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검찰 선배들의 ‘적반하장’
최근 유독 법조계에서 주목을 끈 장면이 있었다. 지난 3일 민주당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 전반을 특검을 통해 수사하겠다며 특검법을 발의해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모습이다.
눈길을 끈 것은 맨 앞줄 ‘1열’에 선 다섯 명의 검찰 출신 의원들이다. 모두 평검사가 아닌 고위직 출신이다. 특검법안 봉투를 든 이성윤 의원, ‘대북송금 사건창작’ 팻말을 든 박균택·양부남 의원은 고검장 출신. 고검장은 직제상 총장 다음 순위이고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도 거론된다. ‘정치검찰 공작수사’ 팻말을 든 주철현 의원은 대검 강력부장을 지낸 검사장 출신, 같은 팻말을 든 이건태 의원은 20년간 검찰에 재직하며 법무부 법무과장 등 요직을 거쳤다.
이 특검법에는 다른 법조인 출신 의원들도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유독 검찰 고위직 출신들이 앞줄에 서는 희한한 ‘전관예우’를 보여주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재직 중 한결같이 정략적 특검을 반대했던 사람들”이라며 “바라보는 검찰 후배들의 심경은 어떨지, 역사에 남을 진풍경”이라고 했다. ‘친정을 욕보이는 방법도 가지가지’란 반응도 있었다. 도를 넘은 ‘자기 부정’이라는 것이다.
몸담았던 조직이라도 과오가 있으면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이화영씨 측이 검찰의 회유·조작의 정황으로 주장해 온 ‘검찰청 술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호송 기록상 술판을 벌였다는 시간에 이씨는 이미 검찰청을 떠났고, 함께 술을 먹었다는 김성태씨도 ‘불가능한 일’ ‘비상식’이라고 일축했다. 술자리 시기와 장소에 대해 몇 차례나 말을 바꾼 이씨 측은 더 이상의 증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
이화영씨는 7일 1심 판결이 선고된다. 만일 검찰 수사가 문제가 있다면 법원이 무죄 판결을 쓸 것이다. 소위 ‘사법농단’ 사건으로 호된 검찰 수사를 경험해서인지, 요즘 법원은 검찰의 조그만 위법에도 매우 엄격하다. 그런데도 검찰 고위직 출신 의원들이 증거로 법원을 설득하는 대신 ‘검찰 수사의 불법을 밝히겠다’고 나선 이유는 짐작 가능하다. 이 사건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1심에서 이 대표 방북 비용 등으로 800만달러가 북한으로 불법 송금된 사실, 이 대표가 보고받은 사실이 인정되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특검은 이 대표의 공소장을 준비하고 있을 검찰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판결을 선고하는 법원에도 부담이 갈 것이다. 그야말로 도둑이 매를 드는 적반하장(賊反荷杖)식, ‘사법 방해’ 특검이다.
만일 이 특검법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다수당 소속 의원들은 불체포특권에 더해 특검이라는 방탄을 갖게 된다. 수사와 재판을 준비할 필요 없이 검찰 수사, 법원 판결을 헤집는 특검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22대 국회가 초반부터 보여 주는 ‘뉴 노멀’이 벌써부터 두렵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