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98] 깨진 거울, 떨어진 꽃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2024. 6. 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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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깨진 거울은 다시 비추지 못하고, 떨어진 꽃은 가지에 올리기 어렵다(破鏡不重照, 落花難上枝)”는 중국의 속언이 있다. 흩어진 남녀의 관계나 끝장난 부부 사이를 가리킬 때 중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깨진 거울이라는 ‘파경(破鏡)’ 스토리는 조금 복잡하다. 전란을 피해 헤어져야 했던 부부가 서로 쪼개 나눠가진 구리거울로 인해 뒷날 다시 만나 부부관계를 이어갔다는 내용이다. 깨진 거울이 다시 합해졌다는 파경중원(破鏡重圓)이 본말이다.

그에 비해 떨어진 꽃은 이미지가 분명하다. 한 번 가지에서 떨어진 꽃은 끈으로 묶어 가지에 붙여도 곧 시들어 버릴 테니 말이다. 깨진 거울이 다시 합쳐지는 이야기도 이야기일 뿐, 실제 깨진 거울은 제 기능을 다하기 어렵다.

요즘의 중국 거울은 만들어져 처음 쓰이기도 전에 깨지고, 가지 등에 달리는 꽃망울은 제대로 피기도 전에 떨어지는 듯하다. 신혼(新婚)으로 맺어질 부부의 관계가 아예 시작부터 어긋나 깨져서 헤어지는 경우가 빈발하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혼인을 맺을 때 신랑 쪽이 내놔야 하는 이른바 ‘결혼 지참금’이다. 현대 중국에서는 채례(彩禮)라고 적고, 옛 중국에서는 빙례(聘禮), 빙재(聘財)라고 지칭했던 의례(儀禮)다. 남성이 상대방 여성을 존중한다는 뜻을 지녔다는 습속이다.

그러나 이제는 결혼을 바로 앞에 두고 여성 쪽이 무리하게 요구하는 ‘채례’로 인해 헤어지는 남녀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도시나 농촌을 가리지 않는 전국적 현상이란다. 한 자녀 정책으로 생겨난 남아선호 때문에 성비 불균형이 발생한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그러나 중국의 ‘배금주의(拜金主義)’가 진짜 이유라고 본다. 오로지 돈만 좇는 저질의 취향 말이다. 물욕(物欲)이 인정(人情)을 사정없이 조롱하니, 중국은 문화적 빈국(貧國)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늘 무언가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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