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산신약의 건강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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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화두는 국산 항암신약의 글로벌 허가다.
그동안 10개에 달하는 국산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턱을 넘었다.
HLB가 리보세라닙의 허가를 받지 못하자 어김없이 국산신약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든다.
다만 특정 품목의 허가 실패를 매번 그 기업 또는 국산신약 전체의 실패로 연결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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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화두는 국산 항암신약의 글로벌 허가다. 그동안 10개에 달하는 국산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가장 공략하기 어려운 질병으로 꼽히는 암 치료제가 허가된 사례는 전무하다. 때문에 HLB '리보세라닙'과 유한양행 '레이저티닙'(렉라자) 허가여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첫번째 사례는 결과가 좋지 못했다. 먼저 결과를 받아든 HLB가 일단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HLB가 리보세라닙의 허가를 받지 못하자 어김없이 국산신약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든다.
HLB는 물론 다른 바이오기업의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는데, 시장의 반응에 업계가 억울해 할 만한 상황도 아니다. 그동안 신약개발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포장해 주가를 부풀렸다가 허가 문턱조차 넘지 못해 몰락한 사례를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다만 특정 품목의 허가 실패를 매번 그 기업 또는 국산신약 전체의 실패로 연결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실패를 자양분으로 의외의 답을 찾거나, 전화위복이 된 사례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화이자 '비아그라'는 당초 심장 혈관질환인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을 시작했지만 실망스러운 중간 결과로 연구 자체가 중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재연구 중 우연히 예상 밖 효능을 발견하면서 발기부전 치료제 대명사로 자리매김하는 반전을 낳았다.
최근 글로벌 신약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신약 역시 당뇨치료제로 개발을 시작한 품목들이다. 당초 노리던 적응증에서 실패를 맛본 것은 아니지만, 신약 개발의 변수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국내도 한미약품이 사노피로부터 권리 반환의 아픔을 겪은 당뇨약을 비만으로 전략을 틀어 현재 국내사가 개발 중인 비만신약 가운데 가장 개발단계가 앞선 품목에 올려놨다. 가장 최근 FDA 허가를 획득한 휴젤 '레티보'는 3수 끝에 결국 미국 진출권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세계 최대 시장의 엄격한 기준을 반복 학습하는 부상(副賞)을 덤으로 얻어냈다. 다음 품목의 허가 도전 시 큰 자산이 될 경쟁력이다.
넘어져 봐야 일어날 수 있고, 잠시 주저앉으면 서 있을 때 보이지 않던 또 다른 길이 보이기도 한다. 세계 무대에서 국산신약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어린아이다. 숱한 넘어짐은 건강한 실패의 반복일 수 있다. 그 넘어짐을 부정적 평가의 재료로 삼기엔 아직 너무 젊고, 갈 길도 멀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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