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비 10만원 들더라도"…중고 명품 거래 늘었다
경기침체 속 명품 니즈 여전…중고로 대체
플랫폼, 오프라인 매장 확대 추세
중고 명품 거래가 늘고 있다. 중고거래 및 명품 플랫폼들이 중고제품의 정품 검수와 클리닝 등의 서비스를 구축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판매자는 중고명품을 직접 만나 거래하는 부담을 덜고, 구매자는 검수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저렴한 가격대의 명품을 구매할 수 있게돼서다.
엔데믹 이후 급격히 성장한 중고 명품 거래 시장은 팬데믹 당시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 매장을 오픈런 한 후 정가보다 비싸게 웃돈을 주고 거래하는 리셀과 다른 양상이다. 고물가 속에 새 상품을 구매하기는 부담스러워지면서, 정가보다 낮은 가격대의 중고를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새 것보다 저렴한 '헌 것' 선호
직장인 A씨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명품백을 100만원대에 판매했다. 거래 과정에서 구매자가 검수 서비스를 요청해 상품을 먼저 플랫폼에 보냈다. 플랫폼의 검수센터에 도착한 상품의 검수가 끝난 후 A씨는 계좌로 판매금액을 입금받았다. A씨는 "정산을 받는 데 나흘 정도 걸렸지만 중고거래 시 부담해야 하는 배송비도 지원해주고 구매자에게서 불필요한 문의를 받지 않아도 돼 편리했다"고 말했다.
명품백을 690만원에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구매한 B씨도 유료 검수 서비스를 이용했다. 검수비는 10만원. B씨는 "오프라인 정식 매장 오픈런을 해도 구할 수 없었던 모델을 중고거래를 통해 저렴하게 구했다"면서 "브랜드 개런티 카드나 영수증을 가짜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들어서 검수비가 들더라도 정품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중고 명품 거래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실제로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는 올해 1분기 패션 카테고리 유료 결제액이 전년 대비 100% 늘었다. 작년 4분기에 비해 3개월 사이 43% 증가했다. 올해 3월엔 패션 카테고리 유료 결제 거래 건수가 8만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명품플랫폼 트렌비는 중고사업을 통해 지난해 적자 규모를 208억원에서 32억원으로 줄였다. 트렌비 측은 "이익 구조가 좋은 중고명품 비지니스가 트렌비 매출총이익에 40%이상 차지하면서 지난해 이익률이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중고명품 플랫폼 구구스도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 2150억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19.7% 성장한 수치로 역대 최고치다. 같은 기간 판매건수와 구매자수는 각각 전년 대비 6.4%, 12.9% 늘었다. 그 중 첫 구매자수는 19.9% 증가했다.
달라진 중고 명품 거래
중고 명품 시장이 커진 데는 '정품 검수 서비스'가 결합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쓰던 물건을 직접 중고판매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플랫폼들이 검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 거래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나 위험성 등을 덜 수 있다는 장점도 중고 명품 수요 증가에 기여했다.
고물가, 경기 침체 등으로 새 명품을 구매하려는 수요는 줄었다. 실제로 명품 브랜드들의 매출은 줄거나 성장폭이 둔화했다.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성장률 7.1%를 기록했다. 다만 2021~2022년 기간 해마다 30%대의 매출 성장률을 보인 것에 비해 성장폭이 줄었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2.4% 감소했다. 하지만 명품 자체에 대한 니즈는 줄지 않아 중고 명품 활성화로 이어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 경기침체 속에 명품 가격이 인상된 가운데 소비자들의 명품 니즈가 이어지면서 중고거래가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플랫폼들이 검수 서비스를 마련하면서 가품 거래 위험성을 줄인 데다 에스크로(안전거래)를 통해 거래 안전성이 담보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검증센터·오프라인 매장 확대
이에 따라 중고 명품을 취급하는 플랫폼들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2022년 12월 유료서비스 '번개케어'를 론칭한 번개장터는 현재 서울 성수동 530평 규모의 번개케어 검수센터를 운영 중이다. 번개케어는 정품 여부를 전문가가 확인해주는 검수서비스를 비롯해 폴리싱, 안전결제 등을 제공한다. 중고명품이 정품이 아닐 경우 최대 200% 보상해준다.
번개장터에서 구매자가 번개케어를 요청하면 판매자는 번개장터에 제품을 보내야 한다. 번개장터에서 해당 중고제품에 대한 정품 검수가 끝나면 판매자에게 대금을 입금하는 식이다. 제품은 번개장터가 구매자에게 보내준다. 구매자가 부담하는 검수비용은 상품 가격에 따라 다르다.
트렌비, 구구스 등 명품 전문 플랫폼들도 채널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렌비는 새 상품 위주에서 점차 중고사업에 힘을 주면서 다양한 중고 서비스를 마련했다. △바로판매(판매자로부터 트렌비가 매입해 현금 지급) △위탁판매(트렌비에 위탁판매해 소비자가 구매하면 정산) 중에 선택해 판매할 수 있다.
또 트렌비는 같은 가격대의 명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셔플'과 명품을 원하는 기간 만큼 사용한 후 포인트로 돌려받아 다른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바이백' 등을 운영 중이다.
트렌비는 AI 기술을 활용해 중고 상품의 가격 견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매입·위탁 판매센터는 14개를 운영 중이다. 최근엔 GS리테일과 협업해 편의점 GS25, GS더프레시 등 근거리의 택배기기를 통해 중고명품을 맡길 수 있도록 했다. 트렌비는 올해 중고사업을 2배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구구스는 현재 전국 27개의 직영 매장을 운영 중이다. 작년에 울산, 판교, 동래, 청담블랙 등 4개의 신규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최근까지 한남, 수원 등 2개 점포를 새로 열었다. 이외에도 백화점 협업과 입점을 추진하는 동시에 스파 브랜드와 제휴를 맺고 위탁 수수료 할인 등의 이벤트를 진행키도 했다.
구구스 측은 "코로나 이후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명품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고가의 명품 특성상 직접 눈으로 확인 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오프라인 중고명품 매장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폐업수순 '김호중 소속사'…카카오·SBS, 손실 어떻게 털까
- 신용카드 '즉시결제' 혜택 누가 쓰나 했더니
- [보푸라기]암 걸렸는데 보험금 '절반'만 준 보험사…왜죠?
- [공모주달력]'승리의 여신:니케' 만든 시프트업 수요예측
- '개구리 코인' 올들어 10배 급등…밈코인 열풍 언제까지
- 한화, 美타임 '세계 영향력 100대 기업'…홀로 빛났다
- 자금난 아니라더니…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나선 이유
- '1인 5.6억/230만원' 위례 실버타운, 어떤가요?
- "옷을 입었는데 더 시원하다"…'냉감소재'의 원리
- 4세대 실손 가입자 60%, 비급여 보험료 '5%내외 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