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김호중 열성 팬덤과 문화심리
트로트가수 김호중의 음주운전 사고 사례로 불거진 팬덤현상은 전형적인 문화심리로 분석할 수도 있고 특수한 한국적 현실을 읽어낼 수도 있다. 누구나 그런 열성 팬덤에 빠질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작용을 막기 위해 몇 가지 개념 이해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대응이 모색돼야 한다.
운전자나 조종사는 자기 앞에 집중하기에 '터널시야 현상'(Tunnel vision effect)을 겪게 된다. 이는 넓게 보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더구나 바로 앞에 의외의 물체가 나타나면 더욱 심해진다. 이런 현상은 팬덤현상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자신이 지지하고 선호하는 스타 외에는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 외에는 보이지 않는 내적 심리로는 '헤일로 이펙트'(Halo Effect)가 자리한다. 이는 후광효과라고도 하는데 특정 부분이 마음에 들면 나머지 부분도 무조건 좋아보이는 현상이다. 자신의 스타가 범죄를 저질러도 믿지 못하거나 부정하는 현상은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선택적 주의와 편집행위가 일어난다.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정보만 취하고 나머지는 배제하거나 무시한다.
이런 심리에 빠지면 외부 전가 행위도 일어난다. 즉, 발생의 원인을 추론하는 귀인(attribution)은 남 탓으로 돌린다. 예컨대 김호중을 황색 저널리즘의 왜곡된 보도에 따른 희생자라고 여긴다. 분명 음주운전에 따른 범죄행각이 소명돼 구속됐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외부 귀인 행위는 자신의 신념과 선택의 무오류성 심리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절대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이 잘못된 행위를 할 리 없다는 생각은 사실 자기를 위한 것이다. 스타의 추락을 자신의 꿈이 무너지는 것처럼 동일시해서다.
극단적 팬덤은 궁지에 몰릴수록 극렬함이 더 강화된다. 특히 소수에게 몰린다는 생각이 있을수록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 현상이 일어난다. 물리적 공간에서는 폭력적 시위도 정당화하거나 합리화한다. 21세기 인터넷에서 이런 현상이 심화했는데 김호중에게 부정적일 수 있는 기사에 악플을 집단으로 도배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SNS 모바일 플랫폼의 발달은 이를 부추긴 측면이 크다. 하지만 도를 넘은 악플은 범죄행위다. SNS 모바일이 강력한 팬덤 구성을 가능하게 했지만 거꾸로 팬덤 신기루 현상을 만들어내기도 쉽다.
팬덤은 나중에 스타의 잘못을 일정하게 인정하기도 하는데 이는 체념적 인정이다. 이때는 예외적 선처를 바란다. 예컨대 김호중이 100억원대 기부를 했기 때문에 선처가 필요하다는 청원이 대표적이다. 임영웅이 음주운전을 해서 그간 기부금 때문에 선처가 필요하다고 누군가 말하면 김호중 팬들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75%가 기부앨범이라니.
물론 극렬한 팬덤은 일부의 소행인 경우도 많다. 특정 몇몇의 돌출적인 행동을 전체 팬을 대변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것도 위험하다. 흔히 저지르기 쉬운 일반화의 오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것처럼 김호중 팬덤 가운데 일부 팬이 보여준 극단적 사례들은 문화심리 차원에서 충분히 분석할 수 있다. 아주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를 제어하기 위해 방책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팬클럽 내부에서 자정활동이 일어나야 함을 의미한다. 극단적인 팬덤은 결국 스타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당분간 팬덤은 유지되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김호중은 복귀하겠지만 그 외연의 확장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진정한 인정과 사과 그리고 앞으로 행보에 대해 분명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그동안 쌓은 선한 기부행위도 그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돌아갈 팬덤이 있다는 신기루 같은 생각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일으킨 점을 다시금 각인해야 하는 이유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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