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싱가포르] 클린스만이 한국 축구에 줬던 충격, 김도훈이 벗겨냈다
[골닷컴, 싱가포르] 김형중 기자 = 한국 축구가 오랜만에 ‘아시아 호랑이’의 위용을 떨쳤다. 싱가포르 원정에서 대승을 거두며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김도훈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6일 오후 9시(한국시각) 싱가포르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5차전 싱가포르와 원정 경기에서 7-0으로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하며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에 한걸음 다가섰다.
결과도 중요했지만 내용도 중요했던 경기였다. 한국 축구팬 모두가 알다시피 2024년은 한국축구의 치욕의 해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임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나선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했지만 매 경기 졸전을 거듭한 끝에 4강에서 탈락했다.
결과도 문제였지만 내용도 최악이었다. 조별 예선에서 두 수 아래로 평가받던 요르단과 말레이시아에 충격의 무승부를 거뒀다. 16강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졸전 끝에 연장전 승리를 거뒀고 8강 호주전에서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운 좋게 이겼다. 요르단과의 리턴 매치였던 4강에선 무기력하게 패하며 자존심이 짓밟혔다. FIFA 랭킹 78위 팀을 상대로 90분 내내 유효 슈팅 한 개를 뽑아내지 못했다. 한국 축구 사상 최악의 졸전이라 평가받고 있다.
아시안컵 종료와 함께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되었고, 3월 A매치는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로 운영됐다. 한국은 태국과 홈에서 비기며 질타를 받았다. 이어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며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아시아 호랑이로서의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특히 홈에서의 졸전으로 인해 클린스만 체제에서의 충격을 벗을 수 없었다.
대한축구협회는 5월 중 신임 감독 선임을 예고했지만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또 다시 임시 감독 체제로 월드컵 예선을 치러야 했다. 지휘봉을 잡은 이는 김도훈 감독이었다. 싱가포르 최강 라이언시티 세일러스를 이끈 경험이 있어 싱가포르전의 맞춤 지도자로 손색이 없었다.
김도훈 감독은 비록 임시 감독이지만 선수 구성부터 실험을 시도했다. 무려 7명의 새 얼굴을 발탁했다. 기존 자원들이 부상 등으로 빠졌지만 23명 중 7명을 A매치 경험이 전무한 선수들로 구성하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그리고 카타르 월드컵 이후 대표팀에서 볼 수 없었던 정우영을 뽑았다. 클린스만 체제에서 3선이 약했다는 것을 파악하고 내린 판단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A매치에 데뷔한 우측 풀백 황재원은 비교적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며 합격점을 받았다. 좌측의 베테랑 김진수에 비해 공격적이진 않았지만 수비 라인을 잘 유지한 채 데뷔전을 마쳤다. 후반 중반에는 배준호와 박승욱까지 경기에 나섰고, 두 선수는 나란히 득점과 도움을 합작하며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정우영은 명불허전이었다. 센터백 앞에서 또 다른 벽 역할을 하니 황인범이 자유롭게 패스 길을 열 수 있었다.
이외에도 한국은 싱가포르를 상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양 측면에서 상대 수비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각각 2골씩 터트리며 최고의 무대에서 뛰는 기량을 입증했다. 주민규도 A매치 데뷔골을 터트리고 2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대표 공격수다운 모습을 뽐냈다. 짧은 시간이지만 김도훈 감독 체제에서 조직력을 잘 가다듬은 모습이었다.
비록 상대가 FIFA 랭킹 155위의 약팀이었지만 한국의 이날 승리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클린스만 체제에서 한국은 FIFA 랭킹 80~130위권 팀을 상대로도 무력감을 뽐냈었다. 133위 말레이시아에 3골이나 실점하는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싱가포르전을 통해서 아시아 무대에서 자비는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시아 호랑이’로서의 위용을 여지없이 떨쳤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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