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붕어빵’이 들려주는 생명의 노래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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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앞지느러미 자리에 작은 발이 돋은 '붕붕어'.
고된 훈련 끝에 발이 단단해지자, 붕붕어는 오랜 꿈을 이루겠다고 결심했다.
발 달린 물고기 붕붕어는 큰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붕어빵틀을 보다가, 힘차게 튀어 올라 팥소 안으로 파고들었다.
붕어빵틀에서 나온 붕붕어빵을 맛본 노점 주인이 떠올린 '생명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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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강물 어루만진 손길 찾아
노점 붕어빵에서 퍼뜨리는
자연과 생명을 위하는 마음
행복한 붕붕어
권윤덕 글·그림 l 길벗어린이 l 1만8000원
태어날 때부터 앞지느러미 자리에 작은 발이 돋은 ‘붕붕어’. 붕붕어는 헤엄을 치는 대신 강가에서 발로 걷는 연습을 했다. 고된 훈련 끝에 발이 단단해지자, 붕붕어는 오랜 꿈을 이루겠다고 결심했다. 검붉은 강물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한 사람이 아픈 강물을 어루만져 주었던 기억. 그 사람을 찾아 붕붕어는, 눈이 오는 날, 땅 위로 올라섰다. 강아지를 피하고 몸이 꽁꽁 얼어버리기 전에 도착한 횡단보도. 그 끝에 드디어 목적지가 보였다.
‘행복한 붕붕어’는 한국 창작 그림책 1세대 대표 작가인 권윤덕 작가가 내놓은 새 그림책이다. 발 달린 물고기 붕붕어는 큰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붕어빵틀을 보다가, 힘차게 튀어 올라 팥소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곤 “주걱 위에 잘 올라타야 하는데…, 저기 8호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겠어”라고 되뇌인다. 붕붕어가 도착한 곳은 바로 ‘행복한 붕어빵’ 노점. 강물을 어루만져 준 사람은 붕어빵 노점주인이었다.
“푸른 강 물고기 되어/ 인간 세상 나아가면/ 그들이 춤추고 노래하며/ 맞이하네 맞이하네./ 내 몸 기꺼이 내어 주고/ 다시 푸른 강물 되어/ 돌아오네 돌아오네.”
붕어빵틀에서 나온 붕붕어빵을 맛본 노점 주인이 떠올린 ‘생명의 노래’. 이제 내일도 구워지는 붕붕어빵은 더 많은 사람을 만나, 이 맑은 강물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생명을 귀하게 여겼던 아이누족의 오래된 전설을 듣고 권 작가는 이 노래를 지었다. 아이누족이 자신에게 찾아오는 자연물을 먹기 전에 크게 환대하며 감사했다는 전설에서, 생명을 귀히 여기는 마음과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했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온 전통 재료를 기반으로 분채를 적절히 사용해 마치 한 폭의 민화처럼 화려하게 그려낸 그림을 보며 함께 음미하다 보면, 어느덧 아이와 함께 맑은 강물을 만지러 길을 떠날지도 모른다.
권 작가는 ‘한중일평화그림책’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2022∼2024 민주인권기념관 개관을 위한 ‘민주인권그림책’ 프로젝트 총괄 감독을 맡았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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