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돌아올까"…전공의 설득 나선 병원장들에게 물었다

수련병원들 전공의 면담 준비…"설득해도 복귀율 높지 않을 것"
'전문의 중심병원' 구상에 "이 수가체계론 불가능"

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6.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받아주기로 결정하면서 전공의 복귀 여부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전공의들은 원래 자리로 복귀하느냐 아니면 사직이냐,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각 수련병원 병원장에게 '전공의 복귀 설득'을 위임해 놓은 상태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련병원들은 진료과장, 의국장 등을 중심으로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과 상담 할 준비에 돌입했다.

이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을 모두 철회하기로 하면서 각 병원장들에게 "전공의의 개별 의사를 확인해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도록 상담, 설득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병원장들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복귀할지, 사직서 수리를 바라는지를 묻는 상담을 시작할 예정이다.

A대학병원장은 "당연히 전공의들을 설득해볼 생각"이라며 "오늘(7일)부터 교수들과 각 과장들이 면담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빅5 병원 관계자도 "원장이 직접 전체 전공의들 면담을 다 하진 못할테고 진료과장, 의국장 위주로 면담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장을 비롯한 교수, 병원 관계자들은 면담을 통해 전공의들을 설득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거라고 보고 있다.

A대학병원장은 "근데 사실 얼마나 돌아올지는 잘 모르겠다. 노력은 해보겠지만 복귀율이 높지는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B대학병원장도 "지금 면담에서 설득한다는 게 별 의미가 없다"며 "특히 필수과는 연차별로 5~10명씩 있고 4년차가 함께 움직이는데 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5 병원 관계자도 "당연히 설득은 하겠지만 이미 돌아올 애들은 5월 말에 다 돌아왔고, 설득을 한다고 올 것 같았으면 진작 벌써 왔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실 돌아와서 전문의 자격을 따봐야 업계에선 복귀자 또는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힐 거고 그런 상황에서 편안하게 의사로서 살아갈 수 있을지도 걱정이지 않겠나"라고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료개혁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4.6.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의사 자격증이 있는 전공의들로선 사직서가 수리 되면 일반의로 취업해 버티다 사태가 진정되면 다시 수련병원에 돌아오는 선택지도 있다.

애초에 수련 규정상 '전공의가 사직하는 경우 1년 이내에 같은 과목, 같은 연차로 다시 복귀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어 사직한 전공의가 다른 수련병원에 전공의 신분으로 취업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규정을 따른다면 사직 전공의들은 실질적으로 2026년 3월까지는 수련병원 취업이 어렵다. 원칙적으로 수련병원들의 전공의 선발은 3월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에 한 의료계 관계자는 "사직서 수리는 될테니 일반의로 페이닥터를 하며 살아갈 수 있고, 그렇게 살다가 마음이 동하게 되면 내년이나 그 이후에 수련병원에 지원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남자들 같은 경우는 군대 18개월 다녀와도 되고, 다들 의대 들어온다고 재수, 삼수 하던 친구들인데 전문의 자격 따는 거 1~2년 늦춰지는 건 대수롭게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공의들이 당장 돌아오지 않을 경우 현재 하루 10억~15억씩 적자가 나고 있는 병원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다.

A대학병원장은 "그래도 일단 2주는 전공의가 얼마나 복귀할지 추이를 지켜볼 계획인데 복귀율이 낮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 병원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1000억 원 마이너스 통장 소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기한을 8월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병원들은 전문의 중심 병원과 전문 간호사들로 공백을 메우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5월 중순 이후에 전임의들이 70% 이상 복귀를 하면서 외래와 수술 진료 건수가 조금 회복이 된 데다 그동안 불법화됐던 PA(진료지원) 간호사가 공백을 어느정도 메워서 솔직히 도움이 좀 됐다"며 "결국은 입원 전담 전문의 등 전문의를 더 뽑고 PA 간호사를 활성화 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조차도 지금으로선 재정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불가능한 방안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는 "입원 전담 전문의 등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가자는 기류가 있다"면서도 "사실 누구나 하고 싶지만 법적 장치도 마련되지 않은 데다 재정적인 문제도 걸림돌이 된다"고 했다.

B대학병원장은 "정부가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만들어가겠다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전공의 1명이 하는 일을 전문의가 하려면 2~3명이 필요하다. 전공의 연봉은 5000만 원인데 전문의 연봉 2억 원을 잡으면 4배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런 수가체계로는 빅5 병원도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의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