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만든 오페라, 유럽으로 갑니다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2024. 6. 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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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터 佛·獨·오스트리아에서
올해 파리 올림픽을 맞아서 파리와 베를린, 빈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처용'의 작곡가 이영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 / 장련성 기자

올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는 또 하나의 한국 ‘국가 대표팀’이 참가한다. 국립오페라단·국립합창단·국립심포니 등 국공립 예술 단체 150여 명이 올림픽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6월 9일(현지 시각)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창작 오페라 ‘처용’을 공연한다. 이 극장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등을 초연한 유서 깊은 공연장이다.

이어 11일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홀, 13일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으로 유럽 투어를 이어간다. 명문 베를린 필과 빈 필하모닉 공연장에서 한국 창작 오페라가 연이어 콘서트 형식으로 울려 퍼지는 것이다. 이 오페라의 작곡가가 이영조(81)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이다. 오페라 ‘처용’과 ‘황진이’, 가곡 ‘엄마야 누나야’와 첼로와 장구를 위한 ‘도드리’ 등 한국적 정서가 녹아든 작품들을 즐겨 썼다. ‘처용’ 2막에도 신비스러운 불교적 읊조림과 바로크풍의 남성 합창을 결합한 ‘승려의 노래’가 나오고 민속음악적 요소도 녹아 있다. 이 전 원장은 “유럽 공연 소식을 듣고 오래된 오페라 악보를 꺼내 석 달간 매일 5~6시간씩 고쳤다”고 했다.

이 전 원장은 ‘섬집 아기’와 ‘어머님 마음’, 군가 ‘진짜 사나이’ 등을 작곡해 ‘한국의 슈베르트’로 불린 작곡가 이흥렬(1909~1980) 선생의 아들이다. 그는 “아버지는 청첩장 한 장도 버리지 않고 모아서 뒷장은 작곡할 때 쓰셨던 분”이라며 “도레미 음표 대신에 1·2·3이라는 간단한 숫자로 암호처럼 빽빽하게 작곡한 청첩장을 보면서 오선지에 옮겨 적고 반주를 붙이면서 작곡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동요와 군가는 얼핏 서양적인 음악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전 원장은 “입으로 ‘섬집 아기’와 ‘진짜 사나이’의 음계를 불러보면 ‘솔도레/ 미레도레’와 ‘솔솔라솔/ 도도레미’라는 5음계가 흘러나온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흥얼거리는 건 단순하게 보이는 곡조에 한국적 정서가 녹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도 연세대 음대에서 작곡을 공부하다가, 군 제대 직후 국립국악원을 찾아가 4년간 피리를 배웠다. 지금도 피리와 대금, 거문고와 단소 등을 두루 연주한다. 크로스오버와 퓨전이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클래식과 국악의 만남을 실천한 셈이다. 그는 “처음에는 클래식과 국악 양쪽에서 모두 변절자라고 욕을 먹거나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한국 음악을 강조하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거꾸로 현대성만 내세우면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문제 사이에서 평생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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