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AI 섬’으로 앞서가는 대만…갈수록 입지 좁아지는 한국 기업들 [심층기획-美 엔비디아 '3조달러 클럽']

홍주형 2024. 6. 7.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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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대만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라이칭더(賴?德) 신임 대만 총통은 지난달 20일 취임 연설에서 "글로벌 AI화 도전에 직면해 우리는 반도체 칩 실리콘 섬의 기초 위에 서서 전력으로 대만이 'AI 섬'이 되도록 추동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은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앞서 나가는 대만과 달리 메모리 중심의 반도체 산업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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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파운드리 시장 1위 TSMC 보유
반도체 산업 전반 견고한 생태계 구축
글로벌 기업들 亞 최초 R&D센터 설립
韓, 메모리 반도체 중심… AI 기술 미흡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대만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독보적 1위인 TSMC를 보유한 데다 설계부터 파운드리, 후공정까지 어느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견고한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 힘이다. AI 반도체를 생산하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들도 대만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4가 열린 지난 2일 밤 대만국립대 체육관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대만과 우리의 파트너십이 세계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젠슨 황 자신도 대만계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올 하반기 출시될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연합뉴스
대만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노트북이나 전자시계를 조립·생산하는 아시아 IT 산업 생산 기지 수준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파운드리, 설계, 패키징(조립) 등 전 분야에서 최정상에 섰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으로 지정학적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대만으로선 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반도체 산업에서 앞서나가는 것에 ‘존재의 이유’를 걸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라이칭더(賴?德) 신임 대만 총통은 지난달 20일 취임 연설에서 “글로벌 AI화 도전에 직면해 우리는 반도체 칩 실리콘 섬의 기초 위에 서서 전력으로 대만이 ‘AI 섬’이 되도록 추동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만 당국과 산업계는 인재 양성을 위한 투자도 꾸준히 하고 있다. 6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TSMC 이사회는 전날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약 40억대만달러(약 1699억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의 우청원 주임위원은 AI 인재 부족에 대비해 매년 4000∼5000명에 달하는 AI 전문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미국 기업들은 대만을 반도체 허브로 인식한다. 엔비디아는 243억대만달러(약 1조원)를 투입해 아시아 최초로 대만에 ‘AI 혁신 R&D 센터’를 건설 중이다. 젠슨 황은 향후 5년 내 R&D 센터 가동을 위해 최소 1000여명의 엔지니어를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표 반도체 설계 기업 중 하나인 AMD 역시 아시아 최초의 R&D 센터를 대만에 설립 중이다.

한국은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앞서 나가는 대만과 달리 메모리 중심의 반도체 산업을 갖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 기술 수준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AI 반도체가 발전하려면 상생 관계에 있는 AI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한국의 AI 기술 수준은 미국(100)을 기준으로 중국(90), 유럽(87.5)보다 낮은 78.8로 집계됐다. 미국 빅테크와 대만 업체의 밀착 관계가 심화하면서 한국 기업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서울에서 열린 인텔 인공지능(AI) 서밋 서울 2024에 팻 겔싱어 인텔 CEO는 당초 예상과 달리 참석하지 않았다.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 기간 중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 기간 동안 한국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대신 겔싱어는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 에이서, 기가바이트 등 대만 IT 공급업체 경영진들을 대거 초청해 연회를 열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과 대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다.

홍주형·이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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