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역사학자가 말하는 이스라엘의 거짓말들 [책&생각]

양선아 기자 2024. 6. 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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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를 쓴 일란 파페는 이스라엘 출신 역사학자지만, 그 누구보다도 이스라엘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지식인이다.

저자는 이스라엘과 관련한 신화 열 가지를 과거, 현재, 미래 순으로 짚어나간다.

그러나 책은 이스라엘 학계에서조차 이런 서술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지적한다.

이스라엘은 '신화적-성서적 복음주의'를 근거로 남의 땅을 가로챈 것이고, 자신들의 부당한 점령을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까지도 이렇게 조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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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출신 역사학자가 쓴
이스라엘에 대한 통렬한 비판
“팔레스타인은 빈 땅이었다” 등
역사적 접근으로 10가지 거짓 밝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팔레스타인 응급의료팀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숨진 이들이 최소 35명이라고 전했다. 라파/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
유대인 역사학자의 통렬한 이스라엘 비판서
일란 파페 지음, 백선 옮김, 이희수 감수 l 틈새책방 l 1만9000원

‘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를 쓴 일란 파페는 이스라엘 출신 역사학자지만, 그 누구보다도 이스라엘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지식인이다. 책은 어떤 사안을 두루뭉술하게 서술하거나 양비론을 펼치지 않는다. 저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땅에서 식민지화되고, 점령당하고, 억압받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대신해 권력의 균형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한다. 이스라엘이 어떻게 역사를 왜곡해 자신들이 벌이는 전쟁과 학살을 정당화하고 있는지 조목조목 짚어주고, 지금과 같은 비극의 기원은 서구의 ‘반유대주의’와 ‘시오니즘’이 결합해 벌어졌음을 분명히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은 물론이고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겠다.

저자는 이스라엘과 관련한 신화 열 가지를 과거, 현재, 미래 순으로 짚어나간다. 가장 먼저 이스라엘 외교부의 공식 웹사이트에서조차도 ‘팔레스타인은 원래 빈 땅이었다’는 식의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살핀다. 웹사이트에서는, 16세기 이후 팔레스타인에는 주로 유대인이 거주했고, 이 지역의 상업적 생명력도 유대인 공동체에 집중된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 또 1800년대 팔레스타인은 사막이 됐고, 시온주의자들이 도착해 이 지역을 개척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책은 이스라엘 학계에서조차 이런 서술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지적한다. 암논 코헨 등 다수 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당시 팔레스타인은 사막이라기보다는 번창하는 아랍 사회였고, 인구 대부분은 무슬림이었으며, 주로 농촌이었지만 활기찬 도시 중심지가 있을 정도로 근대화가 진행 중이었다. 이스라엘은 ‘신화적-성서적 복음주의’를 근거로 남의 땅을 가로챈 것이고, 자신들의 부당한 점령을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까지도 이렇게 조작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를 쓴 역사학자 일란 파페. 그는 현재 영국 엑서터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틈새책방 제공

이외에도 저자는 “1882년에 팔레스타인에 도착한 유대인들이 서기 70년에 로마인에 의해 추방된 유대인의 후손이라는 주장”은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인지, 또 ‘유대인이 약속의 땅을 찾아야 한다’는 시오니즘이 누구에 의해 어떤 경로로 퍼져 팔레스타인을 식민지화하는 프로젝트로 변질됐는지 설명한다. 복잡하고 기나긴 역사적 맥락을 핵심만 추려 최대한 압축적으로 설명을 해주니 이해하기 쉽다.

특히 시오니즘과 유대교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유대교 공동체 내부 분파가 어떻게 나뉘었고 서로 입장이 어떻게 달랐는지 설명한다. 과거 유대교 개혁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시오니즘’을 격렬하게 거부하기도 했고, 어떤 개혁주의자들은 자신들을 국가가 아닌 ‘종교 공동체’로 생각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과 관련해 우리가 지닌 잘못된 통념들을 부수고 무엇이 사실이고 진실인지 밝힌다. 국내 언론은 미국과 영국 언론을 참조해 기사를 쓰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인들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다. 우리는 흔히 팔레스타인의 무장조직인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여기지만, 역사적 맥락을 연구해온 저자는 “하마스는 해방 운동”이라고 말한다.

서구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맞춰 정보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기울어진 정보 운동장’에서 이 책은 국내 독자들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비 같은 존재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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