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앞둔 ‘정용진號’ 신세계…'사촌동맹·수익개선' 진두지휘
약점 ‘이커머스 물류’, 사촌형 우군 업고 강화
1분기 첫 성적표도 선방, SSG닷컴 리스크도 해소
근원적 이커머스 경쟁력·위축된 주가개선 숙제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오는 15일 신세계그룹 회장 취임 100일째를 맞는다. 부회장을 맡은 지 18년 만인 지난 3월8일 승진한 정 부회장은 그간 좋아하던 골프장 출입을 끊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중단하는 등 철저하게 경영에만 몰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신세계그룹 전반이 부진에 빠졌던만큼 회장으로서 그룹 반등의 책임감이 막중해서다. 때문에 정 회장은 그간 공식 석상에도 나오지 않고 두문분출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일 신세계그룹과 CJ그룹간 사업제휴 업무협약(MOU) 발표가 나왔다. 대기업 그룹간 광범위한 MOU 자체도 이례적이었지만 대상이 정 회장의 외사촌형 이재현 회장이 이끄는 CJ그룹이라는 점에서 더 화제를 모았다. 사실상 ‘혈맹’이다.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인 SSG닷컴·G마켓에 CJ대한통운의 물류 인프라를 결합, 쿠팡 등에 대응해 이커머스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골자다. 이번 협력으로 G마켓도 이르면 다음 달부터 쿠팡처럼 ‘익일(내일)배송’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MOU 체결식엔 임영록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과 김홍기 CJ 지주사 대표가 직접 서명했다. 이에 재계 고위 관계자는 “체결식에 신세계그룹 체질 개선의 핵심인 임영록 실장과 CJ그룹 지주사 대표가 나와 서명을 했다는 건 사실상 정 회장과 이 회장이 나섰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라며 “정 회장 측에서 적극적으로 이번 협력을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촌동맹’은 그 어느 기업간 협력보다 결속력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번 협력 내용 중에는 SSG닷컴 물류센터 일부를 CJ대한통운에 단계적으로 이관하는 사안도 포함돼 있는데 최종 매각까지도 검토 중이다. ‘잘하는 것’(유통)은 더 잘하고 ‘부족한 것’(물류)은 외부 협력(아웃소싱)으로 해결, 유통 본원의 경쟁력을 더 키우겠다는 정 회장의 의중이 담겼다.
실적도 긍정적이다. 정 회장 취임 후인 올 1분기 연결기준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47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45% 늘었고 매출액도 7조2067억원으로 1% 증가했다.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등 할인점 실적 개선이 견인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부터 ‘수익성 강화’를 외쳤던 정 회장의 경영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주력인 오프라인 유통에서 수익성을 대폭 개선했다.
더불어 정 회장은 최근 SSG닷컴을 둘러싼 골치 아픈 위협요소(리스크)도 해소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 등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1조원 투자 유치했을 당시 맺었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논란으로 자칫 신세계그룹은 1조원을 내놔야 할 처지에 몰렸지만 최근 극적 합의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연말까지 해당 지분(30%)를 제3자에 매도키로 하면서 시간을 벌게 됐다.
정 회장은 조직 내부 체질개선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철저한 ‘성과’ 중심 인사제도를 추진, 임원들도 언제든 교체할 수 있다는 메시지들 던졌다. 지난해 이마트 적자 원인이었던 신세계건설 대표도 지난 4월 전격 경질했다. 업계 일각에선 정 회장이 성과가 부진한 일부 유통 계열사 대표도 교체를 고민 중이라는 후문도 나온다.
전체적으로 ‘정용진호’ 신세계의 출발은 나쁘지 않은 모양새다. 하지만 정 회장에겐 여전히 남은 숙제가 있다. 이커머스 경쟁력과 주가 개선이다. 특히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사업군은 아직 갈 길이 멀다.
SSG닷컴과 G마켓의 올 1분기 실적만 봐도 손실 규모를 일부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139억원, 85억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근원적인 이커머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신세계와 이마트의 주가도 1년 전에 비하면 20~40% 이상 떨어진 상태다. CJ그룹과의 대규모 협력 소식에도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 취임 후 1분기 실적이 반등하는 등 첫 성적표는 선방한 모습”이라며 “CJ그룹과의 동맹 결성은 정 회장이 아니라면 시도하기 어려운 과감한 결단으로 신세계그룹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신의 한 수’가 될 지 관심이 모인다”고 말했다.
김정유 (thec9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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