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기준금리 0.25%p 인하했지만…추가인하는 불투명(종합)

김상윤 2024. 6. 7.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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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텝 시작 후 23개월 만에 ‘피벗’
인플레 전망치는 상향했는데 금리인하
“수차례 인하 예고에 방향 바꾸기 어려워”
9월 추가인하 가능성 글쎄…“신뢰성 의문”

[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전재욱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로써 ECB가 2022년 7월 0.50% 포인트를 올린 ‘빅스텝’으로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 1년11개월 만에 피벗(긴축 정책서 전환)이 단행된 것이다.

다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아 2% 목표치까지 도달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밝히면서, 추후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을 남겼다. ECB는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하면서도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이번 정책 결정에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ECB결정은 ‘매파적 인하’라는 평가가 나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총재 (사진=AFP)
빅스텝 시작 후 23개월 만에 ‘피벗’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이사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4.25%,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연 3.75%, 연 4.50%로 내렸다. 이에 따라 한국(기준금리 3.50%)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금리 격차는 0.75%포인트로 줄었다. 유럽과 미국(기준금리 5.25∼5.50%)과는 1.00∼1.25%포인트로 확대됐다.

ECB는 성명서에서 “9개월간 금리 동결 이후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9월 회의 이후 물가상승률이 2.5%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인플레이션 전망도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유로존의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2022년 연말 10%를 넘겼다가 지난해 10월부터 2% 중후반 대에 머물고 있다.

ECB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6년 넘게 제로 금리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양적완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환경 영향으로 물가가 급등하자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다. 그러다 9월 이후 기준금리를 4.50%를 동결해오다 이번에 피벗을 단행한 것이다.

ECB의 금리 인하는 이미 예상됐다. 유로존 국내총생산(GDP)는 6분기 연속 제로성장이나 역성장을 지속했고, 지난 1분기에 그나마 전분기대비 0.3% 올랐지만, 여전히 경기회복 기세가 약하다. 자칫 인플레이션 잡기에 골몰하다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우려가 컸던 상황이었던 만큼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회복세에 힘을 보탤 필요가 있었다. 이미 ECB는 몇개월 전부터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쳐 왔다.

ECB의 금리인하는 캐나다중앙은행이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금리인하에 나선 지 단 하루 만에 나왔다. G10 중에서는 스위스·스웨덴·캐나다 중앙은행이 올해 들어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미국은 이르면 9월에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자칫 금리차가 확대될 경우 각국의 통화가치가 급락할 우려도 제기된다.

금리인하에도 인플레 전망은 상향…ECB 신뢰성에 의문

문제는 아직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잡혔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ECB는 특히 지난 3월 대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모두 상향 조정했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2.3%에서 2.5%로, 내년은 2.0%에서 2.2%로 올렸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2.8%, 내년 2.2%로 예상했다.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0.6%에서 0.9%로, 내년 전망은 1.5%에서 1.4%로 수정했다. 물가상승률 전망치와 GDP성장률 전망치가 상향됐음에도 금리 인하를 택한 것이다.

특히 지난 5월 인플레이션이 2.6%로 다시 반등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할 우려도 제기된 상황이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은 4월 2.7%에서 5월 2.9%로 올라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총재는 “임금상승으로 유로존 내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강하고 내년에도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상회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물가상승률이 올해는 현재 수준에서 등락하다가 내년 하반기 목표치를 향해 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에 시장에서는 ECB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초 시장은 6월에 이어 9월 등 올해 두차례 인하에 베팅했지만, 현재로서는 한차례 인하에 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추가 금리인하와 관련해 “모든 것은 들어오는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만 강조했다.

아비바 인베스터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몇달 전부터 금리인하 가능성을 밝히지 않았다면 이달 금리인하가 이뤄졌을지 의문”이라며 “백페달을 밟기에는 너무 당황스러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ECB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매우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금리 인하는 만장일치로 이뤄지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이자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가장 매파 중 한명인 로버트 홀츠만 총재는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성명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최근 유로존의 인플레이션과 임금상승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일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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