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기후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책&생각]

최재봉 기자 2024. 6. 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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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도발적이다.

기후 변화 또는 기후 위기가 다른 모든 고려에 앞서는 지상명령 취급을 받는 시대에 기후 변화가 전부는 아니라니.

지은이는 "기후 변화로 생기는 위기는 심각하다"면서도 "모든 것을 기후 탓으로 돌리고 싶은 유혹에 대해 경고"하고자 책을 썼다고 밝힌다.

세상 모든 문제를 기후 변화와 관련해 파악하고, 탄소 배출량 넷제로를 다른 모든 목표에 우선하는 위치로 격상하는 것이 기후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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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가 전부는 아니다
기후 위기를 둘러싼 종말론적 관점은 어떻게 우리를 집어삼키는가
마이크 흄 지음, 홍우정 옮김 l 풀빛 l 1만6800원

제목부터가 도발적이다. 기후 변화 또는 기후 위기가 다른 모든 고려에 앞서는 지상명령 취급을 받는 시대에 기후 변화가 전부는 아니라니. 그렇다고 해서 기후 변화 부정론자가 쓴 책이라고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지은이(마이크 흄 케임브리지대 인문지리학 교수)는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2007년 노벨평화상 수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IPCC로부터 인증을 받은 기후 변화 전문가니 말이다.

‘기후 변화가 전부는 아니다’는 기후 변화론을 인정하되 그 부작용에 주의를 기울이며 유연하게 대처하자는 내부로부터의 조언이다. 지은이는 “기후 변화로 생기는 위기는 심각하다”면서도 “모든 것을 기후 탓으로 돌리고 싶은 유혹에 대해 경고”하고자 책을 썼다고 밝힌다. 모든 것을 기후 탓으로 돌리는 태도를 두고 그는 ‘기후주의’(climatism)라는 용어를 쓴다. 세상 모든 문제를 기후 변화와 관련해 파악하고, 탄소 배출량 넷제로를 다른 모든 목표에 우선하는 위치로 격상하는 것이 기후주의다.

가령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는 21세기 들어 열대 우림이 대규모로 훼손되었는데, 2003년 유럽연합이 바이오연료 및 재생 가능 연료 사용 촉진 지침을 도입하면서 팜유 생산 농장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지구를 구하는 줄 알았던 정책이 사실은 지구를 황폐화”한 것이다. 예미 오센바조 나이지리아 부통령은 2021년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이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활용해 풍요로운 미래를 가꿀 권리가 탈탄소화 정책으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은이 역시 사회 정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탄소 배출 여부에만 집착하면 “경제적 약자와 사회적 소외 계층을 더 큰 위험에 빠트릴 가능성이 있다”고 맞장구친다.

지은이가 표방하는 ‘기후 실용주의’로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와 2도 사이에서 안정화한다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데에 그 역시 동의한다. 그렇지만 지구 온도 상승 억제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게다가 “기후 변화가 인류 멸종과 인간 문명의 붕괴를 가져온다는 데에는 어떤 견고한 과학적·역사적 증거도 없다.” IPCC 보고서의 기후 예측에는 적잖은 불확실성이 있다. 과학은 불확실성과 토론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 ‘남은 시간 ㅇㅇ년’이라는 식의 종말론적 수사는 오히려 두려움과 냉소, 무관심을 촉발하기 십상이다. 기후 변화 부정론자들의 주장에 악용될 위험을 무릅쓰고 지은이가 이 불편한 책을 쓴 까닭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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