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이래?' 150억 캡틴에 테스형까지 '문책성 교체'…롯데전 '5연패' 탈출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박승환 기자] KIA 타이거즈가 마침내 '거인공포증'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틀 연속 발생한 아쉬운 수비는 곱씹어볼 필요성이 있었다. 기쁜 승리에도 불구하고 KIA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던 원인이다.
KIA는 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8차전 홈 맞대결에서 5-4로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2022시즌 롯데를 상대로 12승 4패의 압도적인 상대전적을 기록할 정도로 강했던 KIA. 하지만 지난해 8승 8패로 동률을 이루더니, 올해는 롯데만 만나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분명 시즌 출발 과정은 좋았다. KIA는 올 시즌 첫 홈 개막전에서 롯데와 맞붙었고, 당시 야속한 비의 영향으로 한 경기를 치르지 못했으나, 2승을 쓸어담았다. 그런데 5월 두 번째 맞대결부터 KIA의 경기력이 심상치 않았다.
KIA는 5월 21~23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맞대결에서 투·타가 완전히 붕괴됐다. 타선에서는 박찬호를 제외하면 제 몫을 하는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당시 KIA는 찰리 반즈-박세웅-애런 윌커슨으로 이어지는 롯데의 선발을 상대로 매 경기 7이닝 이상 투구를 허용할 정도로 허덕였다. 그 결과 KIA는 10구단 체제가 구축된 이후 '1위'팀이 '꼴찌'를 상대로 스윕패를 당하는 역대 첫 번째 굴욕을 맛봤다.
이에 KIA는 지난 4일부터 '안방'에서 열리는 롯데와 맞대결에서 설욕을 벼르고 있었다. 이범호 감독은 "어떤 팀이든 매 경기 집중을 해야 한다. 한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며 "시즌 첫 홈 개막전에서 우리가 롯데에 이겼지만, 원정에서는 다 졌다. 올 시즌 첫 스윕패였기 때문에 당시 미팅에서도 이야기를 했다. 선수들이 그 부분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리벤지 매치에서 KIA는 설욕에 실패하고 말았다. 윌커슨을 상대로 올 시즌 첫 번째 완봉승의 희생양이 됐다.
전날(5일)의 경기는 더욱 처참했다. '주장' 나성범이 아웃카운트를 착각해 치명적인 본헤드 플레이를 저지르는 일이 발생했다. 경기에 집중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 1사 2루에서 평범한 우익수 뜬공 타구는 실점으로 연결됐고, 이에 이범호 감독은 경기 중 나성범을 라인업에서 제외시켰다. 문책성 교체였다. KIA가 6회말 2점을 뽑으며 추격에 나섰던 만큼 나성범의 아웃카운트 착각이 만든 1점의 격차는 너무나도 컸고, 결국 3-9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범호 감독은 6일 경기에 앞서 나성범을 교체했던 상황에 대한 질문에 "'메시지를 전하겠다. 주장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플레이에 대한 확실한 반성이 필요했다. (나)성범이의 플레이는 개인이 아닌, 전체 선수들이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플레이였다고 생각한다. 팀의 주장을 교체하게 된 것도 잘못했기 때문에 뺀 것보다도 전체 선수들이 집중을 해줘야 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미스를 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령탑은 "경기가 끝난 뒤 고참들과 미팅을 하면서도 마음을 다잡아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충분히 전달했다. 어제 경기를 통해 코칭스태프, 감독 모두가 반성을 해야 하는 플레이였다. 나부터 반성했다"며 "다시 한번 플레이하는 부분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제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다잡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잡지 않은 선수가 있다면, 한 번 더 다잡아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령탑이 수차례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KIA의 경기에서는 또 한 번의 아쉬운 플레이가 발생했다. 바로 1-0으로 앞선 3회초였다. KIA 선발 양현종이 선두타자 손성빈에게 우중간 방면에 3루타를 맞으면서 위기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때 양현종이 후속타자 박승욱을 상대로 중견수 방면에 뜬공을 유도했는데, 또 치명적인 실수가 나왔다. 소크라테스가 타구 판단에 실패한 것. 충분히 아웃카운트로 연결시킬 수 있는 타구는 결국 1타점 2루타로 연결됐다.
이 '스노우볼'은 크게 굴러갔다. 소크라테스의 실망스러운 수비 등으로 인해 양현종은 2사 3루에 놓이게 됐고, 손호영에게 적시타를 맞으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소크라테스의 아쉬운 수비에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던 이범호 감독은 결국 4회초 수비에 앞서 소크라테스를 교체하며 다시 한번 칼을 빼들었다. 이틀 연속 문책성 교체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전날의 경우 KIA는 끝내 경기의 흐름을 바꾸지 못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소크라테스가 교체된 후 경기 중반부터 힘을 내기 시작, 경기 막바지 강한 집중력을 바탕으로 5-4로 재역전승을 거뒀다.
동점홈런과 결승타를 포함한 2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을 기록한 김선빈, 각각 한 개씩의 아치를 그려냈던 김도영과 박찬호의 활약을 바탕으로 무려 13년 만의 롯데전 두 시리즈 연속 스윕패, 6연패의 굴욕의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분명 기쁜 일. 하지만 이틀 간 경기의 '디테일'은 '1위' 팀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비슷한 실수가 반복되면 그동안 힘겹게 쌓은 성과는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 KIA가 시리즈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후 "최근 롯데와의 경기 내용이 좋지 못해 팬들에게 정말 죄송했는데 연패도 끊고, 승리로 보답을 드려 기쁘게 생각한다"며 무작정 기뻐하진 못했다. 게다가 '대투수' 양현종 또한 "연일 많은 관중들이 찾아와 주시는데,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아 팬들께 죄송한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선수단이 다시 똘똘 뭉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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