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家 '세기의 이혼' 3심서 뒤집힐까…법조계 시각은

강민경 2024. 6. 7.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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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정법원 판사 출신 이현곤 새올 대표변호사
"'재벌-정치인' 혼맥 고려, 상속재산도 공동재산 판단"
"지급방식 현금→현물로 바꾸는 것이 유리" 분석
최태원 SK그룹 회장./그래픽=비즈워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에 SK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천문학적인 재산분할 결과를 받아든 탓이다. 1심에서 665억원이었던 재산분할 규모는 2심에서 1조4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재판부가 재산분할 액수 산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에 유입됐다"는 내용도 언급, '정경유착' 논란까지 나오면서 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다.

최 회장 측이 즉각 상고 의사를 밝힘에 따라 세간의 이목은 향후 이뤄질 대법원 판결에 집중되고 있다. 우선 법조계 일각선 "대법원이 사실관계가 아닌 법리 적용에 대한 판단을 하기에 2심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반면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그룹 성장에 유무형의 기여를 했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선 다툴 여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본지는 가정법원 판사 출신 이현곤 변호사와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항소심 결과가 나온 직후 자신의 SNS에 '최태원 회장이 망한 이유'란 제목의 글을 통해 판결을 분석, 세간의 이목을 끈 바 있다.

인터뷰에서 이 변호사는 "2심보다 1심이 오히려 이례적"이라며 당초 1심 재판부가 노 관장의 기여도를 지나치게 엄격히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재산분할에서 기여도는 정황만으로도 충분히 인정해준다는 설명이다. 

이어 "2심 판결을 두고 대법원에서 법리적 해석을 다툴 만한 쟁점은 없어 보인다"며 "보통 상속 재산은 특유 재산으로 분리돼 재산분할 대상서 제외되지만, 해당 상속 재산을 형성하는 데 상대가 기여를 했다면 그 기여도는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벌과 정치인 간 혼맥으로 엮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번 2심에서 최 회장 보유 주식을 비롯, 부부공동재산 규모가 크게 늘어난 부분은 합리적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아래는 이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삼성家 이혼과는 상황 달라, 항소심 판단 합리적"

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대상 변화./그래픽=비즈워치

- 이번 2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재산분할 규모다. 특히 이번 판결에선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주식들이 모두 포함됐다. 여태껏 재벌가의 이혼 과정에선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례적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 '이례적'이라는 표현을 쓰기 위해선 그만큼의 사례가 쌓여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시끄럽게 이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굳이 떠올려보자면 삼성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의 사례 정도만 생각나지 않나. 재벌들은 이혼을 하더라도 보통 재산분할을 포함해 조용히 이혼한다. 재벌가 이혼 소송 및 재산분할 사례 누적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례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또 처음부터 이 정도 수준의 재산분할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따지자면 오히려 1심 판결이 이례적이었다.

- 1심 판결은 왜 이례적이었나?
▲ 당시 1심 재판부가 재산기여도에 대한 입증을 지나치게 엄격히 봤다. 물론 그때 노소영 관장 측이 증거를 덜 제출한 부분도 있겠으나, 보통 재산분할에서 기여도를 그렇게 엄격히 판단하진 않는다. 정황만으로도 충분히 인정해준다.

- 1심 재판부가 지나치게 엄격히 판단한 배경은 무엇일까.
▲ 아마 이부진-임우재 선례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건과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은 결이 다르다. 당초 임우재 전 고문은 본인 소유의 재산이 많지 않았고 이부진 사장의 상속 재산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래서 주식에 대한 분할이 인정되지 않아 분할금이 줄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재벌과 정치인의 혼맥으로 결혼이 이어진 경우는 맥락을 달리 봐야 한다. 실질적 기여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 대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없나.
▲ 기본적으로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된다'는 판결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혼 재산분할 과정선 불법·합법 따지지 않아"

- 2심 재판부는 '300억원 비자금'이 SK그룹 성장에 꽤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에게 비자금을 직접 전달했다면, 그 몫을 노소영 관장이 주장하긴 힘든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 어차피 최태원 회장의 재산도 선대로부터 넘어왔다. 대개 상속 재산은 특유 재산으로 분리, 재산분할 대상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당 상속 재산을 형성하는 데 상대가 기여를 했다고 한다면, 기여도가 인정된다. 그 비자금 전달도 혼인 기간 중 생긴 일이다. 때문에 최태원 회장의 주식 등은 재산분할 과정에서 배척될 수 없다.

- 불법 비자금이어도 노소영 관장이 이를 다시 달라고 할 수 있나?
▲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번 사안은 반환 청구가 아니라 재산을 분할하는 것이라 해당 되지 않는다. 이혼 소송 중 재산분할을 따지는 과정에선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합법성 및 불법성을 가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예컨대 '불법 재산이니 추징을 해야 한다' 등의 판단은 향후 국가가 처리해야 할 문제다. 부부 사이의 문제는 아니라고 봐야 한다. 재산분할이라고 하는 것은 공동으로 형성된 재산을 기여도에 따라서 나누는 것이다. 주고받는 게 아니라 그냥 나누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그리고 만일 재산 형성 과정에 불법이 있었다고 한들 그것을 최태원 회장이 모두 보유하는 것은 정당한가. 이러한 주장이야말로 정의에 반하는 것이다.

- 2심에선 위자료도 20억원으로 나왔다. 통상 3000만~5000만원 위자료가 나오는데 이는 상당히 큰 금액이다.
▲ 그렇다. 통상 이혼소송에서의 위자료 책정 액수보다 많이 나왔다. 추측건대 위자료에 징벌적 의미가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 전반적으로 2심 판결에 대해 어떻게 보나.
▲ 최태원 회장에겐 암울한 결론이겠지만 뭔가 잘못됐다고 볼 만한 여지는 없다. 향후 대법원에 가서 크게 다툴 만한 쟁점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과정 속 최 회장 측의 가장 큰 실책은 플랜B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혹시라도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될 것에 대비해 예비적 주장을 하지 않았다는 게 뼈아픈 포인트다.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 것을 가정해 '현물 분할' 주장을 했어야 됐다. 주식으로 나누게 되면 부가적인 세금 및 이자가 발생하지 않아 그나마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1심에서 최 회장 측이 이겼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분할 방법을 계속 얘기하다 보면 마치 본인이 분할을 곧 해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잘 안 하게 된다.

- 대법원에서 분할 방법에 대해 다툴 여지는 없을까.
▲ 대법원에서 분할 방법을 새로 정해주지는 않는다. 때문에 그 부분 때문에 파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굳이 대법원에서 주장을 할 거라면 재산분할 대상보다는 분할 방법에 대해 다투는 것이 그나마 가능성 있어보인다.

이현곤 변호사는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제29기를 수료했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부산지방법원·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가정법원 등에서 14년간 판사로 재직했다. 현재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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