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은 “강한 나라 만들자”는데 초급 간부 떠나는 軍
작년 군을 떠난 경력 5년 이상의 장교와 부사관이 9481명이었다. 전년보다 24%가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다였다. 이 가운데 5~10년 복무한 대위·중사가 4061명으로 43%를 차지했다. 1년 전보다 35% 늘었다. 군의 허리로 불리는 초급 장교·부사관들의 이탈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전역자들은 병사들 월급 인상과 복무 기간 단축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경찰·소방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당직 수당 등을 이유로 들며 “대리운전이나 배달 뛰는 게 낫다”고 말한다.
이러니 장교·부사관 충원이 나날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초급 장교의 70%를 담당하는 ROTC(학군장교) 지원율은 해마다 급감해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문 닫은 학군단도 여럿이다. ROTC뿐 아니라 사관학교, 대학 군사학과, 육·해·공군 부사관의 인기도 바닥이다. 장교·부사관을 하겠다는 청년은 씨가 마르고 복무 중인 간부들은 전역의 기회만 엿보고 있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국방 포퓰리즘에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때마다 복무 기간 단축 경쟁이 벌어져 일반 병은 이제 18개월 복무한다. 기초 전술도 익히기 전에 전역한다. ROTC는 28개월 복무다. ‘병사 월급 200만원’ 대선 공약에 따라 내년부턴 장교와 병사의 월급에 차이가 없다. 실질 소득은 이미 역전됐다. 의식주를 국가가 보장하는 병사와 달리 간부들은 월급을 쪼개 식비와 주거비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누가 장교가 되려 하겠나.
초급 간부의 애국심과 자질은 군 전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역사상 모든 전쟁의 결과가 그랬다. 이들의 사기가 엉망이면 아무리 많은 병사도 오합지졸이고 1000억원짜리 스텔스기도, 1조원짜리 이지스함도 무용지물이다. 지금 우리 군의 중추인 초급 간부들은 직업군인의 길을 후회하며 “군 탈출은 지능 순”이라고 자조하고 있다. 북한의 핵공격 위협을 받는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제 윤석열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더 강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고 했다. 초급 간부들의 이탈을 막을 특단의 대책 없이는 공허한 말이 되고 말 것이다. 여야가 국방 정책만은 정치 포퓰리즘의 예외 지대로 두는 대원칙에 뜻을 같이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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