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뒷면에 새겨진 이름…사료 가치 높인 ‘기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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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댐을 끼고 있는 춘천 신북읍은 막국수와 닭갈비로 유명하지만, 1937∼1939년 춘천고 비밀항일단체 '상록회'와 연계한 활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이 흑백사진을 기증한 이호윤(78·춘천 칠전동) 씨는 신북이 고향인 부친 이인교(1915∼1993) 독립유공자의 유품인 이 사진과 등사판 기미독립선언서, 안창호 초상화 등을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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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윤씨 신북 출신 부친 유품 기증
독립유공 입증 증언 후 사진 남겨
소양강댐을 끼고 있는 춘천 신북읍은 막국수와 닭갈비로 유명하지만, 1937∼1939년 춘천고 비밀항일단체 ‘상록회’와 연계한 활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작은 기념표석조차 없기 때문이다. 중도의 강원도항일애국선열추모탑이 레고랜드 조성에 밀려 신북으로 이전되고, 그 옆에 강원광복기념관이 들어서면서 마을 역사에도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최근 흥미로움을 촉발한 흑백사진 한 장이 강원광복기념관에 기증됐다.
이 흑백사진을 기증한 이호윤(78·춘천 칠전동) 씨는 신북이 고향인 부친 이인교(1915∼1993) 독립유공자의 유품인 이 사진과 등사판 기미독립선언서, 안창호 초상화 등을 기증했다. 이씨는 “아버님은 철저하게 기록하는 성격이어서 여러 육필자료와 물품을 궤짝에 보관해 왔다. 5·16 군사정변 이후 숱한 어려움을 겪고 여러 번 이사하면서 분실해 제대로 남아있는 것이 없는데 몇 점을 기증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1937년 11월 신북 오수물 마을에서 기존의 수양단을 해체하고 당시 지명 오정을 딴 ‘오정경로회’가 새로 출범했다. 이 마을 출신으로 춘천고 상록회 핵심인 이찬우(1918∼1983)가 신북 보춘학원 교사인 이종규와 협의해 애향곡까지 지어 단체 결성을 촉진했다. 오정경로회는 회장 이광우, 부회장 이인교 등 임원을 두고 표면적으로 경로 미풍을 내세웠으나, 서적부를 설치해 ‘사명당일기’와 같은 민족주의 서적을 돌려 읽고 야학회를 열었다. 상록회 학생들은 강연회 강사로 찾아 일치단결을 강조했다. 이 활동으로 1939년 초 10여 명이 경찰서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기증된 흑백사진엔 경로회 생존자들이 두루마기, 양복, 털옷 등을 입고 등장한다. 1976년 11월 28일 이찬우 독립유공자와 조동걸 춘천교대 교수 주선으로 독립유공 입증자료를 만들기 위해 생존자들이 모여 증언한 뒤 사진을 남겼다. 이인교 씨는 사진 뒷면에 11명의 이름을 일일이 적어놓아 귀한 사료가 됐다.
이호윤 씨는 “부친이 살아계셨을 때 독립유공자가 됐더라면 더 보람 있으셨을 것”이라며 2021년 때늦은 유공자 인정을 몹시 안타까워했다. 그는 “평생 인자한 모습으로 정의롭게 살고 국가를 위해야 한다고 강조한 아버님을 가장 존경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미현 논설실장
#이인교 #독립유공자 #강원광복기념관 #이호윤 #오정경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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