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만원' 중국 전기차 몰려온다···BYD, 韓 정부 인증절차 돌입[Biz-플러스]
중국산 제품 부정적 인식 등 고려
현지와 유사하게 가격 책정 유력
일정 수준 이상 보조금 확보 가능
전기차 부진 '메기 역할' 기대도
연말께 론칭···내년초 판매할 듯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인 비야디(BYD)가 국내에서 전기승용차를 판매하기 위한 정부 인증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최저 1900만 원대 저가 전기차가 한국에 상륙하게 되면서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자동차시장도 격변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BYD는 올해 안에 인증절차를 거친 뒤 전기승용차 출시까지 마치겠다는 목표다.
6일 정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BYD는 최근 자체시험결과를 바탕으로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인증심사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려면 제조사는 소음기준·1회 충전주행가능거리·에너지소비효율 등 환경안전 인증을 받은 뒤 보조금 지급 여부를 평가받아야 한다. 절차에는 통상 2~3개월가량이 소요된다. BYD가 공식적인 정부심사에 돌입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시 차종은 최근 평택항에서 입항이 목격된 소형 해치백 차량 ‘돌핀’과 중형 세단 차량 ‘씰’이 유력하다. 중국 내에서 돌핀은 최저 1900만 원, 씰은 390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두 차량의 판매 가격이 중국과 유사하게 책정될 경우 국내 보조금도 일정 수준 이상 확보가 가능하다. 다만 두 차량에 장착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낮은 에너지밀도와 환경성 계수는 국내 보조금 책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BYD가 차량 출시를 위한 준비를 대부분 마친 만큼 연내 전기승용차 출시도 가능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BYD는 수도권 딜러사를 선정하기 위한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유력 후보로는 한성자동차와 삼천리 등이 꼽힌다. BYD는 BMW 미니코리아의 조인철 총괄본부장을 BYD 부사장으로 영입하고 홍보 대행사를 교체하는 등 조직 재정비도 끝냈다.
비야디(BYD)의 전기승용차가 국내 인증 절차에 본격 돌입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 이미 도전장을 낸 기아의 EV3와 KG모빌리티의 코란도EV 등에 비해 BYD의 차량이 우월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문만 무성했던 BYD의 국내 진출이 눈앞까지 다가오면서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둔화)의 탈출구로 여겨졌던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서 출혈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현재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심사 중인 BYD의 소형 해치백 차량인 ‘돌핀’은 국내에서 가장 값싼 경형 전기차인 ‘기아 레이EV(세제 혜택 전 2775만 원)’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저렴하다. 중형 세단 차량인 씰은 BYD의 셀투보디(CTB) 기술이 세계 최초로 적용된 차량으로 가격 대비 높은 성능을 자랑한다. CTB란 차량 본체와 배터리·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을 하나로 통합해 강성과 효율성을 모두 높이는 기술을 뜻한다. 두 차량 모두 유럽의 신차 안정성 프로그램(euro NCAP)에서 최고 등급을 받기도 했다. 두 차량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유럽 인증 기준 최대 427㎞(돌핀), 570㎞(씰)에 이른다.
한국 시장 진입을 위해 BYD가 현지 판매가와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할 가능성도 있다. 통상 국내 시장 진입 시 가격을 더 높여잡는 게 일반적이지만 중국산 제품에 대한 한국의 부정적 인식을 고려해 가격 경쟁력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투자은행(IB) UBS에 따르면 BYD는 배터리, 차량용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전체 부품 75%에 대한 수직 계열화를 이루면서 경쟁사 대비 30% 수준의 가격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BYD의 대항마로는 최근 기아가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3’가 꼽힌다. EV3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탑재해 롱레인지 모델 기준 1회 충전에 501㎞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가격은 보조금 적용 시 3000만 원 중반대로 전기차 대중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기아의 주력 모델이다. KG모빌리티의 코란도EV(3000만 원대)도 BYD의 경쟁 상대다.
다만 업계에서는 BYD가 저가 차량을 원하는 고객 수요를 빼앗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완성차 업계의 관계자는 “중국의 초저가 전략은 테무 등 유통 업계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상륙한 바 있다”며 “충분한 성능까지 입증하고 있는 BYD가 국내 업체들을 위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YD의 진출이 전기차가 부진한 한국 시장에서 일종의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저렴한 중국차가 시장에 풀리면서 오히려 본격적인 기술 개발 경쟁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자동차 업계에서는 국내 전기차의 비싼 가격이 캐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5만 7823대로 2022년(15만 7906대) 대비 소폭 감소했다. BYD가 같은 기간 중국 외 시장 판매량을 5만 5656대에서 24만 2759대로 4배 이상 늘린 것과 비교하면 전략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에 BYD는 중국 내수 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수출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한국에 대한 대대적 공세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다.
BYD가 국내 시장 공략에 이미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서 전기버스가 국내 상용화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만큼 공략 대상을 넓히는 데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BYD가 오프라인 채널 확대 전략을 내세운 것도 이 같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판매를 앞세우는 테슬라와 상반된 전략이다. 딜러 역할을 할 국내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식 딜러는 국내 판매 물량의 50% 배정을 전제로 자사의 전시장과 AS센터를 활용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한편 환경부와 산업부의 심사가 통과될 경우 BYD의 전기승용차 출시는 연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원호 BYD코리아 상용 부문 대표는 4월 “올해 말께 준비 중인 승용차 브랜드를 론칭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연말에 전기차 보조금이 소진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실제 판매는 내년 보조금 책정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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