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도쿄올림픽 핸드볼 보고 반해… 이젠 매주 코트 누벼요”
배우 고윤희 씨(27)는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때 핸드볼을 보고 가슴이 뛰었다.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경기, 거친 몸싸움, 그리고 짜릿한 다이빙슛…. 그해 말부터 핸드볼코리아리그(현 핸드볼 H리그)를 보러 갔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직접 핸드볼을 시작했다.
“핸드볼에 관한 관심의 시작은 2020년 말 한 TV 프로그램에 나온 김온아 선수였죠. 그리고 도쿄 올림픽 때 다른 스포츠도 봤는데 유독 핸드볼에 끌리더라고요. 김온아 선수 영향이었나 봐요. 공격과 수비가 빠르게 전환되는 속도감이 눈을 즐겁게 했고, 치열한 몸싸움은 심장을 뛰게 했죠. 처음엔 핸드볼 리그를 보러 가서 모든 팀을 응원했습니다. 그러다 삼척시청 여자 핸드볼 팀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제가 삼척시청을 좋아하게 된 건 당시 최고의 팀(2021∼2022, 2022∼2023시즌 정규리그 및 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이었고 수비에서 공격으로 이어지는 플레이가 가장 매끄러운 팀이기 때문입니다. 호흡도 잘 맞고 특히 수비가 정말 잘돼 경기를 보기가 편한 팀이었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삼척시청 김민서입니다.”
고 씨는 핸드볼 응원을 다니다 만난 친구를 통해 대한핸드볼협회(KHF) 핸드볼클럽을 알게 됐고 2022년부터 코트를 누비고 있다. KHF 핸드볼클럽은 KHF가 2015년부터 직접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유치부 초등부가 중심인데 성인반도 운영한다. 은퇴한 핸드볼인들에게는 재능 기부의 기회를, 일반인들에게는 직접 배울 기회를 주고 있다. 고 씨는 연간 전반기, 하반기로 나눠 매 주말 1회씩 총 15회 진행되는 KHF 핸드볼클럽에 등록해 운동하고 있다.
“핸드볼은 엄청 힘든 스포츠예요. 2시간 동안 몸 풀고 기초 체력운동 하고 기본기를 배우고 연습 경기를 합니다. 처음엔 아주 힘들었죠. 그런데 함께하는 언니 동생들이 있어 잘 버텼죠. 단체종목이라는 게 서로 돕고 의지할 수 있어 참 좋은 것 같아요. 학창 시절 체육 시간에만 운동했던 제가 지금은 탄탄한 체력을 자랑합니다.”
고 씨는 중고교 진로 상담 강사를 하며 연극도 하고 드라마도 찍고 있어 다른 운동을 하지는 못하지만 매주 토요일 저녁 열리는 KHF 핸드볼클럽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 7월부터는 ‘오리온’이란 여자 핸드볼 동호회 팀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토요일 오전 고려대사범대부속고에서 그 학교 감독을 지도자로 삼아 훈련하고 대회에도 출전하고 있다.
“처음엔 공도 제대로 던지지 못했는데 지금은 점프 슛도 하죠. 아직 마음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전엔 슛이 안 들어가고 자주 빗나갔는데 이젠 골도 넣습니다. 골이 들어갈 땐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좋아요. 최근엔 서울시 대회에 나가 준우승도 했어요.”
핸드볼은 그에게 탄탄한 체력뿐 아니라 긍정적인 에너지도 줬다. 고 씨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줄었다. 그리고 건강해지고 자신감이 생기니 사고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이젠 뭐든 못할 게 없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고 씨는 핸드볼 마니아가 된 뒤 “정말 재밌고 매력적인 핸드볼이 왜 비인기 스포츠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는 “훈련이 끝날 때마다 우리끼리 ‘왜 핸드볼이 인기가 없나’에 대해 얘기한다. 결국 많은 사람에게 핸드볼을 알려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했다. 고 씨는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 단체 구기 종목으로는 한국이 유일하게 출전하는 여자 핸드볼이 일을 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럼 ‘제2의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바람이 불지 않을까요?” 우생순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은메달을 딴 여자 핸드볼 대표팀 얘기를 다룬 영화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힘내라,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그의 마음은 벌써 파리로 가 있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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