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닭 3만원' 시대, 대형마트는 '만원'…치킨값의 속사정
반면 대형마트는 저렴한 닭 공급가 등으로 '1닭 1만원' 가능
값싼 치킨으로 유인해 전체적으로 이익 내는 '로스리더' 효과도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 값이 배달비를 포함해 3만원대로 훌쩍 뛰면서 소비자들의 수요가 1만원대 안팎의 대형마트 치킨으로 몰리고 있다.
대형마트의 재료 구매력과 가격 경쟁력이 배달비에 중개수수료까지 내야하는 프랜차이즈 치킨과의 가격 격차를 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달비에 포장수수료까지…프랜차이즈 치킨값 고공행진
업계 1등 BHC도 지난해 12월 주요 메뉴 뿌링클 치킨을 1만8천원에서 3천원 인상했다. 굽네도 총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 4월 15일 대표 메뉴인 '고추바사삭' 가격을 기존 1만8천원에서 1900원 올렸다. 모두 배달비를 제외하고도 2만원 전후 가격으로 인상됐다.
올리브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탓이 크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의 막대한 광고비를 비롯해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 비용, 그리고 배달앱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불해야하는 중개수수료 등이 가격 인상을 부추겼다.
여기에 배달업계 1위 배달의민족이 다음달부터 새로 가입하는 점포에 포장 중개수수료 6.8%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프랜차이즈의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은 더 커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스·전기요금에 최저임금, 그리고 플랫폼 중개수수료도 오르면서 이래저래 소상공인들이나 자영업자들이 많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트는 저렴한 닭·부자재, 미끼상품 효과로 단가 낮춰
우선 이마트 델리코너 치킨 매출 1위 상품 '생생치킨'은 9980원(950~1050g)이다. 롯데마트 대표 상품 '큰 치킨'은 1만4990원(1kg 내외), 홈플러스 '당당치킨'은 6990원(750~850g)이다.
매출도 급성장하고 있다. 이마트 델리코너 치킨의 매출은 2022년 30.4%, 2023년 49.0%, 올해(1월~5월) 12.0% 늘었다. 롯데마트 치킨 매출 증가율도 2022년 35.0%, 2023년 20.0%, 올해(1~5월) 10.0%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올해 3월 한 달간 메가푸드마켓 대표 점포 기준 '치킨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0% 성장했다.
대형마트가 이처럼 저렴한 가격에 치킨을 팔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은 재료 구매력에 있다. 대형마트는 양계업체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시세보다 낮은 4천원~5천원 사이에서 닭을 공급받을 수 있다. 파우더, 식물성 기름 등 부자재 또한 연 단위로 계약한다. 반면,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은 도계 업계의 마진과 본사 수수료 등이 더 붙어 6천원 안팎에 닭을 사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리나 날개만 모은 부분육의 경우 10~15% 가격이 더 붙는다.
대형마트 치킨은 부대비용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델리코너 내부에서 치킨을 직접 조리하고 운영까지 하다 보니 프랜차이즈 비용, 광고 비용, 임대료, 포장·배달 비용 등 불필요한 부대비용을 최대한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킨을 튀기는 기름값도 가격 차이를 부르는 요소다. 대형마트 3사는 저렴한 콩기름 등 식물성 식용유를 사용해서 가격을 낮춘다. 반면, 프랜차이즈 업계는 제품 차별화 경쟁 때문에 해바라기유, 올리브유 등 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식물성 기름을 사용한다.
값싼 치킨으로 고객을 유인해 마트 전체적으로 이익을 내는 '로스리더(loss leader)'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대형마트가 가진 경쟁력이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는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많이 올랐고 앞으로도 더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형마트의 미끼·행사상품에 대한 수요가 다시 살아난 것"이라며 "사람들이 치킨을 사러 마트를 가더라도 그것만 사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마트는 전체적으로 수익을 볼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외식 물가 상승세를 고려해 치킨 품목을 양념·시즈닝류로 확대하는 등 외식을 대체할 델리 상품군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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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기용 기자 kdrag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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