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투자자 보호한다는 금융당국 때문에 그들은 당근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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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 토스, 컬리 등 스타트업에서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는 회사가 늘면서 기업공개(IPO) 전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증가했다.
2022년 금융당국 권고로 일반투자자가 아닌 전문투자자 위주로 거래할 수 있도록 보호 장벽을 세웠기 때문이다.
비상장주식 시장에서 사고가 잇따르자, 금융당국이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운영사들을 소집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요건 강화 지침을 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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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 토스, 컬리 등 스타트업에서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는 회사가 늘면서 기업공개(IPO) 전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증가했다. 이들을 빗대 ‘선(先)학개미’라는 조어가 생길 정도다. 이런 흐름에는 모바일 앱으로 비상장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거래 플랫폼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2020년 금융위원회는 서울거래, 두나무를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했다. 두 곳은 금융투자업자가 아닌데도 비상장주식 거래 중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특례를 받았다. 이후 제도권 증권사들과 손잡고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 비상장을 출시했다. 모바일 앱을 통한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한때 비상장주식시장을 양지로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랬던 비상장주식 플랫폼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는 개점휴업 상태다. 2022년 금융당국 권고로 일반투자자가 아닌 전문투자자 위주로 거래할 수 있도록 보호 장벽을 세웠기 때문이다. 비상장주식 시장에서 사고가 잇따르자, 금융당국이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운영사들을 소집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요건 강화 지침을 요구한 것이다.
지금 비상장주식은 전문투자자 자격증을 받아야만 거래할 수 있다. 상장기업처럼 기본적인 공시를 하는 기업이라면 일반투자자도 거래할 수 있지만, 공시하는 기업 수가 적다 보니 일반 투자자들이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은 거의 없다.
비상장주식시장이 팽창하면서 사기가 판을 쳤고, 투자자 보호가 필요했던 것은 분명하다. 장외시장에서 시세를 조종한 후 비상장주식 플랫폼에 시가를 높여 물량을 떠넘기거나 몇몇 주주가 자전거래로 주가를 띄우는 사례가 반복됐다. 상장을 앞둔 기업이라는 등의 허위 정보도 필터없이 돌아다녔다.
하지만 전문투자자만 거래 가능하게 한 것은 과도했다. 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전문투자자는 대부분 자산가다. 돈 없는 사회초년생은 무조건 하지 못하게 막는, ‘사다리 걷어차기’다.
비상장 주식을 사고 싶어 하는 수요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이들이 달려간 곳이 당근마켓이다. 비상장주식 플랫폼에서 거래하는 게 어려워지자, 일반투자자들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으로 흘러가 중개없이 주식을 사고팔았다. 38커뮤니케이션, 피스톡(PSTOCK) 등 장외주식 커뮤니티에서 알음알음 거래했던 과거로 회귀한 것이다.
금융위는 또 한차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에 금융위가 들여다보는 건 ‘주주 인증용 1주 거래’다.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 등 기존 주주라면 회사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고 전문투자자가 아니더라도 플랫폼 내에서 거래 가능하게 풀어뒀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일단 당근마켓 같은 곳에서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일단 1주만이라도 사려고 한다.
금융위는 서울거래, 두나무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추가 보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당근마켓 같은 곳에서 주식을 사고팔지 못하게 막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또한 미봉책이다. 당근마켓을 막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막으면 이들은 텔레그램으로 달려갈 것이다.
혁신금융 서비스라는 것을 왜 도입했는지 애초 취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금융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그리고 혁신 금융 서비스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위해 ‘일단’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혁신금융에 걸맞은 투자자 보호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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