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아만 썸머 팰리스가 유일한 이유

강화송 기자 2024. 6. 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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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단 하나, 베이징 아만 썸머 팰리스.

●이화안만

고백한다. 이 기사의 도입을 두고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호소력 있게 설득하고 싶어서다. 사실 호텔을 소개하는 여행기자에겐 몇 가지 편안한 방법이 있다. '꼭 가봐야 할, 지금 가장 핫한, 손꼽을 기억으로 남을, 단 한 번의 특별한 경험이 될' 같은 표현들. 이 쉬운 지름길을 두고 여전히 시작을 머뭇거리고 있는 이유. 당신이 베이징에서 아만 썸머 팰리스를 반드시 경험해 봤으면 한다.

아만 썸머 팰리스의 뮤직 파빌리온. 버드나무 한 그루와 작은 연못이 눈앞에 펼쳐진다

무작정 좋은 호텔이라 하고 싶진 않다. 어떤 호텔이 좋은 호텔인가? 그렇다면 나쁜 호텔은 또 무엇이고. 공간의 우월함, 서비스의 열등함을 따지는 것이 좋고 나쁨을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인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좋음'이란 감정은 결국 개인의 경험만으로써 존재하게 된다. 경험이 쌓여 만든 호오(好惡), 그것을 우리는 취향이라고 부른다. 결국, 좋은 호텔에 대한 고찰은 '내가 좋아하는 곳'이라는 허무한 결론으로 빠지게 된다. 그래서 호텔에 시간을 대입한다. 여행이 주는 다양한 감각 중 '경외심'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요소가 공간의 시간, 그러니까 역사다. 호화로운 객실, 드넓은 수영장, 환상적인 접대의 조합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시간의 우아함. 좋은 포도와 최신의 양조장 설비만으로는 최고의 와인을 만들 수 없다. 달고, 시고, 떫은맛 너머 결국 어떤 향을 기대하는 것이 와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좋은 호텔을 판단할 때, 그곳의 시간, 그러니까 역사는 절대적인 요소가 된다. 물론 그것도 표현하기 나름인지라, 과하면 촌스럽고 옅으면 휘발된다. 장소가 지닌 역사를 호텔이 투숙객에게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는가, 그 섬세하고 은은한 뽐냄이 좋은 호텔을 구분 짓는 것이다. 그리하여 베이징 아만 썸머 팰리스는 좋은 호텔이라 장담할 수 있다.

베이징은 명나라와 청나라에 이어 약 700년간 중국 수도의 자리를 지켜 왔다. 유구한 역사는 도심 곳곳 심미적인 고적을 남겼다. 베이징은 총 7개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 중이다. '만리장성, 자금성, 천단, 명13릉, 주구점 베이징원인 유적, 경항 대운하 그리고 이화원'

이화원의 밤은 오롯이 아만 썸머 팰리스 투숙객을 위한 것이다

이화원은 중국에서 현존하는 황실의 정원 중 가장 크고 보전이 잘 되어 있는 곳이다. 과거 '청의원'이라고 불렸는데, 1764년 청나라 건륭제가 개축하며 붙인 이름이다. 이후 아편 전쟁으로 일부분이 파괴되었고, 1888년 서태후가 이곳을 여름 피서지로 사용하기 위해 재건하며 '이화원'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서태후는 청나라의 최고 권력자이자 중국 3대 악녀로 꼽히는데, 이화원에 대한 집요함이 특히 대단했다. 이화원 내부에는 쿤밍호(昆明湖)라는 호수가 넘실거리는데, 항저우의 '서호'를 본 따 만든 인공호수다. 실제로는 바다라고 느낄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규모가 특징이다. 그래서 이곳을 남해, 중해, 북해로 나누어 '삼해(三海)'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넓은 호수는 사람이 직접 손으로 일일이 수작업으로 파낸 결과물이다. 호수를 파며 나온 흙을 쌓아 만든 것이 쿤밍호 뒤로 보이는 만수산(60m, 萬壽山)이고.

이화원에서 마주한 봄. 바람에 흔들리는 개나리

만수산 비탈에는 41m 높이에 달하는 8각 3층 목탑인 불향각이 있다. 이곳에 오르면 이화원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쿤밍호를 바라보면 동쪽 제방과 호수 중간에 떠 있는 인공섬, '남호도'가 보인다. 남호도는 '미남섬'이라고도 불리는데, 서태후의 침소인 낙수당에 수청을 들러 가는 청년들이 머물렀던 곳이다. 낙수당에서 서태후와 하룻밤을 보낸 젊은 미남들은 다음 아침, 빠짐없이 하나의 질문을 받게 된다. '낙수당에서 무엇을 보았느냐?'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언제나 죽음뿐이었다. 실제로 낙수당에서 서태후 품에 안겼던 남자 중 살아 돌아온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이런 사실이 남호도에 퍼지자, 이곳에 머물던 미남들은 씻지 않고 몸을 더럽히는 것에 전념했다. 중국 미남들은 잘 씻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온 것이다. 차라리 덜 씻어서 바뀌는 게 얼굴이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미남이 씻지 않으면 그걸 자연미라 여기는 것이 세상이다.

이화원이 창랑이 떠오르는 복도 공간. 창밖에 심어있는 대나무는 모두 청두의 것이다

이화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축물은 '창랑(長廊)'이다. 273칸, 778m에 이르는 복도형 통로인데 천장과 벽에 수백 점의 그림이 그려져 있어 중국 최대의 야외 미술관으로도 불린다. 그림의 대부분이 서유기, 삼국지, 홍루몽 등 중국 고전을 주제로 한다. 빼곡한 그림보다 놀라운 건 그보다 더 빼곡한 사람이다. 어느 통계를 찾아보니 이화원이 가장 붐빌 때, 그러니까 보통 오후 3시쯤이면 약 3만5,000명 정도의 여행객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얼마나 대단한 숫자냐면 에버랜드의 하루 최대 입장객이 7,000~8,000명인데, 그에 대략 4~5배에 달하는 수치다. 숨통이 조여 오는 뒤통수의 행렬을 보고 있자니, 문득 쿤밍호를 손으로 퍼내는 건 쉬운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화원의 모든 인원이 1번씩만 땅을 파면 석촌호수 정도는 될 것이다. 요컨대 이 이야기의 쟁점은 여행객이 서태후의 관점에서 이화원의 본질을 공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론이다. 물론 투숙객이라면 말이 또 달라진다.

아만 썸머 팰리스 로비 입구. 과거 이곳은 이화원에 찾아온 손님들의 말을 보관하던 마구간이었다

베이징 아만 썸머 팰리스는 이화원이다. 과거 이화원을 방문했던 서태후의 손님들이 머물렀던 동쪽 별장을 호텔로 개조해 꾸민 곳이기 때문이다. 이화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로 치면 대략 창덕궁 같은 문화재에 호텔이 들어선 셈이다. 내부가 이렇다 저렇다 묘사할 것도 없다. 지금껏 장황하게 늘어놨던 이화원의 모든 역사가 곧 아만 썸머 팰리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른 점은 딱 하나. 이곳에선 서태후의 관점으로 이화원을 누릴 수 있다는 것. 별궁의 본질에 충실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객실이 위치한 사합원의 입구. 입구 너머로 기괴한 형상의 수석이 보인다

아만 썸머 팰리스의 모든 공간은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다. 이화원은 물론, 베이징에서 가장 조용한 곳이라고 자부한다. 너른 마당에 심긴 백목련 잎이 떨어지는 소리, 기와를 오고 가는 까치의 촐랑거림까지 귀에 스친다. 아만 썸머 팰리스 중심에 자리한 로비는 과거 서태후의 손님들이 타고 왔던 말을 보관하던 마구간 터다. 그 주변으로 총 51개의 객실과 스위트룸이 산재한다. 모든 객실은 안뜰을 바라보고 있는 '사합원(四合院)'의 형태다. 4개의 공간이 합쳐진 곳이란 의미로, 마당을 가운데에 두고 집채가 'ㅁ'자로 배치된 형상의 베이징 전통 양식이다. 아만 썸머 팰리스 마당 정중앙에는 거대한 '수석(壽石)'이 놓여 있다. 여기 이화원의 재밌는 이야기가 서려 있다.

객실 마당에 있는 수석. 이화원 인수전 인근의 패가석은 이보다 4배 이상 크다

예로부터 수석은 인공적인 아름다움이 섞이지 않은, 본질의 자연미를 통해 세속의 때를 벗겨 내고자 하는 목적으로 공간에 들였다. 이화원 곳곳에서도 다양한 수석을 구경할 수 있는데, 그중 가장 거대하고 기묘한 것이 서태후가 정무를 보던 인수전 인근의 '패가석(敗家石)'이다. 이 수석은 명나라 서화가였던 '미만종(米萬鍾)'이라는 관료가 베이징 인근 방산(房山)에서 가장 먼저 발견했다. 그는 이 수석에 욕심이 생겨 집 정원으로 들이고자 노력하다 결국 가산을 탕진하고 만다. 돌(석, 石) 하나에 집(家, 가)이 망해 버린 것(패, 敗)이다. 이후 베이징 교외에 방치되었던 이 수석을 청나라 6대 황제인 건륭제가 이화원으로 들이는데, 돌의 크기가 너무 커서 이화원의 대문을 부숴 버려야 했다. 이때부터 청나라의 기운이 약해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믿거나 말거나. 패가석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집안이 망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무도 믿지는 않나 보다.

아만 썸머 팰리스의 모든 공간에는 동양풍 그림이 가득하다

객실 내부는 명나라 시대에서 영감을 받은 가구와 점토 타일, 대나무발 창문 가림막 등 시대적인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대나무발 창문 가림막은 올리고 내리는 데 한참이 걸린다. 고가구 옷장은 문을 열 때마다 끼익 비명을 지른다. 로션과 샴푸, 컨디셔너, 보디워시 같은 어메니티는 전부 청나라 시대의 술병을 닮은 호리병에 날마다 새롭게 채워 준다. 호리병 뚜껑을 뽑아 손바닥에 샴푸를 덜면 왈칵 쏟아질 때가 잦다. 로션은 몇 번이고 위아래로 세차게 흔들어야 나올까 말까다. 아만 썸머 팰리스가 교묘하게 유도하는 불편은 대체로 그 시대의 경험들이다. 이러한 도발적인 불편이 호텔에 머무는 역사를 가장 유혹적으로 기억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회상하니 결국 기억에 남은 건 감성뿐이기 때문이다. 코트야드 스위트로 향하는 복도에는 사방 가득 그림들을 가득 채워 이화원의 창랑(長廊)을 재현했다. 이곳의 창랑은 인산인해 대신 죽림이 보인다. 복도 옆쪽으로 가득한 대나무는 청두에서 직접 공수한 것이다.

로비 뒤편으로는 서예, 연 만들기 등 중국 전통 예술을 시연하는 '컬처 파빌리온'이 자리한다. 그곳의 문밖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는데, 이곳 연못가에 새벽이면 원앙 한 쌍이 날아든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면 버드나무에서 보푸라기가 슬금슬금 떨어지기 시작한다. 뭐라도 쪼아 먹겠다고 모인 나무 위 참새의 발재간 때문이다. 훌훌 털고는 이화원으로 아침 산책을 나선다. 아만 썸머 팰리스에는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는 이화원의 비밀 입구가 있다. 이곳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로비에 요청을 해야 한다. 여행을 허락받기 위함이 아니라, 투숙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아만의 부탁이다. 리조트 내 이화원으로 향하는 모든 동선에는 직원의 친절한 안내가 따른다. 이윽고 열리는 비밀의 문. 아만 썸머 팰리스에서 이화원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어제저녁, 원체 조용한 이화원의 밤을 보낸 터라 기분이 격양되고 북적임에 젖어 가는 것이 오히려 반갑다. 서태후가 이화원에 머물며 손님을 그토록 불러댔던 이유가 다 있다. 세상은 홀로 살긴 외롭고, 그렇다고 북적이며 살기는 벅차다. 우리가 아만 썸머 팰리스에 머무는 동안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서태후의 마음으로 문지방만 조심히 넘나들면 된다.

목련이 핀 봄의 이화원. 까치가 꽃잎을 물어 간다

어쩔 수 없이 마지막은 지름길을 택해야겠다. 베이징을 여행한다면 아만 썸머 팰리스는 꼭 가 봐야 할 곳이다. 최고라고 확신할 순 없어도, 유일하다고 단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화원의 본질은 오직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아만 썸머 팰리스의 웰니스

다양한 여행의 취향에서 베이징 아만 썸머 팰리스를 굳이 어느 하나의 울타리에 가두자면, 그래도 웰니스가 정답이겠다. 이화원의 고요함과 풍요로움, 그곳에 자리한 아만이 갖춘 웰니스 시설의 규모가 바로 그 이유다.

로비 지하 2층에 걸쳐 무려 5,000여 평방미터 규모의 공간이 전부 휴식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시설이다. 스파의 경우 독립형 더블 트리트먼트실 9개를 보유하고 있다. 피트니스 시설은 지하 1층에 위치하지만, 천장을 전부 뚫어 채광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체육관 옆으로는 필라테스 기구가 마련되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스쿼시 코트 1개와 탁구장 1개, 27개의 리클라이닝 가죽 시트 좌석을 마련한 영화관까지 위치한다.

사우나도 압권이다. 넓은 자쿠지와 습식, 건식 사우나를 갖췄고 실내 수영장의 규모는 무려 25m에 달한다. 이 모든 웰니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역시나 이곳이 '이화원'이라는 사실.

●베이징의 미식에 대하여

베이징 아만 썸머 팰리스에는 총 4개의 다이닝 공간이 있다. 더 그릴(The Grill), 더 차이니즈 레스토랑(The Chinese Restaurant), 나마(Nama), 더 리플렉션 파빌리온(The Reflection Pavilion).

더 그릴과 나마는 같은 건물에 위치하는데, 고요한 연못을 품은 안뜰을 기준으로 오른편이 더 그릴, 왼편이 나마다. 더 그릴은 조식당을 겸하는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이며 주로 웨스턴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나마는 점심과 저녁을 제공하는 재패니즈 레스토랑이다.

더 차이니즈 레스토랑은 아만 썸머 팰리스의 중식당이다. 3개의 대형 다이닝 룸과 6개의 프라이빗 다이닝 공간을 갖췄다. 아무래도 베이징에서 반드시 먹어 봐야 할 음식 1가지를 꼽으라면, 역시 '베이징덕'이겠다. 현지에서는 '카오야'라고 부른다. 카오야는 구워 낸 오리고기를 뜻하는데, 핵심은 균일한 껍질의 색이다. 오리를 굽기 전 공기를 주입해 오리의 껍질과 고기 사이에 공기층을 만든다. 내부에 있는 수분을 바싹 말린 뒤 오리 껍질에 설탕이나 물엿을 입혀 구워 낸다. 그리하여 은은한 황금빛의 오리 껍질이 완성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조리 과정이 무척 길고 복잡해 예로부터 중국의 대표 진미로 꼽혔다.

잘 구워진 베이징덕은 한 마리 통째로 서빙한다. 이때 셰프가 직접 나와 긴 칼로 껍질과 살을 해체하는 것이 묘미다. 보통 목 바로 아랫부분 껍질부터 얇게 떠 접시에 담아 준다. 설탕을 찍어 먹기도 하고 같이 나오는 전병과 파, 오이 등을 넣고 싸 먹기도 한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리플렉션 파빌리온은 중국에서 유명한 차 셀렉션을 보유 중이다. 연꽃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평화로운 테라스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도 있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Aman Summer Pa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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