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대, ‘유신진화론 옹호’ 이유로 박영식 교수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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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학대학교 교수가 창조과학이 아닌 유신진화론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2년 넘게 '신앙 검증'을 받아온 끝에 해임됐다.
경기 부천시 서울신학대학교 교양교육원 소속 박영식 교수는 지난 4일 징계위원회로부터 해임 결정을 통보받았다.
앞서 서울신학대는 "박 교수가 그의 저서와 수업 등에서 유신진화론만을 옹호하고 창조과학을 사이비 과학으로 폄하하는데, 이것이 대학 교단인 기독교대한성결교회(성결교회)의 창조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박 교수를 조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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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신앙검증’하며 반성문 요구도
신학자들 지난 4월 징계 철회 성명
“교리에 창조·진화론 언급 없어”
박 교수 “법적 구제 절차 밟을 것”
한 신학대학교 교수가 창조과학이 아닌 유신진화론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2년 넘게 ‘신앙 검증’을 받아온 끝에 해임됐다.
경기 부천시 서울신학대학교 교양교육원 소속 박영식 교수는 지난 4일 징계위원회로부터 해임 결정을 통보받았다. 2021년 10월 학교가 ‘신학검증위원회’를 꾸려 박 교수를 조사한 지 2년8개월 만이다. 앞서 서울신학대는 “박 교수가 그의 저서와 수업 등에서 유신진화론만을 옹호하고 창조과학을 사이비 과학으로 폄하하는데, 이것이 대학 교단인 기독교대한성결교회(성결교회)의 창조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박 교수를 조사해 왔다.
창조과학은 성경에 쓰인 문자 그대로 세계의 창조가 일어났다고 보고 ‘지구 나이 6천년설’ 등을 주장하며 진화론을 부정한다. 반면 유신진화론은 진화를 과학적 사실로 인정하되, 이를 신의 뜻으로 해석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성결교회 교리에는 창조과학이나 유신진화론에 관한 언급이 없다. 신의 창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학자의 자유에 달린 셈이다. 이 때문에 전국 신학대 교수 100여명은 지난 4월 “서울신학대가 학문 연구의 자유를 탄압한다”며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박 교수 징계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지난 2년여의 조사 과정에서 조사위원들로부터 “성결교회 목사가 맞긴 하느냐. 예수가 물 위를 걸었다는 걸 믿느냐”는 등의 ‘신앙 검증’을 당해야 했다. 총장이 박 교수를 찾아가 자신이 대신 쓴 ‘반성문’을 내밀며 서명을 요구하고, 이사회가 박 교수에 “자기 반성적 논문을 내라”고 압박하는 일도 있었다.
박영식 교수는 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013년부터 서울신학대에서 교수 생활을 하며 (저의 창조신학이) 문제가 된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학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제 학생들도 조마조마해 하는 마음으로 수업을 듣고 있고 학교에 많이 실망한 상황”이라며 “교원소청심사와 행정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인 대응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재학생과 동문들도 박 교수 해임에 반발하고 있다. 해임 결정 뒤 서울신학대 에브리타임(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박 교수님은 참된 종교인에 가까운 모습이셨는데, 정작 종교에서 배척하다니 아이러니하다”, “여기가 중세시대냐”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서울신학대 총동문회 페이스북 그룹에도 “창조과학 안 믿는 나도 교단 목사에서 제명해라”, “사랑하는 모교를 도대체 왜 이런 수구꼴통 신학교로 만드냐”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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