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변신 뒤엔… ‘민생정책 멘토’ 이한주, ‘레드팀’ 김영진 [정치 D포커스]

윤다빈 기자 2024. 6. 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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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표, 연금개혁 등 의제 주도
싸움닭 대신 협상가 이미지 강화
‘30년 지기’ 이한주가 핵심 역할
진성준은 상속세 완화 등 조율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달라졌다.”

최근 야권에선 이 대표가 총선 압승 후 참모 그룹을 대폭 늘리며 정책, 정무적 대응 역량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 대표가 연금 개혁과 저출생 문제 등 정책 의제를 주도해 ‘능력 있는 야당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는가 하면,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총선 공약과 관련해서도 “여당과의 협상을 위해 선별 지급도 가능하다”고 한발 물러서며 중도층에 적극 어필하고 있다는 것. 일각에서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가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이어 총선까지 연승하면서 당을 확실히 장악한 뒤, 행정가에서 중앙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 변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의 ‘싸움닭 이미지’를 벗어나 ‘협상가 이미지’를 강화하는 대권 플랜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 이재명 변신 뒤에 ‘정책 멘토’ 이한주

이 대표의 정책 분야 변화를 이끌고 있는 핵심 인물로는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이 꼽힌다. 이 원장은 이 대표가 경기 성남시장에 당선되기 전부터 알고 지낸 30년 지기로, 이 대표의 대표 정책 중 하나인 ‘기본소득’을 설계했다. 이 대표 스스로도 이 원장과의 친분을 숨기지 않을 정도로 친명(친이재명) 그룹 내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 원장은 지난달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에 취임한 뒤 소속 연구원들에게 “국가적 의제와 미래 과제 발굴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사실상 민주연구원이 이 대표의 대선 대비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민주연구원 주도로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종합부동산세·상속세 등 세제 개편안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 원장은 통화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소득 수준이 올라가는 등 달라진 환경에 맞춰 조세를 비롯한 각종 문제에 유연하게 접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밖에 단기적인 경기 부양을 위한 건설 규제 완화 필요성을 비롯해 이 대표의 과거 트레이드마크였던 기본소득을 확장해 주거, 에너지, 의료 등 기본사회 전반으로 키우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최근 당원권 확대와 정당 개혁 방안에 대해선 ‘신(新)명계’로 꼽히는 김민석 의원 등의 조언을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추미애 의원의 국회의장 경선 낙선 이후 당원들을 달래기 위한 방안으로 ‘국회의장 선거에 당원 투표 반영’을 최초로 주장한 바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도 최근 종합부동산세 논란에 대해선 선을 그으면서도 상속세 완화 가능성은 열어두는 등 당내 정책 조율을 주도하고 있다.

● 친명계 레드팀…李, 안보·외교로 의제 확장할 듯

원조 친명계는 ‘레드팀’ 역할을 하고 있다. 김영진 의원 등 이 대표와 가까운 중진 의원들이 이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분란 확대를 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의원은 전날 이 대표가 참여한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일부 권리당원 요구로 당헌·당규를 매번 바꾸면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역할을 할 수 없다”며 당원권 강화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70명이나 되는 초선 중에 맹목적인 충성파가 너무 많다”며 “좀 더 건강하게 토론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민주당의 대선 승리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친명계 핵심 인사가 공개 반론을 제기함으로써 이 대표 일극 체제가 아닌 건강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도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이 대표는 채모 해병대원 순직 사고를 계기로 군 병사들의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22대 전반기에 상임위로 외교통일위원회를 지원했는데, 이와 관련해 남북 이슈를 비롯해 미국-중국과의 실용외교 등에 대해 개인 과외도 받고 있다고 한다. 당내에서는 당 대표 연임과 2026년 6월 지방선거 지휘, 차기 대선 도전은 사실상 확정된 수순이라는 분위기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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