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POINT] 벤투의 축구가 보였다! '안정감+경기 주도' 한국, 싱가포르에 7-0 대승
[인터풋볼] 가동민 기자=한국이 오랜만에 아시아의 호랑이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김도훈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FIFA랭킹 23위)은 6일 오후 9시(한국시간) 싱가포르 칼랑에 위치한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멕시코-미국(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5차전에서 싱가포르(FIFA랭킹 155위)에 7-0으로 대승을 거뒀다.
최근 한국 축구가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둔 건 벤투 감독 시절이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후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선수 선발, 기용 등의 문제로 논란이 있었지만 벤투 감독은 자신이 선수들을 뽑은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경기력이 좋지 않았을 때도 벤투 감독은 자신이 구상한 축구에 대해서 답을 내놓았다.
벤투 감독은 주도하는 축구를 원했지만 월드컵이라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통할지 의심의 시선이 많았다. 벤투 감독의 뚝심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은 우루과이, 포르투갈, 가나와 함께 H조에 편성됐다. 쉬운 팀이 없었다. 한국은 1차전에서 우루과이를 상대로 비등한 경기를 펼치며 0-0으로 비겼다. 비겨서 다행이라는 생각보다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경기력이었다. 2차전 가나와 접전 끝에 2-3으로 패배했다.
한국은 16강을 가기 위해선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반드시 잡아야 했다. 이른 시간 실점을 허용하며 끌려갔지만 김영권의 동점골이 나왔다. 경기 종료 직전 손흥민의 역습과 황희찬의 마무리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우루과이와 승점, 골득실 동률이었지만 다득점에서 앞서며 16강에 올랐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과 작별했다. 후임으로 위르겐 클린스만이 왔다. 클린스만은 벤투 감독의 색채를 지우고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뚜렷한 전술이 보이지 않았고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김민재를 데리고 아시안컵 4강을 기록하며 경질됐다.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에서 벤투 감독의 축구가 떠오르는 경기력이었다. 김도훈 임시 감독은 벤투 감독 시절과 비슷하게 선수를 기용했다. 수비 라인엔 변화가 있었지만 정우영을 다시 발탁했고 손흥민을 최전방이 아닌 왼쪽 윙어로 내보냈다. 거기에 벤투 감독 시절보다 한층 성장한 이강인까지 더해졌다.
정우영은 여전히 안정적이었다. 3선 지역에서 수비 라인으로부터 공을 안전하게 받았고 동료에게 연결해 줬다. 싱가포르는 간헐적으로 역습을 시도했지만 정우영이 영리하게 싱가포르의 공격을 끊어냈다. 중원에 안정감이 생겨 한국은 경기를 쉽게 풀 수 있었다. 황인범, 이재성도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클린스만 때는 손흥민이 투톱에 위치해 프리롤을 맡았다. 손흥민의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프리롤을 맡으며 손흥민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손흥민이 한국에 필요한 역할은 득점이다. 압박, 빌드업 등에 관여하는 것보다 득점에 가까운 위치에 손흥민이 있는 것이 더 위협적이다. 그리고 손흥민은 중앙보다는 좌측면에서 있을 때 가장 파괴력 있는 선수다.
손흥민은 이번 경기에서 좌측면에 나와 과감한 1대1로 싱가포르 수비를 흔들었다. 이재성, 이강인이 플레이 메이커를 담당하며 역할 분담이 제대로 됐다. 또한, 양쪽 풀백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측면 수적 우위를 활용했다. 경기는 한국이 원하는 대로 흘러갔고 7-0 대승이라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
벤투 감독의 축구가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축구를 지향할 것인지는 명확히 해야 한다.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술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 첫 경기는 대성공이었다. 암울했던 분위기를 약간이라도 바꿔놨다. 이제 대한축구협회는 비전이 있는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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