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보다 조용하다… 혁신·연구·토론 없는 與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선 세미나와 간담회가 10건 열렸다.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각종 현안을 주제로 의원들이 여론 수렴에 나선 것이다. 이날 열린 세미나·간담회 10건 중 8건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실이 주최했다. 의료 개혁, 인공지능(AI) 의료 진단, 상병(傷病) 수당, 청소년 범죄 등 주제도 다양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는 ‘처분적 법률의 문제점 토론회’(윤재옥 의원실)와 ‘한-카자흐스탄 협력 세미나’(김성원 의원실) 2건뿐이었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안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야 간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院) 구성 협상이 공전한 탓도 있지만 과거 같은 ‘정치 쇄신 모임’을 주도하거나 활발한 정책 제안을 하는 의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야당은 민생 입법 드라이브를 걸며 정책 주도권을 행사하는 모습이다. 의석수뿐 아니라 의정 준비 활동에서도 범야권의 우위 분위기다.
지난달 30일 22대 국회 개원 후 15일까지 국회에서 열렸거나 열릴 예정인 의원 주최 세미나는 총 38건(6일 기준). 이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했거나 주최하는 행사는 9건(4건은 여야 공동 주최)이었다. 반면 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이 주최했거나 주최 예정인 행사는 29건에 달했다. 세미나 주최자에 이름을 올린 국민의힘(총원 108명) 의원은 7명, 민주당 등 야당(총 192명) 의원은 54명이었다.
국민의힘에서 세미나를 여는 의원들은 안철수, 정점식, 성일종 등 주로 3·4선 중진 의원들이다. 반면 민주당에선 다선 의원뿐 아니라 초선 의원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 김남근·김동아·송재봉·곽상언 등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7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입법 준비를 위해 소상공인 단체 등과 민생 간담회를 연다. 야당 의원 세미나는 저출생, 자영업 정책, 서민 금융 등 민생 현안을 망라하고 있다. 북한 핵 위협 대응 등 전통적인 보수 여당 어젠다를 주제로 한 세미나도 연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15일 북핵 위협에 대응한 자체 핵무장 문제를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한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주로 총선 후 지역구에 내려가 있다 보니 국회에선 얼굴 보기도 힘들다”며 “총선 참패 탓이 크지만 코로나가 한창이던 21대 국회 때보다 활기가 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의원총회를 전후해 초선끼리 한번 만나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아직 여야 원 구성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초선들은 개별 활동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몇몇 의원을 중심으로 국회 연구 모임을 만들고 있지만 AI 등 몇몇 주제를 공부하는 수준이다.
오히려 총선 이후 국민의힘에서 제기된 일부 정책 이슈나 당 체질 개선 문제와 관련한 논의는 현역 의원보다 원외 당협위원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3040세대 원외 당협위원장이 중심이 된 ‘첫목회’는 공휴일인 6일 국회에서 연금·정치 개혁을 주제로 7시간 동안 토론회를 했다. 첫목회는 지난달에도 총선 결과를 평가하고 국민의힘의 활로를 모색하는 밤샘 토론회를 벌였다. 또 다른 국민의힘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 30여 명으로 구성된 ‘성찰과각오’도 6일 조찬 모임을 하고 수도권 지지 회복 방안, 당 체질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들은 13일에도 모여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한다.
여권을 대표해 방송과 라디오에 출연하는 사람도 원외 인사가 많은 편이다. 지구당 부활 등 정치 현안과 관련해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의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더 이상 수직적 당정 관계는 곤란하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자기 의견을 피력하고 당내 공감대를 넓히려는 움직임에는 소극적인 분위기”라며 “소수 여당이 거대 야당을 상대하려면 지금보다 더 연구하고 혁신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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