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세대 뛰어넘은 웃음, '지구마불' 지속가능성
유튜브 콘텐츠로 시작…ENA 방송 확대
시즌2 파트너 실험 긍정적…시즌3 고민
"박준형 눈물 고백, 열번 봐도 감동적"
"디테일함 차별화…세대초월 웃음 공감"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김태호(49) PD의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처음부터 크게 주목 받은 프로그램은 아니다. '여행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보다, 크리에이터 곽튜브(32·곽준빈)·빠니보틀(36·박재한)·원지(35·이원지)에게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제작사 테오 설립 후 '후배들과 어떻게 재미있게 해볼까?'라는 고민에서 시작, 유튜브 콘텐츠로 먼저 선보였고 ENA 방송으로 확장했다. 시즌1(2023)은 시청률 1%대(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겨우 넘겼지만, 시즌2는 최고 2.3%까지 찍으며 시청층을 넓혀갔다. "요즘 마트, 백화점 등에 가면 어머니, 아이들이 알아봐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해온 콘텐츠가 첫 번째부터 큰 칭찬을 받기 보다, 항상 던져두고 시청자 반응이 어떤지 살펴보고 개선해 나갔다. 그런 경험을 비춰 봤을 때 지구마불도 더 재미있게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후배들과 함께 한 유튜브 콘텐츠가 ENA로 와서 시즌2까지 하고, 시즌3를 고민하는 시점이 와서 의미있다. 젊은 역량의 PD들과 함께 성장해 뿌듯하다. 항상 '정해진 틀 안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확장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지 고민하라'고 한다."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주사위를 던져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여행 프로그램이다. 보드게임 '부루마불' 콘셉트를 가져왔다. 크리에이터들이 각 여행지에서 콘텐츠를 촬영하고, 조회수 총합이 가장 높은 1명에게 우주여행을 상품으로 증정하는 방식이다. "매주 농담처럼 후배들에게 '재미있는 콘텐츠를 세상에서 제일 먼저 보게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며 "나도 보면서 즐거웠다"고 털어놨다.
"2022년 햄버거 가게에서 노홍철씨를 통해 곽튜브, 빠니보틀을 처음 만났다"며 "요즘 방송 콘텐츠를 만드는데 인력이 많이 들지 않느냐. 20년 전 카메라 1~2대로 찍는 리얼함과 터프함이 그리웠다. 이분들이 그렇게 하는 것 같아서 배우고 싶었고 '나중에 한 번 해보자'고 한 게 시즌1이 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큰 영향 줄 때에 비해 여행 콘텐츠 영향력이 떨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여행과 음식은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어떻게 차별화할까?' 고민하다가 지구마불 게임 요소를 넣었다"고 덧붙였다.
시즌1은 곽튜브·빠니보틀·원지만 여행을 다녔다면, 시즌2에는 게스트가 등장해 콘텐츠가 풍부해졌다.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2라운드에 개그맨 김용명(45), 그룹 'god' 박준형(54), 배우 공명(30), 4라운드엔 배우 원진아(33), 김도훈(25), 강기영(40)이 함께 했다. 특히 곽튜브는 이상형으로 꼽은 원진아가 눈 앞에 등장해 놀랐는데, "우리의 촉이 상당히 좋다고 생각했다"며 "'누구를 데려가야지'라는 느낌보다, 캐릭터에 맞는 분들을 미팅하고 전략적으로 섭외했다"고 귀띔했다.
"우리의 고민과 크리에이터 고충이 있었다. 시즌1 때 5라운드 정도 레퍼토리가 나왔는데, 긴 과정을 소화하는 걸 힘들어 하더라. 날씨, 시차 변화 등으로 인해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다. '동반자가 있으면 어떨까?' 고민했는데, 세분이 시즌1 끝나고 동시에 '파트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 콘텐츠 차별성을 위해 실험했다. P성향 원지와 파워J 원진아씨가 나중에 분간이 안되고, 곽튜브와 강기영씨가 하나가 되는 모습이 의도치 않게 보였다. 빠니보틀 자체도 텐션이 높지 않은데, 여행 초보와 함께 하니 생각지 못한 시너지 효과가 나왔다. 캐릭터를 부여해 접근한 게 긍정적인 효과를 낳지 않았나 싶다."
8회에서 박준형이 곽튜브와 함께 포트투갈 나자레를 여행하며 눈물을 쏟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파도를 보며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유년 시절 인종차별을 당할 때 유일하게 나를 괴롭히지 않았던 곳이 파도"라며 "파도는 나를 보호해주고, 더 강한 사람으로 만들어준 친구"라고 고백했다. 곽튜브도 "학창시절 왕따를 당해 자퇴했다. 그때 집에서 TV만 봤다"고 털어놨다. 박준형은 "TV가 친구네. 너에게는 TV, 나에게는 파도"라며 공감했다.
김태호 PD는 "열 번 봐도 눈물이 나더라. 애초 그런 걸 기대하고 섭외한 분이 아니"라며 "곽튜브와 케미가 쌓이면서 예능적으로 재미를 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울컥한데, 박준형씨가 울음을 터뜨릴 때 10대 소년 같았다. 그 순수함에 감동이 왔다"고 귀띔했다. 공동연출한 김훈범 PD 역시 "나와 카메라 감독님도 울면서 찍었다"며 "사실 포르투갈은 반신반의 하면서 간 곳이다. 큰 파도가 치지 않는 날인 걸 알고 갔는데, 여기서 '다른 걸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본인의 서사를 감동스럽게 얘기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우주여행은 아직 실현하지 못했지만 진행 중이다. "내가 엔진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서 답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은 힘들다고 하는데, 계속 알아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시즌1 우승자 원지는 모델 신현지(28)와 함께 유럽 횡단 열차 베니스 심플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여행을 즐겼다. 시즌2 우승자는 8일 오후 7시50분 마지막 14회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에도 우주여행이 쉽지 않아서 시즌2 우승자가 나오면 상품을 바로 논의할 것"며이라며 "우승 상품 관련 스핀오프를 짧게 촬영하고, 시즌3는 여러가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지상파부터 케이블채널, 유튜브까지 여행 콘텐츠 범람의 시대다. 차별화를 위해 다른 프로그램도 챙겨 보는지 궁금했는데, 김태호 PD는 "지구마불은 어떤 콘텐츠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봐야 할 게 많다"면서 "'선재 업고 튀어'도 못 봤다. 지구마불이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다"며 웃었다.
반면 김훈범 PD는 "여행 프로그램 1회 정도는 거의 다 챙겨본다"며 "1회에 모든 걸 보여주려고 노력하지 않느냐. 참고하는 것도 많다. 어떤 식으로 여행 콘텐츠를 보여주려고 하는지 보여서 느끼는 바가 많고, '우리는 어디로 가야겠다'는 영감도 얻는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거친 화면, 남들이 생각했을 때 B컷 같은 느낌이 많다"며 "일부러 이런 장면을 많이 넣는 이유는 달라 보이고 싶고, 찍은 환경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세 크리에이터가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활약, 이미지 소비가 큰 것도 사실이다. 여행 프로그램이 워낙 많아 소재 고갈 관련 고민도 적지 않을 터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200개국이 넘어서 '갈 수 있는 곳이 많겠지' 싶었는데, 실제로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나라, 대륙별 선호하는 곳도 다르지 않느냐. 다른 여행 프로그램에서 많이 가도 시청자들이 좋아하면 포함시키고, 익숙한 곳만 넣으면 그 맛일 것 같아서 익숙하지 않은 곳도 넣는다.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 함께 시청자들이 좋아할 법한 콘텐츠를 조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어떤 예능 출연자들이 사랑 받고 캐릭터가 익숙해지는 건 수년 동안 경험했다. '우리 것만 해야 돼' '다른 건 나가면 안돼'라고 하기 보다, 우리가 더 고민하고 준비하는 게 차별화하는 포인트다. 항상 '여기까지 회의하면 기존 프로그램과 같지만, 디테일함이 다른 프로그램과 갭을 늘리는데 중요한 포인트'라고 얘기한다. 장인, 장모님이 여든이 넘었는데, 다섯 살, 열 한살 아이와 함께 지구마불을 보면서 웃더라. 70년을 뛰어넘어 웃음의 공통점이 발견되면 좋은 프로그램이지 않을까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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