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현의 예술여행] [18] 님아, 그 장벽을 넘어야 하오

류동현 전시기획자, 페도라 프레스 편집장 2024. 6. 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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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장벽
베를린 장벽 기념관에 남아있는 베를린 장벽. 관련 기록들과 조형물들도 볼 수 있다. / 류동현 제공

유럽의 많은 도시를 가보진 못했지만, 독일의 베를린은 여타 도시와는 사뭇 그 느낌이 달랐다. 좀 더 동시대적이고 ‘힙하다’고 할까. 그래서인지 많은 예술가들이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몇 년 전 예술가의 작업실을 방문하고자 베를린을 찾았다. 브란덴부르크 문 주변을 산책하다가 ‘베를린 비엔날레’가 도시 내 여러 예술 공간에서 열리고 있음을 알았다. 지도를 보니 근처에 모여 있다. 슬슬 전시를 둘러보고 주변을 산책하던 중 탁 트인 공원에 도착했다. 베를린 장벽 기념관이다. ‘아, 이 지역이 과거 동서 베를린의 경계 지역이었구나’. 통일된 지 한 세대가 흘렀지만 과거 이곳도 분단 국가였던 것이다.

베를린 장벽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하고 베를린이 분할되면서 세워졌다. 1960년대 초반까지는 장벽이 없었다. 그러나 동독 주민들이 서독으로 계속 넘어가자 1961년 8월 동독 측이 기습적으로 장벽을 쌓았다. 이후 30여 년간 베를린 장벽은 ‘냉전의 상징물’이 되었다.

베를린 장벽 기념관은 1989년 11월 붕괴된 이후 일부 남아있는 장벽 지역이다. 당시의 모습과 관련 기록이 보존되어 있고 기념 조형물도 설치되어 있다. 장벽을 넘으려다가 죽임을 당한 사람들의 사진들 앞에서 잠시 추모의 시간을 갖는다.

존 르 카레의 소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에서 베를린 장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의 사투가 펼쳐진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장벽을 넘고자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스파이 브릿지’에서는 주인공이 베를린 장벽을 건너가 스파이 교환 협상을 진행한다(다행히 성공한다). 여러 예술 작품에서 보듯 베를린 장벽은 당시 냉전의 비참한 현실 그 자체였다.

축조 당시 이 장벽이 서방 진영의 성공을 드러낸다고 소련 측은 탐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수많은 동독 사람들이 베를린을 통해 서방으로 탈출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축조를 승인했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은 붕괴되었다. 이후 베를린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동시대적이고 ‘힙한’, 예술가들이 모이는 자유로운 도시로 말이다. 결국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우리에게 분단은 현재진행형이다. 자유를 위해, 힘을 기르기 위해 애썼던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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