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IBM·델… 과거의 황제들, AI 전쟁터 뛰어들었다
1990년대 세계 PC 산업을 주도하던 델을 비롯해 한때 IT(정보기술) 산업을 이끌던 시스코, IBM 등 ‘과거의 테크 황제’들이 AI(인공지능) 전쟁터에 뛰어들고 있다. 6일 외신 등에 따르면, 델은 최근 발표한 1분기(2~4월) 실적 발표에서 1년 전 대비 6% 증가한 222억4000만달러(약 30조50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216억4000만달러)를 웃도는 깜짝 실적이었다. 델의 실적 개선에는 AI 붐이 한몫했다. AI 서버 수요가 급증하면서 델이 생산하는 서버의 매출이 42% 증가한 것이다.
과거 테크 황제들의 귀환은 델뿐만 아니다. 1968년부터 1994년까지 27년 동안 미국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키던 IBM은 8년에 걸친 개발 끝에 지난해 엔비디아 칩보다 22배 빠른 AI칩을 개발했다. 2000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시총 1위 기업에 올랐던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는 최근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 AI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조성했다.
◇다시 주목받는 컴퓨터 장비 강자들
2000년 미국 시총 1위에 오른 직후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주가가 폭락한 시스코는 이후 20년간 암흑기를 보냈다. 무선통신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고, 스마트폰 확산으로 기존 컴퓨터 인프라와 장비 분야가 상대적으로 소외됐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과감하게 단행했던 M&A(인수합병)는 번번이 실패했다.
2005년 미국 셋톱박스 시장 40%를 점유하고 있던 사이언티픽 애틀랜타를 69억달러에 인수한 M&A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를 통해 초고속 인터넷과 인터넷전화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열리지 않아 수익을 내지 못했다.
2009년 5억9000만달러에 인수한 플립 카메라(초소형 저가 카메라) 업체는 스마트폰에 탑재된 카메라에 가로막혀 2년 뒤 사업을 중단했다. 시스코 매출액은 2012~2022년까지 460억~519억달러를 맴돌았다.
‘AI 시대’와 함께 반전이 시작됐다. AI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기존 컴퓨터 장비·인프라 기술과 경험이 풍부한 시스코의 역할이 확대됐다. 지난해 매출도 570억달러를 기록하며 10%대 성장세를 보였다. 척 로빈슨 시스코 CEO는 “AI와 보안, 클라우드 분야에서 혁신이 발생하고 있다”며 “2026년엔 AI 인프라 매출이 1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스코는 AI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AMD, 인텔, MS 등과 함께 ‘울트라 이더넷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이더넷을 AI 환경에서 보다 적합하게 쓸 수 있도록 구현하기 위해서다. 올해 초에는 AI 보안 분야 강화를 위해 사이버 보안업체 스플렁크를 280억달러에 인수했고, 엔비디아와도 AI 인프라 설루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정부 등 대형기관 네트워크도 강점
델 역시 2000년대 들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 등장으로 무너진 경험이 있다. 2013년 결국 26조원에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몰락했던 델도 최근 AI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AI 산업에 필수적인 서버 덕분이다. 델은 전 세계 서버 시장의 19%를 차지하는 이 분야 1위 기업이다. 생성형AI가 확산되면서 엔비디아GPU를 탑재한 서버가 데이터센터에 납품되기 시작했고, 델 역시 엔비디아 GPU에 최적화된 서버를 내놓으면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 델의 주가는 80% 가까이 올랐다.
엔비디아에도 델은 필요하다. 엔비디아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정부 기관과 기업에 델이 컴퓨터 인프라를 제공하는 최대 공급업체이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엔비디아 사업 확장 계획에는 델이 제공하는 스토리지, 네트워킹 등이 필요하다”며 “델이 꼭 필요한 파트너”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2011년 ‘왓슨’을 출시하며 AI 시대 선구자 역할을 한 IBM도 다시 재기에 도전하고 있다. AI ‘왓슨’을 이용해 의료 진단 등의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데다 오류까지 자주 발생하자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AI 전용 반도체 ‘노스폴’과 기업용 AI 플랫폼 왓슨X를 선보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작년 11월엔 5억달러 규모의 AI 스타트업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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