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교란종 'AI 작곡'…“가이드라인·법제화 논의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이 작곡한 음원이 공모전·중소 음악 스튜디오 등에 영향을 주며 음악 생태계에 혼란을 가져오고 있어 가이드라인과 관련 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6일 AI 업계에 따르면, AI 작곡 음원의 공모전 출시가 늘어나면서 혼란스라운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작곡 공모전은 AI 작곡 참여를 거부하거나 행사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음향기기 전문 유통사 사운드캣은 지난 4일 홈페이지를 통해 “AI로 만든 공모전이 1위를 차지했다는 뉴스를 본 뒤 준비하던 음악 공모전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음악 제작 장비 판매 회사로서 AI 활용을 허락하는 공모전을 주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지휘자 진솔이 이끄는 예술단체 아르티제는 최근 네오클래식 창작곡을 공모했다. 아르티제는 AI 작곡 음원을 제출해도 되냐는 질문에 “불가하다”고 답했다.

아르티제는 “AI 작곡은 국내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권 저촉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공모전의 취지는 젊고 뛰어난, 전통적 의미에서의 클래식 작곡가 발굴이기에 작곡가가 손수 만든 작품을 받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AI가 작곡한 음원을 인간이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은 음악 시장 혼란을 가중시킨다.

AI 음악 창작 전문 기업 포자랩스 관계자는 “AI가 생성한 보컬은 하나의 음에 두 음절 이상이 들어가는 문제가 생기는 등 구별할 수 있지만 AI가 작곡한 음원은 겉으로 구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상봉 서울교대 음악교육과 교수는 “AI가 작곡한 음원은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는 수준을 이미 넘었다”며 “다만 작품성 면에서는 인간을 추월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AI 작곡은 중소 음악 스튜디오에도 위협적이다.

중소 음악 스튜디오는 로고송·배경음악 등을 주 수입원으로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분야는 예술성보다는 대중성이 중요해 기업이 중소 음악 스튜디오에 맡기던 의뢰를 AI 작곡 프로그램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짙다.

전문가들는 AI 작곡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법제화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남 교수는 “AI 작곡 음원이 활성화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이를 제한하기보다는 저작권자와 계약을 통해 보상하는 내용 등의 법이 필요하다”며 “또 AI 생성물에 대한 저작권법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