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카버의 ‘두 번째 삶’

최원형 기자 2024. 6. 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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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단편소설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1938~1988)의 두 번째 소설집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1981)은 극단적으로 절제된 문장으로 그에게 '미니멀리스트'라는 명성을 가져다주었는데, 나중에 편집자였던 고든 리시가 카버의 원고를 절반 이상 뜯어고쳤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그러나 카버는 "그 방향으로 좀 더 가면 막다른 골목에 도달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그래서 '대성당'에서는 아무런 제약 없이 "그동안 제가 썼던 어느 것보다 크고 넓은 이야기"를 펴려 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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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
미국의 대표적인 단편소설가 레이먼드 카버. 위키미디어 코먼스

미국 단편소설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1938~1988)의 두 번째 소설집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1981)은 극단적으로 절제된 문장으로 그에게 ‘미니멀리스트’라는 명성을 가져다주었는데, 나중에 편집자였던 고든 리시가 카버의 원고를 절반 이상 뜯어고쳤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레이먼드 카버의 말’(마음산책)에서 카버는 생전에 무어라 했는지 들춰보다 제법 흥미로운 대목들을 발견했습니다.

사후 ‘스캔들’로 불거질 그 일에 대해 카버는 말을 아꼈으나, 나름대로 일관된 자신만의 서사를 전개했더군요. ‘사랑을 말할 때…’와 그다음 소설집인 ‘대성당’(1983) 사이 작품 세계의 변화가 있었다는 식입니다. 리시가 “같은 걸 열다섯 단어 대신 다섯 단어로 말할 수 있다면 다섯 단어를 써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었다는 회고는, ‘사랑을 말할 때…’ 당시 “모든 대상의 뼈를 발라낼 뿐만 아니라 그걸 으깨고 골수까지 끄집어내려”했던 자신의 작업에 리시가 줬던 지대한 영향을 확인해주는 듯합니다. 그러나 카버는 “그 방향으로 좀 더 가면 막다른 골목에 도달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그래서 ‘대성당’에서는 아무런 제약 없이 “그동안 제가 썼던 어느 것보다 크고 넓은 이야기”를 펴려 했다고 말합니다.

불안한 결혼생활과 파산, 알코올의존증 등에 시달렸던 카버는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이 그것들 이후 ‘두 번째 삶’을 살 수 있었다는 데 감사해하곤 했습니다. 자신의 길을 스스로 뚫으려 발버둥치다 끝내 “이 세계에 속한 것들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찾아낸 한 작가의 발자취에 새삼 존경의 마음을 품게 됩니다.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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