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 헤아리듯, 언어의 온도·표정에 귀 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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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스럽지 않게 부드럽게 들어와서 마음과 뇌리에서 오래가는 책이 있는데, 그런 저서에서는 글의 기품을 느낀다.
현재 경인교대 명예교수이며 재외동포청 정책자문위원장인 박인기 박사의 인문 에세이 '짐작'은 부드럽게 들어와서 오래 머무는 책으로 남았다.
'짐작'은 우리가 쓰는 말·언어에 관해, 옛 그림 '고사관수도'에 나오는 선비가 흐르는 물을 오래 물끄러미 들여다보듯 깊고 걸림 없이 사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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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삶의 길 열어주는 언어
- 사유·배움·사용 중요성 강조
별스럽지 않게 부드럽게 들어와서 마음과 뇌리에서 오래가는 책이 있는데, 그런 저서에서는 글의 기품을 느낀다. 현재 경인교대 명예교수이며 재외동포청 정책자문위원장인 박인기 박사의 인문 에세이 ‘짐작’은 부드럽게 들어와서 오래 머무는 책으로 남았다. ‘짐작’은 우리가 쓰는 말·언어에 관해, 옛 그림 ‘고사관수도’에 나오는 선비가 흐르는 물을 오래 물끄러미 들여다보듯 깊고 걸림 없이 사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는 그런 가운데 말에 관한 몇 가지 인문 원칙을 놓치지 않고 꼭 쥔다. 그 원칙을 요약하자면 언어 유정(有情), 의미 무량(無量)이라 할 수 있겠다. 언어는 주어진 의미를 건조하게 표상하는 데 그치지 않으며, 온도·표정을 지녔다. 그런 언어의 생태에 귀 기울이면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언어 유정을 저자가 강조한 근거다. 또한 언어의 뜻은 맥락을 타고 다채롭게 가지를 뻗는다. 그래서 의미 무량이다.
“말의 생태를 보지 못한 채, 말 자체만 알려 하면, 그냥 삶은 잘 모르면서, ‘말만 잘하는 사람’으로 떨어진다. … 말을 내 인생살이의 맥락에 결부하여 익히지 못하면, 그저 말의 껍데기만 아는 것이다. 말의 알찬 본질에 다가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말이 빚어내는 감동의 장면을 경험할 수 없을 것이다.” (서문 중)
책을 읽어가다 ‘제7강 끝없는 무량의 헤아림’이라는 단원에서 독자와 특히 더 공유하고 싶은 대목을 만났다. “원래 짐작의 짐(斟)이 ‘술 따를 짐’이고, 작(酌)도 ‘술 따를 작’이다. 짐작은 순전히 술 따르는 행위에서 생겨난 말이다. 남의 잔에 술을 따를 때, 헤아려 보아야 할 것들이 많다. 잔의 크기도 헤아려야 하고, 따를 술의 양도 헤아려야 한다. 술 따르는 속도도 헤아려야 한다. 그 이전에 상대가 지금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지도 헤아려야 한다. 한창 마시는 중이라면 얼마나 취해 있는지를 헤아리는 것도 중요하다.” (145쪽)
여기서 저자는 문태준 시인의 글도 인용한다. “우리는 초승달을 보고도 만월을 그릴 수 있다.” “좋은 작품은 다 말하지 않는다. 짐작의 공간을 넉넉하게 남겨 두는 데에 아름다움(美)이 있다.” (143쪽)
하물며 우리가 흔히 쓰는 ‘짐작’이라는 낱말에도 이토록 만만찮고 무량한 뜻이 들어있는데, 우리 삶이 나아가도록 길을 내주는 언어 자체를 생각하면, 말 자체를 놓고 사유하고 배우고 익히는 일은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저자 박인기 박사는 1951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김천고를 거쳐 서울대 사범대학을 나왔으며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교육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김천연구 콜로키움 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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