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묵과 못할 北 회색지대 전술
오물 풍선 보내고 GPS 교란
北 변칙 도발 지속 가능성 높아
정부, 분명한 대응책 마련 시급
북한의 도발이 점입가경이다. 작년 말 한국을 미국의 하수인으로,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면서 대한국 공세에 나선 북한이 변칙 도발에 나선 모양새다. 그동안 핵과 미사일 등 최신 무기체계 역량 과시에 집중하면서 한국을 직접 겨냥한 군사도발에 더해 심리전을 포함하는 ‘회색지대(grey zone)’ 전술을 본격적으로 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회색지대 전술을 선택한 것은 한국이 대응하기 어려운 풍선 살포나 GPS 교란 등을 통한 저강도 도발로 한국의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직접적 무력 도발은 한국의 도발 원점 타격 대응으로 확전 위험성이 커지며 북한도 부담스럽다. 풍선의 경우 미사일 발사 등보다 비용이 훨씬 저렴하며 남측 전역에 살포가 쉽고 저공비행으로 요격도 쉽지 않다. 만일 치명적인 생화학무기가 실렸다면 끔찍한 피해가 예상되는 본격적이고 실질적인 협박이다.
GPS 교란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교통수단, 공공서비스 및 사회 인프라 등이 첨단기술 체계를 기반으로 조성된 현대 사회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 한 지점만 타격해도 사회적 혼란 효과를 유발하는 대표적 공격 방식이다. 이는 다른 회원국의 통신을 방해하는 유해한 교신 혼신을 금지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헌장 위반은 물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해사기구(IMO) 등에서 보장하는 민간항공기, 선박의 안전 운항을 위협할 수 있는 적대행위다.
이렇게 기존의 군사도발과 저강도 회색지대 전술을 병행하는 북한의 변칙 도발 시도는 더 이상 묵과하면 안 된다. 한국 정부가 ‘북한이 감내할 수 없는 조치’를 언급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에 부담을 느낀 북한이 오물풍선 살포 중단을 발표했지만 언제든지 재개될 수 있다. 대량살상무기(WMD) 핵과 더불어 또 다른 비대칭 무기인 생화학무기가 수시로 우리 상공에 출현할 수 있고, 전파 교란으로 직접적인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2018년 체결한 9·19 남북군사 합의의 전체 효력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9·19 군사합의에는 지상,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남북 간 무력 충돌 방지를 위해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는 조치들이 명시돼 있다. 고도의 정치적 신뢰 구축이 없이 추진된 군사합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북한은 지난 6년간 무려 3600건의 합의를 위반했다. 정부의 결정은 정전협정 위반은 물론 유엔 안보리 결의도 무시하는 북한과 옹호 세력들에게 한국의 강도 높은 대응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결코 본질적 문제가 아니다. 북한은 향후에도 기존의 군사적 긴장도 제고를 통해 핵·미사일 역량 고도화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강공책과 함께, 한국의 고강도 맞대응을 회피하는 ‘회색지대 전술’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식 리스크관리를 통해 향후 다양하게 자행될 북한의 변칙적 도발에 대한 분명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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