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난장] 나이가 들면 부산 어디서 살고 싶나요?

신명준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2024. 6. 7. 03: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5세 이상의 고령자들, 돌봄·의료 서비스 필수
고령친화 산업적 접근…신개념 주거 고민할 때
신명준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부산이 초고령화 사회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부산의 어디에 가면 노인이 잘 지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찾기가 어렵다.

75세 이상 후기고령자가 더 많아지면 노인주거시설은 더 필요한데, 왜 관련 사업이 확대되지 못 하고 있을까?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을 떠올리며 집값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아서일까? 무작정 어르신들을 기피하는 사람들 때문일까?

지금 노인의 현재 문제는 미래의 나의 문제이다. 이런 인식을 가지고 행복한 우리 동네 만들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마도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노인을 위한 시설을 빠르게 정비해나가는 동네에 앞으로는 학군보다도 더 중요한 가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금방 찾을 수 있는 병원과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식당과 산책 공간 등이 있는 곳, 그런 곳들을 중심으로 동네가 변화한다면 부산은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도시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노인이 잘 지낼 수 있는 곳은 어떤 기능을 가져야할까? 65~74세 전기 고령자는 본인 집에 거주하면서 끼니도 스스로 해결하고 여행도 다니는 활동적인 노인이다. 이런 분에게는 동네에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고, 적절한 운동 프로그램을 주변 사람과 같이 할 수 있도록 마을건강센터가 운영되면 될 것 같다.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들은 거동은 가능하지만 밥 해먹는게 힘들고 병도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니 돌봄 서비스와 의료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며,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갖추어야할 수 있다. 돌봄 서비스 중에 식사와 청소 등의 아주 기본적인 것은 노인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갖추어야한다.

그리고 반드시 신체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행 가능한 거리 안에 운동할 곳을 만들거나 주변 환경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한다. 분양만 해놓고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는 무늬만 노인복지주택 형식인 ‘좀비주택’을 만들면 안되고, 관리에 초점을 둬서 시설 이용권을 보장받는 형태로 노인복지주택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또한 노인이 접근성이 좋은 곳을 선호하는 이유가 대부분 병원 이용과 사회활동 유지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노인들끼리 서로 교류하고 의지할 수 있도록 하고, 젊은 사람이 노인을 위한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하는 형태로 지역 단위로 경제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 오하이오 콜럼버스시의 고령친화 기술지원 프로그램 같은 것을 통해 젊은이와 노인의 경계를 허물고 소통하게 하여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을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고령화율 30%가 넘는 부산의 47개 동은 ‘자연발생 은퇴자동네(NORC, Naturally Occurring Retirement Community)’로 지정해 동네 공동체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보행이 어려운 노인, 그리고 인지가 떨어지는 노인을 위한 곳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일 수 밖에 없을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지팡이 짚으면 입주가 안되는 노인복지주택’만 있다면 진정 노인을 위한 장소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노인을 위한 기술은 의료 서비스와 합쳐져서 새로운 형태의 사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런 것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나라 중 하나가 의료기술, IT 기술 강국인 우리나라이다. 노인의 데이터와 신사업을 잘 엮는다면 노인은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기업이나 젊은이들은 그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전세계에 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니 조금 더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대학 캠퍼스 같이 쾌적하고 안전하며 젊은 사람들로 넘쳐나는 새로운 장소에서 만나보는 건 어떨까?

집에서 늙는 것(Aging in Place)은 어떻게 보면 현대 사회에서는 꿈같은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자신이 오래도록 살아온 집에서 죽을때까지 생활할 수 없다면 노인에게 독립성을 제공하고, 익숙한 환경에서 정신적 안정과 행복감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주거 환경을 다르게 해석하고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기술이 더 발달해지고 비용이 저렴해진다면 가정 내 식사 배달 서비스, 교통 서비스, 가사 로봇 등이 노인들 자신의 집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스마트 홈 기술과 원격 모니터링, 방문 의료 서비스 등으로 노인들이 집에서 필요한 건강 관리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대가 오기 전에 먼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있는 노인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곳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