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행 가해자’ 폭로하며 “내가 맞다” 싸우는 유튜버들

이로원 2024. 6. 7. 06: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튜버 ‘나락 보관소’ ‘전투토끼’ 서로 저격
한국성폭력피해상담소도 입장 밝혀
“‘나락 보관소’ 피해자 가족 동의 얻지 못했다”
누리꾼들 “이 상황에 왜 니들끼리 싸우냐” 반응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와 ‘전투토끼’가 잇따라 과거 발생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재조명하고 있다. 그러나 ‘나락 보관소’의 경우 최초 피해자 측의 동의를 받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는데, 피해자 측은 “동의한 바 없다”라고 잘라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밀양 가해자 신상 공개에 함께 참전한 ‘전투토끼’는 그를 저격하는 영상을 올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영화 ‘한공주’ 캡처)
6일 유튜버 전투토끼는 이날 오전 ‘나락 보관소 헛저격’이라는 내용의 동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에 등장한 전투토끼는 “왜 내 얼굴이 네 채널에 박제돼 있냐”면서 나락보관소가 자신이 공개한 3번째 밀양 성폭행 가해자의 신상이 맞지 않다고 이야기한 것에 대해 반발했다.

나락보관소가 밀양 성폭행 가해자 신상을 2명 공개하면서 큰 화제를 모으자 전투토끼도 전날 이에 가담, 3번째 가해자 신상을 공개했다.

이에 나락보관소는 전투토끼가 공개한 3번째 가해자와 관련해 “OOO(2번째 가해자)와 동반 입대한 사람이고 가해자는 맞지만, 일부 정보가 맞지 않는다”고 밝혀 자신의 가해자 신상 공개가 더 신뢰도가 높다는 것을 암시했다.

그러나 상황은 급반전됐다. 전날 피해자 측이 가해자 신상 공개를 원한 적 없었다고 밝히면서 나락보관소의 폭로가 명분을 잃은 것이다. 그가 공개한 2번째 가해자의 여자친구가 운영하는 네일샵도 무고한 피해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나락 보관소는 본인의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제게 ‘피해자에게 허락을 구했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많은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피해자 가족 측과 직접 메일로 대화를 나눴고 44명 모두 공개하는 쪽으로 대화가 마무리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의 글에 시민들은 피해자가 나락 보관소와 소통하고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던 것.

전투토끼는 이 같은 상황을 지적하면서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데 무슨 명분으로 나머지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나”고 적었다.

그는 이어 “관련도 없는 일반인 헛저격으로 피해자분이 경찰서에 진정서 제출하고 왔다”면서 “이게 진정 여러분이 원하는 방향인 거냐”고 되물었다.

유튜버 간 다툼. (사진=유튜브 ‘전투토끼’ 채널 캡처)
지난 5일 해당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중 한 곳이라고 밝힌 한국성폭력상담소 또한 “유튜브 ‘나락 보관소’가 2004년 사건 피해자(가족) 측의 동의를 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 공지는 사실과 다르다”며 “피해자 측은 ‘나락 보관소’가 이 사건에 대해 첫 영상을 게시하기 전까지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사전 동의 여부에 대해 질문을 받지도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영상이 업로드된 후 지난 3일 영상 삭제 요청을 했다”며 “피해자와 가족 측은 향후 44명 모두 공개하는 방향에 동의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가족이 동의해 44명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는 공지를 삭제, 수정할 것을 재차 요청했으나 정정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나락 보관소의 해당 커뮤니티 글은 삭제된 상태다.

밀양 성폭행 가해자 근황 폭로 사건이 엉뚱하게 두 유튜버의 싸움으로 이어지자 누리꾼들은 본질에 집중하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누리꾼들은 “가해자들이랑 싸워라” “저격 영상이 나오면 본질이 흐려진다” “저격할 시간에 신상을 더 까라” “이 상황에 왜 니들끼리 싸우냐” “이게 가해자가 원하는 겁니다. 협업하세요”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영화 ‘한공주’의 모티브가 된 밀양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남학생 44명이 여중생 1명을 1년간 지속해서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다. 지난 1일 ‘고소당할까봐 벌벌 떨지 않고 할 말 전부 다 하는 채널’이라는 채널명으로 활동하는 유튜버 ‘나락 보관소’가 한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면서 20년 만에 사건이 소환됐다.

나락보관소는 6일까지 4명의 신상을 공개했다. 사건 발생 당시 가해자 44명 중 10명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5명은 장·단기 소년원 송치(7호·6호), 5명은 80시간 사회봉사명령 처분에 그쳤다. 나락 보관소 측은 “가해자 44명 신상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이같은 사적 제재에는 잘못된 정보의 유포나 피해자 2차 가해 등의 위험이 도사린다. 밀양 사건 가해자의 여자친구로 지목된 밀양의 한 네일숍 운영자는 5일 관련 내용을 부인하며 “아무 상관 없는 제 지인이나 영업에 큰 피해가 되고 있다”며 “법적 조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로원 (bliss243@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