리고 살게 됐어. / 홀가분하지. / 느낌들을 가볍게 밀며 걷는다."(시 '지문'에서)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자신의 느린 걸음을 무심히 느끼면서도 시인은 내일이면 또 별이 뜨리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참맹세든 헛맹세든 / 지난 맹세는 다 그립다. / 내일 저녁에도 이 별은 뜨리라. / 걸으리, / 가다 서다 하는 내 걸음 참고 함께 걷다 / 길이 이제 그만 바닥을 지울 때까지."(시 '그날 저녁'에서)

황동규의 시들을 읽고 있노라면 늙음이 늙음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대가의 사유와 문장이 가진 힘일 것이다.

시인은 시집 뒤표지 글에서 "마지막으로 정리할 게 무엇인가 생각할 때가 되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도 아침에 해가 뜨고 아파트 발코니에선 꽃들이 피고 지고 있다. 보고싶은 사람들이 있다"고 적었다.

문학과지성사. 156쪽.

책 표지 이미지 [해피북스투유. 재판매 및 DB 금지]

▲ 호모 콰트로스 = 우석훈 지음.

근미래의 한국. 바이러스 '사포엔치'의 창궐과 방사성 물질 누출로 인한 재앙으로 인류가 멸망 위기에 처하자 절대 수명이 4년에 불과한 신인류 '호모 콰트로스'가 출현해 새로운 문명을 개척한다.

인류의 생존 사이클이 4년으로 한정되면서 자원의 무분별한 수탈로 파괴됐던 환경은 점차 자정능력을 회복한다. 또 인공지능(AI)을 통한 정부의 절대적 통제하에 극단적으로 짧아진 생애주기에 맞춰 문명이 재편되면서 새로운 인류는 긴 안정기에 접어든다. 하지만 인간 수명의 연장을 시도하는 세력이 등장하면서 인류의 운명은 또다시 새 국면을 맞게 된다.

장편소설 '호모 콰트로스'는 '88만원 세대'로 유명한 경제학자 우석훈의 작품이다. '모피아'(2012년)와 '당인리: 대정전 후 두 시간'(2020년)에 이은 그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내가 독자들에게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행복이었던 것 같다"면서 "(4년은) 뭐든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독자 여러분의 4년이 밀도 있고, 행복으로 가득한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썼다.

해피북스투유. 448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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