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빼고 사방에서 금리인하..나쁜 실업률 기다리는 증시 [뉴욕마감]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4. 6. 7. 05: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탠퍼드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이 목표인 2%로 지속해 둔화하고 있다는 더욱 큰 자신감을 가지기 전까지는 기준금리를 낮추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4. 4. 4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스탠퍼드 AFP=뉴스1) 우동명 기자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일에 이어 상승세를 지속했고, 기술주 위주의 S&P 500과 나스닥 지수는 약보합세를 기록했다. 정부가 내놓을 고용보고서를 하루 앞두고 투자자들은 이른바 '나쁜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지 않게 나올 경우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앞당길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희망이다. 특히 선진 경제영역인 유로존이 이날 5년 만에 금리인하에 나선 것도 미국 투자자들에겐 기대감을 품게 하는 소식이었다.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78.84(0.2%) 상승한 38,886.17을 기록했다. 그러나 S&P 500 지수는 1.07포인트(0.02%) 내린 5,352.96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도 14.78포인트(0.09%) 하락해 지수는 17,173.12에 마감했다.

전일 급등으로 시가총액이 3조 달러를 뛰어넘었던 엔비디아는 이날 1% 이상 조정세를 보이면서 다시 2조 달러대로 내려앉았다. 대형 종목 가운데선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룰루레몬이 지난 1분기에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하면서 4%대 중반 상승했다.

베어드의 투자 전략 분석가인 로스 메이필드는 "시장은 여전히 경제가 괜찮고 불황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여긴다"며 "그러나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미 너무 오랫동안 긴축정책을 시행해왔기 때문에 냉각된 고용시장의 모멘텀은 일단 시작되면 멈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이 곧 금리인하를 시작한다고 해도 노동시장의 냉각은 멈출 수 없을 거란 우려다.
선수친 라가르드, 진퇴양난의 파월
(상파울루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 중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와 귓속말을 하고 있다. 2024.2.29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상파울루 AFP=뉴스1) 우동명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에 한 발 앞서 피봇(Pivot, 금리정책 방향 전환) 결단을 내렸다. 선진국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미국과 유럽이 둘 다 긴축적인 고금리를 고수해왔지만 유럽은 인플레이션 시대가 내년부터는 끝날 거란 확실한 기대를 가지고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선제적인 전환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중앙은행은 물가압력이 줄지 않고 있어 연말까지도 정책완화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기지표가 하반기 침체 징후를 보이는 가운데 노동시장을 지탱해온 서비스 분야 일자리가 감소하고 제조업 분야의 감원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준 역시 사방에서 들려오는 이른바 금리인하 노랫소리에 9월 쯤에는 고집을 꺾을 거란 예상이 힘을 얻는다.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 배경에 대해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이 현재 수준에서 변동하다가 내년에는 하락할 것"이라며 "ECB는 지난 몇 달 동안 미래를 내다봤고, 미래 전망에 대한 우리의 전반적인 신뢰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금리인하가 선제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라가르드는 "임금 인상이 계속되면서 유로존의 물가압력이 여전히 강하고, 인플레이션은 내년까지 목표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금리인하가 만장일치 결정이었냐는 질문에 "한 명만 빼고는 모두 동의했다"고 답했다. 그는 "ECB는 앞으로 지속적인 금리인하 단계로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그 결정은 앞으로 나오는 경제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가르드는 이번 금리인하를 통해 임금 인상은 완화되고 근로자 생산성이 올해 내내 높아져 기업의 인건비 압박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CB는 지난해 9월 마지막 금리 인상 이후 지난달까지 8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4.00% 수준에서 유지해왔다. 이번 25bp 인하로 기준금리는 3%대 후반으로 들어왔고, 미국과 금리차는 175bp 안팎까지 벌어졌다. 라가르드는 이에 대해 "이제 통화정책 제한 정도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 등에 따르면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올해 처음으로 5월에 2.6%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10%를 넘어섰던 것에 비하면 커다란 저감폭이다. ECB는 향후 전망을 낙관하면서 물가상승률이 올해 평균 2.5%, 내년에는 2.2%, 2026년에는 1.9%로 차츰 저감 정상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금리인하로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0.1% 오른 $1.0874에 거래되고 있다.

유로존에 앞서 북미 캐나다 중앙은행은 하루 먼저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올해 이들에 앞서 브라질과 멕시코, 칠레가 금리를 내렸고, 스위스와 스웨덴 중앙은행도 통화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했다.

미국 연준은 그러나 내주로 예정된 6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물가 압력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5.25~5.5% 수준에서 계속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은 지난 FOMC에서 "금리를 지금보다 더 높일 가능성은 낮지만 그렇다고 현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는 것도 쉽지 않다"며 피봇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경제지표와 연준 위원들의 확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이외에 유로존에서 탈퇴한 영국의 영란은행(BoE)도 20일 회의를 앞두고 있지만 16년 만에 최고치인 기준금리(5.25%)를 인하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ECB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6%에서 0.9%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에는 1.4%, 2026년에는 1.6%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UBS "올해 2번 금리인하"...도이치뱅크 "AI가 생산성 향상"
UBS는 뉴욕증시의 강력한 시장 펀더멘털이 추가적인 주식 랠리를 정당화한다고 주장했다. 이 투자은행은 전일 S&P 500이 엔비디아의 급등에 힘입어 사상최고치를 다시 경신한 것과 관련해 단기적으로 랠리는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UBS 글로벌 웰스매니지먼트의 최고 투자 책임자 마크 해펠레는 "채권은 여전히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자산이지만 단기적으로 주식이 더 상승할 수 있다"며 "기본적인 전망은 연준의 금리인하와 탄탄한 이익 성장, 인공지능(AI)이 가져온 장기적인 성장 추세로 인해 S&P 500이 연말까지 5500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상"이라고 말했다.

해펠레는 "9월부터 시작해 연말까지 50bp의 금리인하를 기대한다"며 "현재 투자처는 전략적으로 기술주에 치중돼 있지만 연준이 통화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하면 소형주에서도 (주가상승) 기회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월가는 내일 나올 5월 비농업 일자리 보고서에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5월 실업률은 3.9%로 예상된다. 도이치뱅크 거시 전략가 헨리 앨런은 "실업률이 전월비 0.1%p 낮아진 3.9% 이하로 떨어진다고 해도 1950년대 초 이후 가장 오랫동안 실업률이 4% 미만으로 유지되는 기록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1960년대 후반 27개월 연속 4% 미만이었다. 하지만 그 이전 1950년대 초에 한 달 더 긴 28개월 이상 실업률이 4% 이하를 기록했다. 앨런은 "특히 낮은 실업률은 기업이 근로자를 고용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기존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더 집중하게 되면서 종종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다"며 "우리 시대의 AI 성장을 고려할 때 이는 앞으로 몇 년 동안 경제 성장에 어느 정도 상승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