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니보틀 소매치기 당시, 기분이 어땠냐고요?”[편파적인 디렉터스뷰]
1. 왜 ‘파트너’였나?
2.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3. 시즌 3의 가능성은?
ENA 예능 ‘지구마불 세계여행’ 시리즈는 처음 한 번 들었을 때는 귀를 의심하게 하는 ‘신박한’ 프로젝트였다. 주사위를 던지고 거기 나오는 국가에 말을 옮기는 ‘부루마불’ 게임이 아닌 사람이 옮겨가는 ‘지구마불’이다. 어제는 더웠다가, 오늘은 추울 수도 있는 대륙 간 이동 활극.
그러나 이 아이디어가 김태호PD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하면 한편 이해되기도 한다. 그는 MBC ‘무한도전’ 시절 ‘하루 만에 세계여행’ 특집을 통해 서울에서 전 세계의 흔적을 찾아 헤맨 전력이 있다. 지난해 첫 시즌을 낸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벌써 시즌 2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김태호PD와 현장을 누볐던 김훈범PD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 쟁점 1. 왜 ‘파트너’였나?
빠니보틀(박재한), 원지(이원지), 곽튜브(곽준빈) 등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 크리에이터들이 세계를 누볐던 첫 시즌에 비해 시즌 2에서는 ‘파트너’의 역할이 부각됐다. 빠니보틀은 배우 공명과 김도훈, 원지는 개그맨 김용명과 배우 원진아, 곽튜브는 가수 박준형과 배우 강기영과 함께했다.
“이름값으로 섭외를 하는 건 아닌 것 같았어요. ‘어떡하면 여행에 집중할 수 있을까’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죠. 그래서 크리에이터에게 이름보다는 파트너의 성향을 먼저 전했어요. ‘이런 캐릭터와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끔 한 거죠. 두 사람의 호흡이 중요했어요.”(김태호PD)
원래 파트너와의 여행은 주사위 두 번째 시도가 있던 ‘2라운드’와 네 번째 시도가 있는 ‘4라운드’에 한정됐다. 하지만 크리에이터와 파트너들은 빠르게 친해졌고, 교감했으며 여행의 시너지를 냈다. 그래서 계획에도 없던 두 라운드씩의 동행이 이뤄졌다. 무엇보다 크리에이터들의 의지가 컸다.
“시즌 1을 하고 이야기가 나온 것이 크리에이터분들의 외로움이었어요. 혼자 낯선 나라에 가서 무언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외로웠던 거죠. 그래서 이번에는 파트너를 잘 선정해서 투입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그 부분이 시즌의 차별점이 됐고요.”(김태호PD)
■ 쟁점 2.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시즌 1과 시즌 2,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22개국을 돌았다. 그만큼 많은 사람과 풍경을 만났다. 주사위 하나로 가는 여행이다 보니 돌발적인 상황도 늘 있다. 비행기를 놓칠 뻔한 적도 부지기수고, 이동수단을 못 찾는 경우도 허다하다.
“빠니보틀이 에티오피아에서 지갑을 도둑맞고 영상통화를 해왔을 때 가장 당황스러웠어요. 옆에 공명씨를 보니 표정이 얼었더라고요. 포르투갈에서는 김훈범PD에게 연락이 왔는데 ‘쭌이형(박준형)이 울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또 당황했죠.”(김태호PD)
“곽튜브가 이동하다가 여권을 잃어버렸어요. 기내에서 화장실에 가다 흘린 거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한 시간 정도 대기한 적이 있었는데, 온갖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김훈범PD)
순간순간의 혼돈은 결국 추억으로 남는다. 크리에이터들의 여행을 따라다닌 이들이지만 가고 싶은 곳도 있었고, 가지 못해 아쉬운 곳도 있었다.
“후배PD들 중에 실제 촬영 후 휴가로 포르투갈에 간 사람들이 많아요. 개인적으로는 페루 절벽호텔에 가보고 싶었는데 가서 좋았고요. 브라질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보니또도 너무 가보고 싶었어요.”(김훈범PD)
“평소 가고 싶던 곳이 포르투갈이었는데, ‘본부’ 미션에 걸려 갈 수 있어 좋았어요. 포르투와 리스본이 기억나고요. 호날두의 고향인 마데이라를 갔으면 하고 선택지에 넣었는데 가지 못해 아쉬웠네요.”(김태호PD)
■ 쟁점 3. 시즌 3의 가능성은?
원래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2021년 연말 설립된 김태호PD의 제작사 TEO가 새로운 여행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을 위해 자사 유튜브 콘텐츠로 기획한 프로그램이었다. 기획 막바지에 ENA가 이 프로젝트에 협업하기로 했고, 시즌 1은 그래서 유튜브의 감성이 많이 묻었다.
시즌 2는 기획단계부터 TV와 유튜브 병행방송이 짜여있었기에 TV 콘텐츠로서의 매력도 필요했다. 그래서 ‘무인도’ 판에 ‘힘쓸 무(務)’와 인도를 결합해 ‘인도에서 하는 아르바이트’ 에피소드를 만들고, 포르투갈에 본부를 만들어 출연자들을 모았다. 이제 막 시즌 2가 끝나는 상황이지만 김태호PD의 새 청사진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렸다.
“우승자가 나오면 우승상품의 여행으로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일정은 추후에 논의를 해봐야하지 않나 싶어요.”(김훈범PD)
만일 시즌 3, 시즌 4가 만들어진다면 또 지금까지 만들어진 부분과 달라야 한다. 여행의 모습도 달라야 하고, 출연자들의 모습도 달라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주사위로 운명이 결정된다’는 큰 틀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조심스럽게 과감하게 결정할 생각이다.
“물론 제작사에서 대규모 콘텐츠를 하기도 하지만, 각자가 각자의 현장에서 선택과 결정을 해 콘텐츠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게 이 프로그램이죠. 현장의 PD들 의견이 가장 많이 녹아듭니다. 이렇게 계속 성장하는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어요. 프로그램도, 제작진도요.”(김태호PD)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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