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선정 후 보완' 글로벌R&D '보스턴코리아'…이익 배분 등 곳곳 '암초'

박정연 기자 2024. 6.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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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코리아 공동연구지원 사업단 홈페이지 캡처

정부가 국제협력을 통한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글로벌 R&D 플래그십 프로젝트'의 1차 선정 결과를 둘러싼 잡음이 나오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제시한 선정 기준인 '신속한 착수 가능성'이나 '기획의 완결성' 등의 항목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에 낙점된 4개 사업 중 첨단 바이오 분야에서 선정된 '보스턴 코리아 프로젝트'의 경우 예산 규모가 가장 크지만 다른 사업과 달리 사업기간이나 총 예산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6월부터 추진이 결정됐지만 1년째 연구제안서(RFP) 양식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세부 과제 공고 일정도 몇 차례 미뤄졌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앞으로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대규모 국고의 투자처를 정하는 데 있어 이같은 '선 선정 후 보완'은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글로벌 R&D 플래그십 프로젝트'는 글로벌 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 사업으로 정부 R&D 예산의 우선 반영 검토와 예비타당성 신속조사 대상이 된다.  

지난달 30일 열린 글로벌 R&D 특별위원회 심의를 통해 1차 선정 사업이 결정됐다. 보스턴 코리아 프로젝트(첨단바이오), 한국형 수소환원제철용 철광석 최적화 기술개발(철강), 넷제로 코리아 선도 프로젝트(수소·CCUS(탄소포집저장활용)), 한-미 해조류 바이오매스 생산 시스템 기술개발(환경) 등이다. 

보스턴 코리아 프로젝트는 4개 사업 중 총규모가 가장 크다. 기획안에 따르면 내년에만 184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각 분야별 사업의 기간과 예산 규모는 철강이 3년 간 142억원, 수소·CCUS가 5년간 951억원, 환경이 5년간 410억원이다. 

보스턴 코리아 프로젝트는 예산 규모가 가장 크지만 세부 내용은 대부분 미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기간, 규모, 예산은 물론 프로젝트에 속하는 세부 사업들에 대한 적정성을 재검토하는 방안이 아직 논의 중이다.

프로젝트에 포함되는 공동연구지원사업의 신규과제 RFP는 공고 일정이 몇 차례에 걸쳐 미뤄지고 있다. 당초 5월 중순에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5월 말로 지연됐다가 다시 6월 중순에서 7월 말 중 공고로 일정이 변경됐다. 지난달 과기정통부와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공청회에서 발표한 과제 개시 일정은 7월 말에서 최대 2개월 순연될 전망이다.

과학기술혁신법에 따라 과제 개시는 RFP를 비롯한 사업 공고가 이뤄지고 30일이 경과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기 위한 첫 단계인 사업 모집 단계부터 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RFP 공고가 늦어지는 원인으로는 미국 기관과 연구협력을 진행할 때 필수적으로 지출되는 간접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간접비는 연구자가 따낸 연구비 중 연구와 직접 관련된 지출 이외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액수를 연구자가 속한 기관이 징수하는 제도다. 미국의 경우 최저 간접비가 연구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원가(직접비)의 38%로 책정돼 있다. 일부 기관은 직접비의 70%를 간접비로 가져간다는 규정도 있다. 연구 자체에 필요한 비용에 더해 간접배까지 부담할 경우 자칫 미국 기관에 대한 '퍼주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연구성과 상업화를 통해 창출되는 이익도 불리한 조건에서 분배될 가능성이 있다. 보스턴 코리아 프로젝트 사업단에 따르면 현재 연구 결과물에 대한 지식재산권(IP)은 연구에 참여한 양국 기관이 공동소유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최고 수준의 기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불가피한 조건이란 설명이다.

문제는 미국 현지법이 IP를 공동소유한 기관이 지분에 따라 수익을 분배할 의무를 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협력 계약 단계에서 합의를 통해 수익 분배 의무를 정할 수도 있지만 협의를 위한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업 첫 해에는 아쉬운 조건을 감수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지적과 관련해 김용진 보스턴코리아 공동연구지원사업단 단장은 지난달 열린 공청회에서 "1차 년도에는 손해가 나게 되는 상황도 예상하고 있다"며 "당장의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선 개문발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스턴 코리아 프로젝트 사업의 세부내용 수립과 일정 진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프로젝트 특성상 아주 많은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 구조다보니 세부사항이 결정되지 않은 점이 많으며 앞으로 보완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보스턴 코리아 프로젝트는 첨단 바이오 선도국과의 공동연구를 통한 첨단기술 확보와 협력 기반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한미 협력을 통해 양질의 의료데이터 구축, 첨단의료신기술 발굴, 항암제 개발, 협력거점 구축 등이 주요 임무 목표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중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동을 걸었다.

보스턴코리아 공동연구지원 사업단 홈페이지 캡처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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