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상생(相生)하다

2024. 6. 7. 07: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유월로 접어드니 나날이 초록빛이 짙어만 간다.

꽃이 지고 난 나뭇가지마다 초록이 모두 자리를 점하며 주위는 온통 짙은 녹색 톤으로 뒤덮여간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녹색 감을 굉장히 좋아한다.

올 여름 나의 패션도 과감하게 멋진 녹색으로 물들이고 싶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숙자 시인.

유월로 접어드니 나날이 초록빛이 짙어만 간다. 꽃이 지고 난 나뭇가지마다 초록이 모두 자리를 점하며 주위는 온통 짙은 녹색 톤으로 뒤덮여간다. 산천초목도 저마다 몸집을 키워가니 산과 들이 정말 몰라보게 든든하고 씩씩해졌다. 마치 훈련소에서 처음 군복을 받아 입고 힘차게 훈련을 받고 있는 훈련병처럼 힘차고 대견스럽다. 유월의 신록은 이제 어디에 내놓아도 위풍당당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녹색 감을 굉장히 좋아한다. 아마도 녹색이 주는 그 편안함과 평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올 여름 나의 패션도 과감하게 멋진 녹색으로 물들이고 싶다. 왠지 그 푸르름에 내가 먼저 압도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편안하고 풍성한 녹색 원피스 하나도 찜해 두었다. 그린 톤은 마치 건강한 산과 나무를 연상시킬 것 같기 때문이다. 때맞추어 우리 집 베란다 반려 식물들도 자기들 좀 눈여겨 봐달라고 아우성이다. 내가 보아도 원숙해진 녹색 위용이 현저하게 두드러지고 있다. 올 봄 화려한 꽃대를 세 대나 끌어 올린 군자란 이파리도 그렇고, 작년 이맘때 키 크다고 홀대를 당한 오래된 고무나무도 그렇다. 그는 단지 몸집이 너무 커졌다는 이유 하나로 기어이 방에서 베란다로 내쫓김을 당했던 것이다. 억울할 법도 하련만 그런 내색 없이 적응을 잘 해가고 있어 내심 고맙다. 그러던 그가 제 몸집 불균형으로 인해 한쪽으로 쓰러지려는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절박한 실정에 봉착한 고무나무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곁에 있던 아스파라가스 화분에 서슴없이 사랑의 지줏대 하나를 세차게 내리 꽂고 말았다. 그런 후 서서히 제 몸의 균형을 잡아가며 씩씩한 군인처럼 힘차게 잘 살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또 웬 아이러니란 말인가?

고무나무가 생존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 몸에서 튼실한 지줏대 하나 뽑아내 남의 집에 무단 침입 해 세 과시를 하나 했더니 이번엔 상상을 초월한 사건이 벌어져 있다. 밉던 곱던 작년에 어떨결에 지줏대를 받아주었던 아스파라가스가 순전히 손해 보는 장사만 한 건 아니었다. 언제부터 그런 계략을 꾸몄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제집에 무단 침입한 지줏대를 발판삼아 고무나무의 온몸을 아스파라가스로 감아가며 멋진 예술작품을 창작해 놓았다. 급기야 아스파라가스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비너스가 탄생한 것이다. 그들은 아스파라가스가 만들어낸 비밀 정원에서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이미 사랑의 상생이 시작된 것이다. 제집에 훅 쳐들어온 사랑의 무법자를 허용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타산은 안 했지만 그들은 철저히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였던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그들은 누구도 손해 보지 않고 아주 천연덕스런 모습으로 즐거운 상생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올 여름 시원한 그들의 아름다운 상생을 보며 우리도 서로 타산 없이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아름다운 가정과 사회를 만들어 가면 좋을 듯 싶다. 김숙자 시인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